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장면]민주당 정풍운동과 ‘천·신·정’

당 쇄신 요구 지도부에 반기

꼭 6년 전 이맘때인 2001년 5월. ‘국민의 정부’가 국민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었다. 한때 80%를 넘는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김대중 정부는 20% 아래로 추락했다. 권노갑씨 등 대통령 측근들이 인사에 개입하는 등 비공식 라인이 지나치게 비대해졌기 때문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천·신·정’이라고 불리는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16대 국회)이 의기투합해, 당 지도부와 동교동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사진은 2001년 5월 25일 신기남 의원이 당 쇄신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천정배 의원에게서 건네받고 있는 모습이다. 당시 보스 중심의 정당문화에서 보스에 반기를 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후 ‘천·신·정’은 국민경선제 도입, 상향식 공천 등 정당 문화를 한 단계 발전시키며 주목받았다. 정치는 생물이라 했던가. 강고했던 ‘천·신·정’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신기남 의원과 정동영 전 의장은 2005년 4월 당의장 선거에서 개혁, 실용노선으로 갈라졌고, 신기남 의원과 천정배 의원은 열린우리당 고수파와 신당창당파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등을 돌렸던 ‘천·신·정’이 4월 21일 천정배 의원이 25일간의 단식을 끝내고 입원한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만났다. 이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30분간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작금의 정풍을 위해선 어제의 용사들이 어떤 의기투합을 할 수 있을까.

<권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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