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유권자 지저귐 듣는 ‘스마트폰 정치’

야당 국회의원 중심 ‘트위터’ 등 모바일 커뮤니티 참여 열풍

7월 31일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이색적인 행사를 마련했다. 강 전 대표의 트위터 팔로어를 경남 사천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 초대해 1박 2일 MT를 한 것. 정치인이 된 후 일반인을 농장에 초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 MT에는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부터 대학생, 회사원까지 13명의 팔로어가 참여했다. 강 전 대표와 트위터 팔로어들은 새벽 3~4시까지 이야기꽃을 피웠고, 다음날에는 강 전 대표의 농장을 둘러보는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런 이색적인 행사가 열린 것은 강 전 대표가 스마트폰으로 트위터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강 전 대표가 자신의 농장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고, 그 사진을 본 팔로어들이 “농장에 초대해 달라”는 트윗을 강 전 대표에게 남겼다. 강 전 대표는 “선거 끝나고 막걸리 한잔 하자”고 응답하면서 MT가 성사됐다. 강 전 대표는 앞으로 지역구에 있는 트위터 팔로어를 대상으로 이런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7월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스마트폰 활용 관련 기기전시 및 향후 콘텐츠 개발방향에 대한 간당회’에서 의원들이 스마트폰을 만져보고 있다. |뉴시스

민노 강기갑 의원 팔로어초청 모임
강 전 대표는 “정치인은 의정활동을 국민에게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안이나 주장하고 싶은 내용을 손가락 몇 개를 이용해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스마트폰의 매력”이라며 “스마트폰의 장점은 현장에서 직접 유권자들과 바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전 대표는 옴니아를 거쳐 현재는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

정치권에도 스마트폰 열풍이 거세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각 당에서는 의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해 스마트폰 사용을 장려할 정도다. 스마트폰 때문에 의원들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은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는 게 큰 변화다.

의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먼저 빠져드는 것은 트위터다. 행사나 세미나에 참석한 의원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트위터에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예전에는 정치인들이 행사에 참가하면 고개를 들고 앞만 보고 있었지만, 이제는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기록하는 모습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스마트폰과 트위터를 이용해 세미나를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정치인도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트위터를 하는 정치인은 여당 의원보다 야당 의원들이 많다. 민주당 의원 중에는 정동영(@coreacdy)·김진애(@jk_space)·최문순(@moonsoonc)·천정배(@jb_1000) 의원 등이 팔로어가 많은 정치인으로 꼽힌다. 민주당 4대강사업저지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진애 의원의 경우 4대강 사업 현장을 돌아다니며 문제점을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올려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트위터 때문에 스마트폰의 필요성을 느꼈다. 정 의원은 기자에게 “스마트폰이 없을 때부터 트위터를 시작했는데, 트위터를 하려면 스마트폰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면서 “트위터를 자주하기 때문에 ‘파랑새’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하고, 최근에는 페이스북을 시작해서 페이스북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최문순 의원도 “보좌관이 스마트폰 사용을 권유해서 사용하게 됐는데, 어느 순간 스마트폰에 빠져 들었다”면서 “예전에는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스마트폰을 이용해 트위터를 하다 보니까 블로그보다 트위터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것을 느꼈다. 정치인에게 스마트폰과 트위터는 저비용 고효율의 도구”라고 설명했다.

김형오 전 의장, 트위터 1호 정치인?

강기갑 민주노동당 전 대표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트위터에 글을 남기고 있다. |최영진 기자

민주노동당의 경우 5명의 의원 중에서 이정희(@heenews) 대표, 권영길(@kwonyoungghil) 원내대표, 강기갑(@kanggigap) 전 대표가 트위터를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권영길 원내대표의 보좌진들은 “스마트폰 때문에 우리가 고생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권 원내대표는 스마트폰으로 트위터를 자주 하면서 예정에도 없는 일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한번은 권 원내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봉은사에서 ‘4대강 반대 촛불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보좌진 없이 혼자서 봉은사를 찾아간 적도 있다. 보좌진들은 트위터를 보고 권 원내대표가 봉은사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권 원내대표는 “예전에는 정치인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뭘 하는 것이 별로 안좋아 보였는데, 나도 그렇게 되더라”면서 “요즘은 스마트폰과 트위터에 너무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에 비해 스마트폰 이용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나라당은 지난 3월 모든 의원에게 옴니아폰을 제공했지만 사용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의원 중에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 원희룡 사무총장, 진성호 의원 등이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 전 국회의장은 아이팟터치, 블랙베리,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하는 대표 주자다. 얼마 전에는 이북 리더기를 구입할 정도로 IT의 변화에 관심이 상당히 높다. 김 전 국회의장은 “스마트폰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스마트폰을 이용해 명화 감상도 하고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료를 찾고 있다. 정치인에게 스마트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성호 의원은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트위터를 시작하게 됐다. 옴니아2로 시작해 현재는 갤럭시S를 사용하고 있다. 과거 파워블로거로 이름을 날렸던 기자 출신 정치인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더 많은 정보와 편리함을 얻게 됐다면서 스마트폰을 적극 추천한다. 진 의원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일정을 관리하고, 명함을 찍어서 주소록도 만든다”면서 “스마트폰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하는데, 개인적으로 페이스북이 트위터보다 장점이 많은 것 같다. 디지털정당위원장으로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한나라당을 사랑받는 정당으로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정치

정치인들은 이제 스마트폰을 이용한 정치활동의 효과를 느끼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트위터, 메일 수신, 인터넷 검색, 일정 관리 등을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의원들에게 스마트폰은 꼭 있어야 할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사용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는데, 스마트폰의 글씨가 너무 작아서 보기 힘든 것이 가장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