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수평적·자발적 활동 ‘트위터의 힘’

정보 확산 빨라 사회운동 새 도구로의 가능성

지난 3월 26일 경찰이 트위터 사용자 김재근씨(@doax)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트위터 사용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트윗폴(트위터를 이용한 설문조사)을 통해 6월 지방선거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김씨의 행위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이를 수사하겠다는 경찰의 주장을 납득하지 못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3월 31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천안함 실종자 무사 귀환을 바라는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김씨의 팔로어(트위터 친구)들은 김씨에게 응원의 트윗(트위터에 글을 남기는 행위)을 날렸다. 기사화하겠다는 기자부터 필요하면 변호사를 소개해 주겠다는 정치인까지 김씨를 돕겠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또 트위터 모꼬지(오프라인으로 만나기 위한 공간)와 도아(김씨 아이디)사수 모임이 결성됐다. 모든 일이 하루도 안돼 진행됐다. 이는 사회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 활동이 트위터를 날개 삼아 활발하게 진행되는 한 예다.

단 몇 분만에 ‘도아사수’ 모임 결성
김씨에 대한 경찰 수사에 반발해 트위터로 수백명의 시민들이 도아사수 등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은 카페나 클럽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커뮤니티와는 차별적 특징을 띤다. 기존의 커뮤니티처럼 공동대책위원회나 집회 등 직접적인 행동보다는 트위터를 통한 정보 확산에 치중하며,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40대 중반 IT 종사자라고 밝힌 너럭바우(@widerocks)는 김씨에 대한 경찰 수사 소식을 듣고 관련된 모임을 검색했다. 아직 관련 모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도아사수’ 모임을 만들었다. 이 과정은 단 몇 분만에 일어났다.

그는 김씨의 블로그를 즐겨 찾았을 뿐 온라인 밖에서는 철저히 남이다. 그는 “트위터에서 불법 선거 운동을 단속한다는 것 자체가 과잉 단속”이라면서 “도아사수 모임을 통해 트위터 공간을 압박해 오는 선관위나 경찰에 저항하는 흐름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와의 인연이 아니라 개인의 생각이나 신념에 따라 그를 돕고자 하는 모임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의 인터넷 카페나 클럽 등 커뮤니티와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모양새는 다르다.

도아사수 모임의 참여자들은 기존 커뮤니티처럼 공동대책위원회나 집회 등 실제적 모임이 아니라 트위터 상의 여론을 조성하고 진행되는 소식을 공유, 확산하는 일에 집중한다. 소셜 미디어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20대 여성(@5021004)도 “트윗을 통해 이 사건을 접하자마자 곧바로 모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도 “집회 등 적극적인 행동보다는 트위터를 통해 관련 소식을 알리는 형식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를 받게 된 김재근씨의 트위터 화면. 그를 돕겠다는 글과 응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사회 이슈에 대한 트위터 모임이 기존의 커뮤니티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수평적이고 대중적인 트위터 자체의 특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 교수에 따르면 기존의 커뮤니티는 만든 이나 특정 주도 세력에 의해 통제된다. 사회 이슈가 발생할 경우 그들이 구심점이 되는 수직적 구조를 갖는다. 이는 오프라인의 모임이나 집회 등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도아사수’ 등 트위터 모임은 구심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다. 이 때문에 사건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정보 확산이 주요 활동이 된다. 스마트폰 등으로도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어 정보의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이 특징이다.

민 교수는 “구심점이 불투명해 기존의 커뮤니티보다 활동의 추진력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트위터는 사회운동의 도구로서 활용되기엔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4대강사업 감시 ‘정서적 모니터링’
지난 3월 31일 오후 7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에 1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이들은 ‘천안함’ 실종자의 무사기환을 바라는 촛불집회를 개최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천안호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도하고, 사고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우리는 촛불을 듭니다’라고 적힌 손팻말과 촛불을 들었다.

집회는 전날인 30일 밤 10시 30분 ‘긴급 제안, 천안함 실종자 구조 염원과 사고 원인 진상 규명을 위한 촛불을 듭니다. 함께 하실 분 내일 오후 7시 대한문 앞으로 와주세요. 혼자라도 시작합니다’라는 최승국씨의 트윗에서 시작됐다. 최씨는 “천안함 침몰 관련 뉴스를 보다가 답답한 심정에 트위터를 통해 촛불집회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날 밤부터 집회 전까지 그를 팔로하는 수십 명이 참가 여부를 답했고,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1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녹색연합 사무처장직을 맡고 있는 최씨는 “한 단체의 사무처장 입장이 아닌 한 명의 국민으로서 순수하게 무사 귀환을 빌고 싶었다”면서 “앞으로 이런 모임을 만들거나 참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트위터를 통해 촛불집회 사실을 알고 참가했다는 임태훈씨는 “규모는 작아도 마음 맞는 이들이 하루만에 뜻을 모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 트위터의 힘”이라고 말했다. 이번 집회에서 볼 수 있듯이 트위터는 온라인 상의 정보 확산만이 아니라 실제적인 사회운동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사회운동 도구로써의 트위터는 정부 정책을 감시, 견제하는 방식으로 이미 활용되고 있다. 4대강 사업 감시단을 자처한 ‘정서적 모니터링’이 대표적이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일반시민과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트위터를 통해 4대강 사업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사진이나 글을 통해 전달하는 일을 한다. 이 단체에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 김호영씨는 “전문적 접근이 아니라 일반 시민의 눈으로 본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서로 공유하고 나아가 여론은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빠르게 정보를 공유한다는 트위터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활동”이라고 말했다.

트위터로 대표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온라인을 통한 정보의 빠른 확산뿐만 아니라 실체가 있는 사회운동 도구로써 활용이 뚜렷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민경배 교수는 “스마트폰의 빠른 대중화로 트위터의 활용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기존의 커뮤니티 대안이라는 개념보다는 새로운 사회운동 도구로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석빈 인턴기자 zomby0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