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베스트 원]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소 | 전남 영광 솔라파크

차세대 에너지에 도전한다

전남 영광군 성산리 일대에 자리 잡은 국내 최대의 영광 솔라파크 전경. <영광 솔라파크 제공>

‘성공’이라는 말은 참신하지 않다. 매우 친숙한 단어다. 그렇지만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울렁인다. 우여곡절 끝에 성공한 사람의 체험담에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감동을 얻는다. 불가능할 것 같던 일을 갖은 고생 끝에 현실로 만들어가는 성공 기업의 사례는 가슴이 벅차오르게 한다.

특히 그런 기업가와 기업이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고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 그 기쁨은 배가될 것이다. ‘위클리 경향’은 세계 제일, 세계 최고의 성공을 꿈꾸는 한국 기업을 찾아나섰다.

전남 영광 성산리 일대 6만4000㎡(1만8000평)에 1만5000개의 ‘까만 유리창’이 쏟아지는 태양빛을 온전히 받고 있다. 질서정연한 바둑판 모양의 넓디넓은 김 양식장이 마치 육지에 펼쳐져 있는 듯하다. 끝없이 늘어선 유리판이 햇볕(태양광)을 모아 에너지로 만드는 직광판(모듈)이다. 태양광의 강도에 따라 원자력발전소 제3발전소 기계실 계기판 글자는 1247, 1578, 1923, 1647 등으로 순식간에 바뀐다. 발전량이 실시간으로 기록되는 것이다. 이곳이 바로 태양의 청정에너지를 활용하여 한국 최대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발전소, ‘영광솔라파크’다.

영광솔라파크는 2006년 7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전남 영광군이 투자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착공했다. 1차로 지난해 5월에 1단계 1.25㎿/h 설비를 상업운전한 데 이어, 지난 4월 1.75㎿/h 설비를 준공했다. 건설비로 약 250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솔라파크의 영광 유치업무를 담당했던 이춘식 영광군 의회법무계장은 “3㎿/h 이상 태양광발전소 건설의 결정권은 중앙정부가 갖고 있었다”면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수월하게 솔라파크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중앙정부도 온실가스를 저감하기 위해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얘기다. 영광은 국내에서 가장 일조시간이 길다. 또 태양광발전소 건설 사업의 주최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입지한 것도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했다.

영광솔라파크에서 생산하는 시간당 전력량은 3㎿/h다. 모듈 한 개에서 1시간당 약 200W의 전력을 생산하는 셈이다. 3㎿/h는 1500여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영광솔라파크를 가동하면서 연간 5400배럴의 원유 대체와 연간 2200만t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요즘과 같은 고유가와 이산화탄소 문제가 국제적 문제로 대두하는 상황에서는 최적의 에너지인 셈이다.

고유가시대 신성장동력의 ‘실험장’

영광솔라파크는 발전 규모 면에서 세계적 수준의 태양광발전소와 비교하기에는 왜소하다. 지난 6월에 발전을 시작한 독일 ‘발트폴렌츠 솔라파크’는 현재 243㎿/h의 발전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이 솔라파크의 면적은 축구장 200개를 합친 크기다. 스페인의 베니샤마(Beneixama)는 20㎿/h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력만큼은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게 한수원의 얘기다. 김동철 한수원 신재생에너지사업시장은 “사실 영광솔라파크를 건설할 때 포장된 모듈을 수입해 썼다”면서도 “그러나 우리의 기술이 부족한 게 아니라 전혀 새로운 시장이어서 국내 모듈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한수원이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면서 국내 시장이 형성됐고 태양광 발전의 핵심기술은 광(光) 에너지를 집적할 수 있는 모듈의 성능도 매우 우수해졌다”고 강조했다. 영광솔라파크 건설을 계기로 속속 태양광발전소 건설붐이 일고 있는 것도 모듈의 국내 시장 형성에 고무적 현상이다. 영광솔라파크 운영을 계기로 부산시는 5㎾ 규모의 솔라파크를 3개 건설할 계획이다. LG도 태안에 14㎾, 삼성은 김천에 20㎾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영광솔라파크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배재철 영광원자력본부 제3발전소 3발운영실 운영부장은 “영광솔라파크는 세계적 수준은 아니지만 그런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면서 “모듈의 생산원가를 1달러 수준으로 낮추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현재의 모듈 원가는 4달러를 웃돌고 있다. 모듈의 원가가 비싸다 보니 전력 생산 단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영광솔라파크에서 1㎾/h를 생산하는 데 드는 원가는 677원(엄밀히 말하면 한전이 영광솔라파크에서 사가는 가격)이다.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할 때 원자력발전 원가는 35원, 수력발전 원가는 143원이다. 영광솔라파크에는 2세대로 불리는 박막형 태양전지를 쓰지 못해 그만큼 원가 비용이 높아진 것이다.

영광 솔라파크는 한국의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영광 솔라파크 제공>

이처럼 원가 부담이 크지만, 영광솔라파크의 존재 의미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고유가시대의 미래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신성장동력으로서 ‘실험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는 1배럴당 120달러의 고유가시대에 진입했다. 앞으로도 저유가시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제3 오일쇼크’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화석 자원의 빈국이다. 수입한 화석 연료를 태워 산업화를 일궈낸 한국의 입장에서 에너지 위기는 곧 지속 성장 기반이 위협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대체에너지 투자와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전기가 된 게 바로 영광솔라파크다.

