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불평]한 집안 식구 맞습니까? LG텔레콤 광고

LG텔레콤 광고들.

3대 주요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 KTF, 그리고 LG텔레콤은 20세기 말부터 21세기를 여는 이 시점까지 대한민국 대표 광고품목으로 자리 잡은 이동통신 광고의 기준을 제시해왔다.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못지않게 매체량에서도 봇물을 터트리며 가장 현저히 눈에 띄는 품목이었다. 지난해 KTF의 ‘쇼를 하라’와 SK텔레콤의 ‘영상통화 완전정복’ ‘사람을 향합니다’ 시리즈를 떠올려보면 대한민국 광고계는 가히 이동통신 광고의 천국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회사에 못지않은 제작비와 매체비를 투여하고도 왜 LG텔레콤의 광고는 회자되지 못하고 손에 꼽는 광고 목록에 오르지 못하는 것일까? 2007년 한 해 LG텔레콤은 총 31편의 TV광고를 선보였다. 양으로만 따져도 대기업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수다스폰서 기분존, 캔유, Pass on, 17 마일리지, 주유할인 프로그램, 랩소디 인 뮤직폰 등 예닐곱 개의 품목 광고가 각기 다른 크리에이티브를 표출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수다폰은 수다쟁이 아줌마를, 캔유는 푸콘 패밀리를, Pass On은 자동차 안전테스트에 사용하는 더미를, 17 마일리지 서비스는 날개가 여럿 달린 비행기를, 그리고 최근에는 개그맨 김구라 부자와 가수 성시경을 등장시키는 등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는 제 각각의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그 모든 광고는 ‘쇼를 하라’나 ‘영상통화 완전정복’과 같은 핵심 슬로건으로 묶여 있지도 않을뿐더러, 비주얼의 통일감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다시 말해 도저히 같은 핏줄을 나눈 한집 식구라고는 보이지 않는 얼굴이 제 각각 자신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정말이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LG에서 이렇게 마케팅의 기본 원리를 무시한 광고활동을 펼칠 수 있는 것일까? 이것이 한 달 평균 20억, 1년에 250억 원에 이르는 광고비를 지출하는 기업의 이미지에 걸맞은 마케팅 활동인가?

물론 광고를 개별적으로 보면 나름대로 크리에이티브의 차별화를 위해 안간힘을 쓴 흔적은 보인다. 푸콘 패밀리나 더미, 여러 개의 날개가 달린 비행기를 등장시켜 시각적인 새로움을 통해 서비스의 콘셉트를 독특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통합 이미지다. 서비스가 다양하다고 해서 각기 다른 느낌의 광고를 제시한다면 언제 통합 브랜드 이미지가 구축되겠는가.

문화불평

지금 LG텔레콤에 필요한 것은 SK텔레콤과 KTF에 뒤진 이미지를 하루 빨리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것은 광고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다. ‘쇼를 하라’ ‘영상통화 완전정복’처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캠페인 하나쯤은 만들어낼 때가 된 것 아닐까. 올해부터 LG텔레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철저하게 변해야 한다. 여럿을 활용하던 광고대행사도 한 회사로 통합하면서 기업의 통일성이 있는 이미지를 구축해나가야 할 것이다. 혹자는 그들의 문제에 뭐 그렇게 열 낼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LG텔레콤의 고객이라면 타 회사에 비해 뒤지지 않는 제품 서비스뿐 아니라 광고 서비스도 받을 권리가 있다. 결국 광고비는 제품가격에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이박〈광고 불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