[커버스토리]주류경제학에 ‘메스’ 들이댄 석학

장하준은 누구인가, 세계 경제학계 최고 권위의 상 수상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47) 집안은 수재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다. 3선 국회의원이자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장재식씨(부친),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친동생), 유명한 ‘장하성 펀드’의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장(사촌형),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사촌누이) 등이 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지난해 6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은행·기획재정부 공동주최 개발경제 콘퍼런스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 중 유일한 동양인
장 교수의 명성은 그러나 이런 집안 내력 덕분만은 아니다. 그의 천재성과 그보다 더한 개인적 노력,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더욱 눈길을 끈다. 그는 케임브리지대 65명의 경제학 교수 중 유일한 동양계 교수라고 한다.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케임브리지대로 간 그가 이 대학 교수가 된 것은 4년 뒤인 1990년으로 27세 때다.

그의 천재성을 드러내주는 에피소드 한 대목. 1986년 케임브리지대 석사과정에 지원했지만 대학 측은 허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생각 끝에 수료증은 주지만 학위는 못 받는 디플로마 코스에 들어갔다. 그러나 불과 4개월 만에 학문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대학 측이 “1년 안에 석사학위를 주겠다”고 제안한 것. 그는 석사 1년을 포함, 4년 만에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교수가 됐다.

그의 노력은 천재성보다 더 빛난다. 대학원 공부와 관련해 일주일에 논문 한 편씩 쓰고 그 논문 내용을 놓고 교수·학생들과 난상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1990년 첫 교수로서 강의할 때 2시간 강의의 모든 내용과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 외운 뒤 강의실에 들어갔다고 한다.

교수로서 강의하고 연구하는 것 외에 ‘케임브리지 경제학 논문집’의 편집자로도 활동한다. 사회과학논문 인용지수가 세계 3위 이내인 유명 학술지다.

2003년에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 을 수상했다. 이 상은 경제학자에 따라서는 노벨경제학상 이상의 권위를 인정해주기도 하는 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선진국의 성장신화 속에 숨겨진 은밀한 역사를 파헤친 ‘사다리 걷어차기’가 ‘뮈르달 상’ 수상작이었다. 그는 또 2005년에 경제학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에프 상’도 사상 최연소로 수상했다.

하지만 모교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채용에서 무려 세 차례나 낙방한 경험도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신봉하지 않는 경제학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서울대의 비뚤어진 학문적 풍토가 그 원인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