이산화탄소 발생 없는 친환경시스템
태양광발전은 그 자체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으로부터 실리콘 소재인 잉곳(Ingot)을 만들고 이를 웨이퍼로 가공한다. 이를 이용해 일종의 반도체인 태양전지 셀을 만들고 다시 셀들을 모아 모듈을 생산한다. 이렇게 태양전지에서 생산한 전기에너지는 한데로 모여 인버터를 통해 교류로 전환된다. 다시 승압 과정을 거쳐 가정용이나 상업용으로 쓸 수 있도록 전송된다. 태양전지로 전기에너지를 생산해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발전소 건립도 필요하다. 이처럼 태양광 사업은 소재, 반도체, 전기 등 다양한 산업과 연관성을 갖고 있다. 햇빛을 받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은 한마디로 ‘종합예술’인 셈이다.

그뿐 아니다. 21세기는 저탄소 경제의 시대다. 과거 이산화탄소의 다량 배출이 곧 산업화에 성공을 의미했다면 21세기는 지속성장의 장애가 된다는 얘기다.

2005년 2월 16일 발효된 교토의정서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시장 원리를 도입했다. ‘교도메커니즘’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만들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에 가격을 매겨 서로 사고팔 수 있다. 감축 목표보다 더 적게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이를 다른 나라에 팔 수 있다. 반대로 목표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국가는 다른 나라에서 배출권을 구매해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시장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이산화탄소 다이어트’ 방법으로 태양광발전소는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 중 하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대학의 조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1㎾/h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석탄을 이용할 때 914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천연가스에선 751g이 나온다. 가장 친환경적 발전 연료라는 우라늄(원자력발전)에서도 60g이 발생한다. 태양광발전은 단 1g도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시스템이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 정책에 부응하고 한수원의 미래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한수원이 영광솔라파크 준공을 계기로 태양광과 고리풍력, 인천만 조력발전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7대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한 것도 이런 흐름과 일치한다.

김동철 한국수력원자력(주) 신재생에너지사업실장
“태양광 시장 선도 민간업체 참여 유도”

영광솔라파크는 한국 태양광 발전소 건설의 모델이다. 영광솔라파크의 건설 이후 한국에도 태양광 발전소 건설붐이 시작됐다. 지방자치단체로는 경북·부산 등이 태양광 발전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설정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과 LG 등도 태양광 산업에 진출, 경북 김천과 충남 태안에 영광솔라파크의 5배에 이르는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을 선도한 김동철 한국수력원자력(주) 신재생에너지사업실장을 통해 한국의 태양광 발전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영광솔라파크가 한국의 태양광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데.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전)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대용량 태양광 발전을 시도하면서 다른 지자체와 기업도 태양광 발전에 나서고 있다. 공기업인 한수원이 태양광 시장을 선도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영광솔라파크를 건설할 당시 제품 국산화를 꾀했는데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국내 공급 시장의 여력이 여의치 않아 조립된 모듈을 수입해야 했다. 많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문제가 자연히 해소되어가고 있다. 영광솔라파크가 건설되면서 국내 제조업체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제품 국산화에 나서면서 국내 태양광 발전 수준이 크게 업그레이드됐다.”

영광솔라파크가 준공되기까지 적지 않은 난관을 극복했을 텐데.
“한수원은 원자력 발전이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설비를 다룬다. 태양광 발전은 상대적으로 원자력 발전보다 단순하다. 최초 건설이라는 부담은 있었지만 적어도 기술적인 문제는 전혀 없었다.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 및 운영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거기다가 정부와 관련 지자체인 전라남도와 영광군에서 인허가를 적극 지원해줬고 경동솔라와 대우엔지니어링도 설계, 기자재 공급 및 시공에 전심전력해준 덕분에 큰 무리 없이 계획대로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한국 태양광 발전소의 기술 수준을 평가한다면.
“영광솔라파크 이후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이 투자와 기술 개발에 나섰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이다. 영광솔라파크는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세계 최고였으며 이제는 국내 반도체 기술과 연계하여 곧 우리나라가 태양광 발전 기술을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한수원)가 추구하는 것은 완전한 국산화다. 자국의 제품을 써야 국내 시장에서 형성되고 발전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코리아 베스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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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소의 관건은 태양에너지를 어떻게 저장하느냐 아닌가.
“무한한 태양에너지의 변환과 저장 등 관련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경제성 또한 지속적으로 향상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이 원자력과 맞먹는 그날이 어서 빨리 와서 인류가 에너지 문제에서 해방되었으면 한다.”

올 6월에 준공된 독일의 태양광 발전소는 모듈 대신 박막필름을 사용했는데.
“사업 추진 당시 박막 태양전지는 아직 기술 개발 단계였다. 지금도 상용화되기 직전의 단계라고 보면 된다. 영광솔라파크는 일반적인 모듈 시스템을 적용했지만 당시로선 세계 최첨단의 기술을 적용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