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태환이를 혼낼 사람이 필요하다”

조오련의 쓴소리, “수영계에 태환이만 있는 게 아니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가 8월4일 심장마비로 타계했습니다. 현재 판매 중인 위클리경향 837호 '태환이를 혼낼 사람이 필요하다' 기사는 수영선수 박태환 선수의 부진과 관련해 유명 수영선수 출신인 조씨가 박선수의 재기를 바라면서 대선배로서 충고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담은 것입니다. 조씨의 인터뷰 기사를 담은 위클리경향이 시판 중인 상황에서 조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돼 독자 여러분께 본의 아닌 혼란을 드리게 됐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편집자주>

33번째 독도 회영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의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 조씨는 박태환 선수가 연습이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경향신문>

스포츠계는 뜨고 지는 별이 많다. 특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스타 대접을 받는다. 인기 연예인 못잖게 쇼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치고, CF도 찍게 된다. 그러나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외로운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이때 고통스러운 선수 생활을 이겨내면 스타로 남지만, 이겨내지 못하면 한순간에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간다. 김연아처럼 한때 ‘국민 여동생’으로 불린 사격의 강초현. 올림픽 이후 쏟아지는 언론의 관심 때문에 컨디션을 찾기 힘들었고, 부산전국체전 결선에서 꼴찌를 기록한 후 “제발 저 좀 놔 주세요”하고 울먹이기까지 했던 일화는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박태환의 부진으로 수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도 후배 박태환에게 애정 어린 쓴소리를 했다. 박태환을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지만 한국 수영계의 발전을 위해 후배가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코치와 선수 따로 출국해 놀라
조씨는 가장 먼저 박태환의 연습 부족을 지적했다. “400m 첫날 예선 경기를 보기 전에 집사람에게 ‘태환이는 이번에 힘들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어깨 한쪽에 욕심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욕심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연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드럽게 팔을 돌려야 하는데 바퀴가 덜컹거리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사진을 통해 박태환의 어깨부터 살펴봤다. 베이징올림픽 때의 사진과 이번 세계선수권 사진을 비교해 보니 어깨 근육에 차이가 많았다. 몸은 성장하는데 연습을 철저히 하지 않은 부조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수영 선수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몸이 굳어진다. 10대 몸과 20대 몸은 달라지는데 그것을 이겨내려면 투철한 체중관리와 연습이 필요하다. 태환이는 현재 몸만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상대로 박태환의 예선 탈락 소식을 들었을 때 한숨부터 나왔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때부터 박태환에 대한 기사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조씨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노민상 코치와 박태환 선수의 ‘따로 따로’ 출국이다. “코치가 선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관리해야 하는데 패션지 촬영 때문에 선수가 먼저 출국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태환이는 그런 주변 환경 때문에 정상적인 리듬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태환이를 혼낼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후배에게 전담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전담팀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고, 심지어 물이 몸에맞지 않는다고 한국에서 공수해 왔다는 기사에 말문이 막혔다. 고생을 모르는 후배를 보는 것 같아서다. 코치도 없이 뮌헨올림픽에 출전했던 자신을 생각하면 시대가 너무 많이 변한 것 같았다.

“태환이는 시합에서 돌아온 후에 잘해야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초발심’을 한국에 돌아와서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연습하고 싶으면 하고, 놀고 싶으면 노는 게 말이 되나. 코치 한 명은 태환이의 그런 모습을 보고 그만두지 않았나. 이젠 박태환이 아닌 유명 수영선수 박태환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조오련씨는 마지막으로 수영계에도 쓴소리를 했다. “수영계에 태환이만 있는 게 아니다. 접영 선수도 있고 평영 선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태환이만 편애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렇게 되면 태환이가 대표팀에 들어가도 선수들과 사이가 좋아질 수 없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큰 애정을 가지고 지원해야 할 때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