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베스트 원]“새만금은 지역사업 아닌 국가사업”

강현욱 새만금코리아 이사장, “내년 봄부터 사업 본격 시작해야”

개발이냐 환경 보존이냐를 둘러싸고 17년간 지루한 논쟁을 벌여온 새만금사업이 이명박 정부의 강력한 친개발 기류를 타고 조속히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는 10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새만금 내부토지개발 기본구상 변경안’을 최종 확정, 발표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주요 공약으로 내건 ‘새만금을 동북아의 두바이로’ 만들겠다던 구상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강력한 추진에 더해 민간에서도 새만금사업에 정책 구상과 각종 자문 역할을 할 싱크탱크집단이 출범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농림부 장관, 환경부 장관, 국회의원, 전북도지사 출신의 강현욱 전 지사는 9월 23일 여의도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새만금사업의 민간정책자문그룹을 자임하며 ‘새만금코리아’를 출범시켰다. 강 전 지사는 이번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새만금TF에도 참여해 새만금 사업의 조기 추진을 위해 앞장서온 주인공이다.

▶‘새만금코리아’를 만든 배경은 무엇인가.
“새만금코리아는 정부하고 관계없는 순수 사단법인이다. 국가적 대역사인 새만금사업이 그동안 전라북도만의 사업으로 인식되어온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새만금 사업은 단순히 새로운 농지를 만드는 사업에서 국가의 신성장동력을 만드는 국가적 사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금까지 다른 지역 사람에게 새만금사업에 대한 올바른 홍보와 인식이 없었다. 새만금코리아의 창립 취지는 정부에서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을 각계 각층의 전문가를 참여시켜 홍보와 연구기능을 할 민간싱크탱크의 역할을 하자는 의도로 출범했다. 새만금연구소도 만들고 다음 달쯤에는 각계 전문가를 모시고 포럼도 준비하고 있다.”

▶농지 개발 위주에서 개발 용지 위주로 바뀐 시점에서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정부가 작년에 제정한 ‘새만금특별법’에는 총론에는 공감하지만 각론에서는 논의가 다소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새만금사업의 개발 방향이 농지 중심에서 산업 중심으로 개념이 바뀌었으므로 이번에 추진체계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바뀐 것은 환영할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획기적인 투자 유치 개선책이다. 농지를 만들려면 농지기금을 가지고 만들면 되고 외자를 유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농지가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면 외자(外資)와 민자(民資)가 필요하다. 따라서 달라진 개발 계획을 효율적으로 이행하려면 외자와 민자유치를 활성화할 획기적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자체 사업 성격인 기존 경제자유구역에도 그러한 유인책이 있는데 종래의 특별법에는 그런 유인책이 부족하다. 따라서 자본을 유치할 보완장치가 필요하고 국가계획사업인 새만금사업에서는 경제자유구역보다 더 큰 유인책을 줘야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추진 중인 특별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통과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새만금특별법 개정에는 정부입법과 의원입법의 방법이 있지만 정부입법은 법제처 심사, 공청회 개최, 입법예고기간 등 절차가 까다롭고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개인적으로 국회에서 의원발의로 입법을 추진하면 시간을 절약함은 물론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공감을 표시하는 일부 의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같은 민간단체의 입장에선 어느 방법이든 내년부터 개정법률에 의해 내년 봄부터는 새만금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년 중반까지 지지부진해지면 또 1년가량을 허송세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사업이 대역사이긴 하지만 수질오염 등 환경단체의 반발도 만만찮다. 조속히 추진해야 할 근거가 있나.
“새만금사업은 서울시의 3분의 2, 여의도의 140배가량의 땅을 새로 만드는 사업이다. 우리 역사를 통틀어 우리 자력으로 만드는 최초의 거대한 땅이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엔 농지를 늘려보자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한마디로 기회의 땅이고,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땅이다. 세계적인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우리나라가 미래를 준비할 만한 지역이 새만금이라고 생각한다. 새만금은 단지 전북의 낙후지역 개발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치열한 국가 간 경쟁 속에 미래를 준비하는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 단체가 출범한 이유도 이러한 국민적 컨센서스의 합의를 위해 출범한 것이다.”

▶기존 경제자유구역 6곳이 지정되어 있지만 투자유치 등이 지지부진하다. 새만금만 지니고 있는 국제적 수준의 경쟁력이 있다면 무엇인가.
“새만금이 타 지역에 비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국제경쟁력이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첫 번째 요건은 저렴한 땅값이다. 국내에서 3.3㎡당 20만~30만 원대에 개발토지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은 새만금뿐이다. 둘째로, 국제적 수준의 규모다. 중국의 상하이에는 공단 하나가 4억9500㎡(1억5000만 평)다. 규모가 적으면 앞서갈 수 없다. 새만금은 3억9600㎡(1억2000만 평)으로 동북아에서 중국 정도를 빼고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규모다. 셋째로, 새만금의 개발토지는 100% 정부소유라는 점이다. 민간소유의 토지가 없기 때문에 분쟁이 없고 외자 유치도 정부의 강력한 주도로 추진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새만금사업은 큰 양복지에다 마음대로 재단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이미 경쟁국가인 중국의 산업단지가 경쟁력을 확보한 것 아닌가.
“동북아는 이미 세계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24%를 차지하는 중국·일본·한국의 GDP(국내총생산) 합계는 전 세계의 19%를 차지한다. 미국의 GDP가 현재 전 세계의 29%지만 향후 중국이 계속 7%대를 성장하고 일본과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성장하면 동북아가 가장 큰 세계 경제 규모를 형성할 것이다. 경제 중심의 특징은 사람, 물건, 돈, 정보가 축적된다는 것이다. 향후 그 중심에 새만금이 있을 것이다. 새만금은 자연여건 상으로도 투자의 최적지다. 중국의 상해, 청도 같은 지역보다 수심이 깊어 항만접지로도 최적이다. 새만금의 수심은 24m로 30만t급 배가 마음대로 접안이 가능하다. 또 국제적 규모의 공항과 넓은 배후단지 등이 장점이다. 외국 기업유치 면에서 중국은 우리와 경쟁관계이긴 하지만 최근 당강령을 통해 자국기업의 해외 공장 이전을 허용했다. 중국 청도는 우리나라 기업이 3000~4000개가량 진출해 있다. 첨단기술이 필요한 중국 기업들이 직접 한국 기업과 교류할 수 있는 곳이 새만금이다. 새만금은 향후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의 국제협력의 시범지역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국적기업들도 최근 ‘차이나+1’ 정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긴 하지만 올인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다국적기업이 중국 옆에 헤드쿼터 격인 투자처를 구하는데 지리적으로나 땅값, 항만, 배후도시 등에서 새만금이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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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을 친환경 개발의 표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당위성도 있다.
“농지가 71.6%에서 30%로 줄었지만 환경용지가 (수초·환경정화용지·습지 등) 10%에서 21%로 늘어났다. 새만금은 이미 17년간 환경보존이라는 이슈가 논란이 된 지역이기 때문에 환경에 특히 역점을 둬야 한다. 33㎞에 이르는 방조제 내측에 나무, 잔디, 꽃을 심어 세계 최초로 그린방조제를 만든다. 이명박 정부도 녹생성장, 저탄소운동을 역설한 만큼 국제 추세에 맞는 환경 대책이 반드시 뒤따를 것이다. 새만금이 세계적인 환경시범지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글·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