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국수입육협의회 대표성 논란

안전성 홍보 일관·수입업계 자율 결의 강조, 정부와 교감 의심

지난 6월 26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관보에 게재되면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이 재개됐다. 지난해 10월 뼛조각이 발견되면서 검역이 중단된 이후 검역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30개월 미만 미국산 뼈 없는 살코기 5300t이 검역에 들어갔다. 대형 마트에서는 여전히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판매를 유보하고 있기에 검역을 통과한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업체 직영점을 중심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특히 공개적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에이미트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에이미트는 지난 5월 중순 조직된 한국수입육협의회(가칭 이하 수입육협의회)의 초대 박창규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직영 정육점이다.

박창규 회장은 수입육협의회의 대표 자격으로 많은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정당성과 안전성을 적극 주장하면서 ‘뉴스메이커’가 됐다. 박창규 회장이 대체 어떤 인물인지, 그리고 수입육협의회가 과연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업체를 대표하는 곳인지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다.

지난 5월 업체 대표 30여 명이 발의
정부가 위험물질 수입 거부 등 수입업계의 자율 결의를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이 단체가 급조된 느낌을 준다는지, 전문가의 지적과 달리 일관되게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홍보하고 있다는 점 등이 그 근거다. 특히 국내 육류 수입·유통업계 관계자 커뮤니티 중 가장 회원이 많은 ‘미트피플’에서 수입육협의회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육협의회가 정부와 교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박창규 회장이 운영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 에이미트는 메이저는 아니다. 쇠고기 수입업체 메이저는 ‘이네트’ ‘한중푸드’ ‘제니스’를 꼽는데, 이들 업체 역시 수입육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박창규 회장은 1982년 한국냉장의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쇠고기 수입 시장에 뛰어들었다. 박 회장은 “쇠고기 수입 일을 하기 전에는 공구상을 했지만,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다”면서 “제대 후 수입 쇠고기 대리점을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미국산 쇠고기는 1982년 4월부터 1984년 6월까지 1차 수입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정부 주도로 ‘쿼터제’를 실시할 때였고, 한국냉장과 축협에서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가능했다. 박 회장은 한국냉장에서 수입한 쇠고기를 판매하는 한냉유통이라는 대리점을 운영한 것. 2001년 한냉유통을 에이미트라는 이름으로 바꾼 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박 회장은 26년간 수입업체를 운영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인물이다.

박 회장은 “수입육협의회를 만든 것은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다”면서 “업체 대표들이 MBC나 KBS가 미국 쇠고기에 대한 정보를 잘못 주고 있다고 생각했고, 업체의 목소리를 한곳에 모을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모였다”라고 밝혔다. 30여 명의 업체 대표는 지난 5월 14일 처음 모여서 수입육협의회의 필요성을 공감했고, 초대 회장으로 박 회장을 추대했다.

93년 설립된 수출입협회와 달라
그 후 박 회장은 여러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수입육협의회를 선전하기 시작했다. 수입업체에 공문을 돌려서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한다’는 자율결의를 발표했고 자율결의에 동조하는 업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7월 4일 현재 130여 개 업체가 자율결의에 참여했고, 70여 개 업체가 참여를 희망한다고 박 회장은 밝힌다. 박 회장은 정부와 교감에 대해서 “정부와 교감한 것은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수입육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하이푸드 박봉수 대표 역시 “박 회장이 조금 시간이 있다고 해서 초대 회장으로 추대한 것이다”라면서 “우리는 친정부적인 조직이 아니라 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KRSC의 한 지점장은 “메이저급 업체 대표들은 나서기를 부담스러워했다”면서 “박 회장은 업체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중견업체이기 때문에 총대를 멘 것이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수입육협의회에 참여하지 않는 쇠고기 수입업체는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입육협의회에 참여하지 않은 ㅎ영농 대표는 “한국에 수입업체만 1000여 개나 되는데, 어떻게 몇몇 가까운 사람끼리만 모여서 조직을 만들 수 있나”라면서 “만일 그런 단체를 만들려면 업체에 연락할 텐데, 공문이나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마장동에 있는 ㅍ수입업체의 직원은 “그쪽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잘 팔린다고 하는데, 마장동에 나와 보면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면서 “식당에서는 미국과 가깝다는 이유로 멕시코산 쇠고기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사)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수출입협회)와 대표성 논란도 생기고 있다. 1993년 설립한 수출입협회는 CJ푸드시스템, 대한제당, 농협중앙회 목우촌 등 61개사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김남철 회장은 “우리는 원래 돼지고기 수출 관련 업무를 중점으로 했기 때문에, 쇠고기 수입을 하는 업체는 별로 없다”면서 “우리가 박창규 회장에게 협회에 가입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 이유는 육류의 수급 안정을 위해서 수입업체와 수출업체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수입육협의회에 대해서 “박 회장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조직을 운영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입육협의회는 7월 13일에서 17일 사이 창립총회를 열 계획이다. 박 회장은 “수입육협의회가 어떻게 운영하고, 어떤 모습으로 활동할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참여업체와 함께 이야기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 한국수입육협의회(가칭) 박창규 회장
“자율 결의한 업체는 모두 130여 개”

박창규 회장이 기자에게 백지에다 그림을 그리면서 미국산 쇠고기가 왜 안전한지 설명하고 있다. <최영진 기자>

한국수입육협의회에 가입 의사가 있는 업체가 얼마나 되나.
“7월 4일 현재 자율결의를 한 업체가 130여 개고, 70여 개 업체가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는 업체는 300여 개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한국수입육협의회에 대한 대표성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 단체를 인정하든 안 하든 간에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정보가 잘못 전달되고 있다는 생각에 모인 것이다. 이곳에 참여한 업체 대표는 오랫동안 고기 장사를 해온 사람들이다. 우리가 인정받든 못 받든 쇠고기 수입업체의 목소리를 전달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한국수입육협의회에서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 때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제안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나.
“우선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하지 않을 것이고, 3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의 뇌와 눈, 머리뼈, 척추 등을 수입하지 않기로 자율결의했다. 그리고 수입육협의회가 수의사를 두고 수입업체의 검역신고를 대행하는 ‘검역신고 대행’과 검역 이후 유통 과정까지 체크하는 ‘유통이력제’를 발표했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려면 원산지 표기 조기 정착이 가장 필요하다.”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많은데.
“안전한 쇠고기를 수입하는 데 필요한 것이니 우선은 해보자는 것이다. 미국 업체의 이야기를 어떻게 믿느냐고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오랫동안 미국 메이저급 업체와 거래해왔다. 미국은 호주와 달리 비즈니스 관계가 아주 철저해 믿을 수 있다.”

협회 설립과 관련해서 정부와 교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지난 5월 15일 관보에 고시된다는 얘기를 듣고, 5월 14일 업체 대표 30여 명이 처음 모였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정보가 잘못 전달되고 있다고 생각했고, 우리의 목소리를 모으자는 의견이 나와서 수입육협의회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정부와 아무런 교감도 없고 관계도 없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