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톱 CO2]우린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나

회사원 박씨 부부 1일 평균 40.9㎏… 재택근무자는 더 많아

회사원 박정훈(35)씨는 보험영업직에 종사하고 아내와 사이에 3살 난 아이가 있다. 분당에서 30평대(109㎡) 아파트에 거주하는 박씨는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온수로 샤워를 하고 전기면도기를 이용해 수염을 깎은 후 드라이기로 머리를 손질한다. 그런 다음 아내가 준비한 전기 스토브에서 갓 구운 빵과 함께 전자동 커피 기기로 내린 원두커피를 마신다. 아내는 아기에게는 우유와 딸기 또는 바나나 등을 믹서기에 갈아 만든 주스를 먹인다. 박씨는 전날 충전한 휴대전화 배터리 2개를 모두 챙긴 후 집을 나선다.

그의 직장은 강남에 있다. 그는 매일 중형 승용차를 이용해 출퇴근한다. 사무실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컴퓨터를 켜는 것. 오늘 만날 고객을 체크한 후 전화로 약속을 잡는다. 고객에 필요한 자료를 프린트한 후 자동차를 타고 사무실을 나선다. 운전할 때는 좋아하는 최신 발라드 음악을 틀어놓고 잠시지만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고자 한다. 하지만 영업을 하다 보니 휴대전화 사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음악에 심취하고 싶어도 연방 전화벨이 울리고 자신이 상대방에게 거는 횟수도 많다.

아침에 눈떠서 잠들 때까지 계속
박씨가 출근하면 아내 유지현(34)씨는 진공 청소기로 집 안을 청소하고, 아기가 하루에도 몇 번씩 갈아입는 옷이 많아 이틀에 한 번꼴로 세탁기를 돌린다. 그런 다음 따뜻한 물로 아기와 함께 목욕을 한다. 화장품 냉장고에서 화장품을 꺼내 얼굴을 손질한 유씨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서핑을 하고 친구들의 미니홈피를 기웃거린다. 점심을 대충 때운 후 오후에는 DVD 플레이어를 이용해 영화를 보거나 아기가 있는 이웃들과 만나 수다를 떤다.

오후 5시가 되면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전기밥솥에 밥을 얹히고 냉장고를 연다. 주말에 남편과 사둔 찬거리를 살펴본 후 재료에 맞는 찌개를 포함해 몇 가지 반찬을 만든다. 남편이 돌아오면 저녁식사를 함께 한 후 TV를 보다가 잠이 든다. 박씨 부부가 사는 집은 아기가 있기 때문에 늘 공기청정기와 가습기를 틀어놓는다.

3인 가족의 박씨 부부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은 월평균 312kWh이고, 난방을 위한 도시가스 사용량은 월간 227㎥이다. 이를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박씨 부부 가정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은 606㎏이고, 1인당 1일 배출량은 6.7kg 정도로 나타난다. 또 박씨가 근무하는 사무실에는 총 2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사무실의 월간 전력 사용량은 4382kWh이고, 난방을 위한 도시가스가 183㎥이 사용된다. 이들 전력과 도시가스의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근무 인원으로 나누면 1인당 4.1㎏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박씨가 왕복 60㎞ 거리의 사무실까지 출퇴근하기 위해 휘발유를 사용하는 중형 승용차에서 배출하는 1일 이산화탄소량은 11㎏. 또 고객 상담을 위한 외근 시 평균 100㎞를 승용차를 이용해 이동하기 때문에 여기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도 1일 19㎏이다.

이 모든 것을 합했을 때 박씨 부부가 1일 평균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40.9㎏이다.

또 다른 사례는 오피스텔에서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미혼 여성 최민영(29)씨. 최씨는 재택 근무를 하기 때문에 출퇴근하기 위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진 않으나, 일상 가정생활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도시가스 이외에 컴퓨터, 프린터, 스캐너 등의 전자기기를 재택 근무에 이용하고 있다. 또 근무시간에 오피스텔 난방을 위해 도시가스를 이용한다.

최씨가 월평균 사용하는 전력량은 360kWh이며, 난방을 위한 도시가스 사용량은 183㎥이다. 이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을 1일로 환산하면 최씨는 생활과 개인 업무를 위해 매일 40.5㎏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이동수단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외하고 가정 및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전력 및 도시가스 사용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하면, 10.9㎏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박정훈씨 부부에 비해 재택 근무를 하는 최민영씨가 40.5㎏으로 4배 가까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명이 재택 근무를 하기 위해 필요한 전자기기 및 난방이 여러 명이 사무실에 모여서 근무하는 형태와 비교했을 때 더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출퇴근할 때 승용차를 이용하는 박정훈씨와 비교하더라도 재택 근무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표1>참조).

대중교통 이용하면 크게 줄어
그렇다면 매일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중형 승용차를 이용해 출퇴근 및 영업활동을 하는 박정훈씨가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떻게 달라질까(<표2> 참조).

박씨가 매일 왕복 60㎞의 거리를 중형 승용차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버스 이용 시 4㎏, 지하철 이용 시 0.03㎏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승용차 대비 63.6%,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99.7% 정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영업활동에서 사용하는 승용차를 버스나 지하철로 대체할 경우 일일 평균 이동거리가 많은 박씨의 경우 개인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줄이는 데 가장 큰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도움말 | 에코시안 이가영 팀장>

에너지관리공단, 녹색연합, 국립산림과학원, 환경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계산기.(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온실가스 배출량 어떻게 산정하나

최근 교토의정서 발표 3주년을 맞이하여 탄소 중립 캠페인 출범식이 개최됐다. 이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주최한 제3차 기후변화대책 Week 행사를 통해 진행되었다. 탄소 중립 캠페인은 우리 생활 주변의 여러 에너지 소비 행위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뜻의 국민 참여 실천운동이다. 이 캠페인에 참가하는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부문별 탄소 중립 목표를 선언한 후, 이를 상쇄하기 위한 방안을 수립하고 실행하게 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일상생활을 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을 파악해야 한다. 녹색연합, 에너지관리공단, 환경부 기후변화포털 등의 웹사이트에서는 개인이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직접 산정할 수 있도록 탄소 배출량 계산기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계산기는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량과 난방에 사용되는 화석연료의 양, 그리고 이동할 때 사용하는 승용차에 드는 연료량 또는 지하철, 버스 등의 대중교통 이용시간을 통하여 개인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