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톱 CO2]탄소펀드에 투자, 지구를 구하자

2000년부터 세계은행서 운용 시작… 우리나라도 조성 준비 중

지구의 날을 맞이해 환경재단 소속 인사 등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 물질 사용 감축을 촉구하는 ‘STOP CO2’ 조형물 제막식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펀드(fund)란 금융이나 실물 자산 등 특정한 자산에 투자하고 그 결과로 발생한 이익을 분배하기 위해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금을 말한다. 그리고 펀드 투자는 투자자 자신이 직접 투자에 관한 의사 결정을 통해 자금을 운용하는 대신 전문적인 펀드 운용회사가 투자자를 대신하여 자금을 운용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간접 투자 방식을 취한다.

펀드 투자는 자금 운용에 관한 전문 인력과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 운용기관이 운용하고, 또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 및 분산 투자가 가능하고, 다양한 금융 기법을 동원하여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금융시장의 성장과 새로운 금융 기법의 도입으로 지난 몇 년간 펀드 투자가 국내에 유행하기 시작했다. 펀드의 종류와 이름도 다양하여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를 벗어나 부동산 펀드, 한우 펀드 등 부동산 및 실물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까지 등장했으며, 최근에는 탄소 펀드(혹은 카본 펀드)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탄소 펀드는 실물 자산에 투자하는 일반 펀드와는 달리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인 온실가스 배출권에 대해 투자할 목적으로 조성하고 운용한다.

탄소 펀드란
탄소 펀드는 탄소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획득하거나 획득한 배출권으로부터 발생하는 금전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조성된 펀드로, 탄소 펀드가 투자 대상으로 하는 온실가스 배출권은 온실가스 감축사업이나 온실가스 배출총량의 할당을 통해 발생한다. 탄소시장과 온실가스 배출권은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선진국들로 하여금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를 강제적으로 감축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교토의정서에 의해 탄생했고, 유럽연합 회원국들 간에 시행되고 있는 EU 배출권 거래제 등에 의해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2003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탄소 시장은 그 해 3억3000만 달러에서 거래를 시작하여 2006년에는 300억 달러로 그 규모가 급속히 커졌고, 2010년에는 약 1500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사업은 복잡한 과정과 국제적인 규정 등에 대해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개별적인 수요자가 이러한 사업에 투자하고 수익을 얻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펀드 투자가 지닌 장점을 살리기 위해 세계적으로 여러 종류의 탄소 펀드가 운용되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인 탄소 펀드는 교토의정서에 의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를 지고 있는 선진국들이 저비용으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획득하기 위해 운용하고 있으며, 투자자는 주로 선진국 정부 혹은 선진국의 대기업들이다.

투자 자금의 운용은 세계은행, 전문 컨설팅 회사, 국제 개발 은행, 민간 금융 기관 등이 맡고 있다. 선진국보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 비용이 저렴한 개도국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투자하여 좀 더 싸게 배출권을 확보해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를 용이하게 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출권 중개 등을 통한 거래 차익을 노리는 중개회사나 컨설팅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내외 탄소 펀드
탄소 펀드의 효시는 세계 은행에서 2000년 4월부터 운용하기 시작한 PCF(Prototype Carbon Fund)로, 규모는 1억8000만 달러다. 세계 은행은 현재 PCF를 비롯하여 10여 종의 탄소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해외에서 운용하고 있는 탄소 펀드는 순수 정부 자금으로 구성된 것, 순수 민간 자본으로 구성된 것, 그리고 정부 자본과 민간 자본의 혼합형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세계적으로 40여 종의 탄소 펀드가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금액으로는 약 50억 유로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확인된 것만도 달러로 투자된 펀드가 약 24억 7000만 달러, 유로로 투자된 펀드는 약 10억 유로 이상이 있고, 그 밖에 스웨덴·덴마크 등이 자국 통화로 탄소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또 투자액을 정하지 않고 배출권으로 6000만t을 구매하고자 계획하고 있는 펀드도 있다.

정부에서 직접 운용하거나 자국의 금융기관을 통해 펀드를 운용하는 나라로는 일본·오스트리아·벨기에·독일·네덜란드·핀란드·덴마크 등이 있으며 10여 종에 6억 유로의 자금을 투자하고 있고, 추가로 1000만t의 배출권을 구매할 계획이다. 민간 금융 기관이나 브로커가 운용하는 민간 펀드도 약 10억 유로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2000억 원을 목표로 탄소 펀드를 조성하고 있으며 곧 투자가 실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 운용되고 있는 탄소 펀드의 투자자들은 모두 온실가스 배출권의 직접 수요자인 선진국 정부와 대기업이고, 일반 개인 투자자는 아직 탄소 펀드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고 일반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면 일반 펀드와 마찬가지로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가능한 탄소 펀드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펀드와 달리 탄소 펀드 투자는 금전적 이득과 함께 지구환경을 보호하여 후손에게 살기 좋은 지구를 물려준다는 명분도 따르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자신들의 투자 행위에 대해 자긍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외국에는 확보한 배출권을 이득을 위해 거래하거나 보유하지 않고 소각함으로써 소각량만큼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영원히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일반 대중, 특히 어린이들에게 지구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자신이 직접 지구환경 보호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대단히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다.

이명균<계명대 에너지환경계획학과 교수>

이명균1964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1995년부터 1999년까지 LG경제연구원 환경연구실장을 지냈으며 2000년부터 2005년까지 UNEP Risoe Centre에서 기후변화조정관을 맡았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한국 대표와 당사국총회 UNEP 대표를 맡기도 했다. 2005년부터 계명대학교 환경대학 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자원경제학회 이사, 에너지기후변화학회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