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예능MC 캐스팅, 신동엽에 물어봐

개그맨 신동엽이 설립한 연예기획사인 ‘DY 엔터테인먼트’엔 유재석, 김용만, 이혁재, 노홍철, 송은이와 아나운서 강수정 등이 소속되어 있다. 이 중 상당수는 높은 몸값에도 불구하고 방송3사 PD들의 ‘모시기 전쟁’으로 인해 겹치기 출연이 다반사다. 일부 스타에 의존하는 현재의 안이한 방송제작 시스템이 스타군단을 이끌고 있는 연예기획사를 ‘방송권력화’하는 왜곡된 현상을 빚어내고 있다는데…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개그맨 MC들이 소속돼 있는 DY엔터테인먼트는 설립과 동시에 연예권력화에 대한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개그맨 신동엽이 새로운 ‘연예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연예 전문MC 및 개그맨 기획사인 ‘DY 엔터테인먼트(이하 DY)’를 설립하면서부터다. DY에는 현재 유재석, 노홍철, 김용만, 이혁재, 송은이 등 개그맨과 KBS 아나운서 출신 강수정이 소속돼 있다.

DY를 연예권력이라고 하는 저변에는 이와 같은 ‘맨 파워’가 있다. 신동엽 자신은 물론 소속 연예인 상당수가 방송3사의 주요 예능오락 프로그램의 MC 자리를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동엽과 유재석은 회당 출연료가 무려 800만~900만 원이다. 이는 지난 10월 26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를 상대로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예능오락프로그램의 회당 제작비는 4000만~5000만 원. 이 점을 감안하면 MC 한 사람이 가져가는 출연료가 전체 제작비의 최소 20% 이상을 차지(스타MC를 두 사람 이상 기용하면 전체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MC 출연료 비중은 훨씬 증가)한다는 얘기다. DY에 소속되지 않은 강호동(팬텀 소속) 정도가 두 사람과 같은 수준의 회당 출연료를 받는다. 민영방송인 SBS에 주로 출연하는 신동엽의 출연료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유재석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신동엽, 유재석, 김용만, 노홍철은 지상파 방송3사를 종횡무진하며 겹치기 출연중이다. 특히 신동엽은 현재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신동엽의 있다! 없다?’ ‘헤이헤이헤이 2’ ‘TV 동물농장’ ‘음악공간’ 등 SBS 5개 프로그램과 KBS ‘경제비타민’, 케이블TV인 Mnet의 ‘톡킹 18금’, tvN의 ‘신동엽의 감각제국’ 등 일주일에 무려 8개 프로그램을 소화해내고 있다. 매주 그가 출연료로 벌어들이는 금액만 최소 6000만 원 이상이라는 얘기다.

유재석은 MBC ‘무한도전’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KBS ‘해피투게더-프렌즈’, SBS ‘유재석의 진실게임’ ‘X맨-일요일이 좋다’ 등 5개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고 있다. 여기서 매주 4000만 원 이상을 벌어들인다. 김용만은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섹션TV 연예통신’ ‘일요일 일요일밤에’와 SBS ‘김용만의 TV 종합병원’의 진행을 맡고 있다. 이처럼 DY는 지상파 방송3사의 예능오락프로그램을 독과점하고 있다.

비싼 몸값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과다한 겹치기 출연이 가능한 것은 개편 때마다 방송사 예능오락 PD들이 서로 ‘모시기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지상파 연예오락 프로그램의 CP는 “신동엽과 유재석을 못 쓰는 PD는 있어도 안 쓰는 PD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최고, 몸값 이상을 한다”

이처럼 정상급 MC들이 모여 있는 사단이다 보니 DY와 그 중심에 있는 신동엽은 자의든 아니든 권력이 되고 있다. 요즘 방송가에서 신동엽과 DY와 관련한 심상치 않은 소문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이유다.

최근 DY엔터테인먼트에 영입된 아나운서 강수정.

구설수의 핵심은 신동엽이 방송사 연예오락프로그램을 좌지우지하고 소속 연예인을 패키지로 출연시킨다는 것이다. 신동엽이 진행하는 ‘경제비타민’의 11월 27일 방송분에 DY 소속인 송은이와 강수정이 게스트로 출연한 일들이 일례로 꼽히고 있다. 심지어 모 방송사 차장이 신동엽에 맞서 다투다 며칠 후 인사조치 당했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무근인 것으로 확인됐다.

DY와 신동엽에 대한 주목은 소수의 연예권력에 의해 방송사가 재갈이 물려 있는 현실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예능오락프로그램의 힘의 균형은 이미 방송사에서 스타MC를 보유한 소수의 연예기획사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중견 PD는 “사석에서 만나 함께 식사를 하면 비용은 기획사가 내지만 실질적인 내용면에서 접대는 PD가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방송사 PD들은 한결같이 ‘시장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리다 보니 비싼 몸값에 겹치기 출연이어도 앞다투어 스타를 기용하려고 한다는 것. 출연료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도출된 결과다. ‘무한도전’ ‘황금어장’을 연출하는 MBC 여운혁 CP는 “그들보다 잘하는 사람이 없고 그들이 몸값 이상을 하기 때문에 서로 기용하는 것”이라며 “방송사 PD들이 스타에 휘둘리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스타 마음대로 제작에 간섭하며 월권행위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KBS 윤현준 PD는 “4~5년 전만 해도 스타MC 하나만 있어도 시청률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지금은 TV를 시청하는 사람이 줄고 있어 스타MC가 반드시 시청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들이 그만한 값어치를 하기 때문에 같이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 포맷 개발보다는 스타에 의존

DY는 올 6월 CJ미디어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케이블 채널인 tvN과 프로그램 공동기획·제작, 출연진 교류등에 관한 전략적 제휴(MOU)를 맺었다. 사진 위는 조인식 장면. 아래는 tvN의 ‘신동엽의 감각제국’.

사실 DY를 비롯해 스타들이 밀집된 연예기획사가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 데는 세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SBS 개국과 함께 공채 시스템이 깨지고 3개 방송사의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케이블TV, 인터넷매체 등 다매체 시대가 된 것과 관련이 깊다. 특히 시청률은 방송사의 가장 큰 수입원인 광고 수주와 직결되는 탓에 PD로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여기엔 방송사의 열악한 제작여건도 맞물려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상파 방송의 한 중견 PD는 “방송3사의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고 케이블TV까지 생기면서 요즘은 스타MC를 먼저 모셔놓고 보는 관행이 방송사에 생겼다”며 “상대적으로 광고부담이 적은 KBS와 달리 SBS와 MBC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겨도 시청자 반응이 없으면 6개월 후 바로 폐지하기 때문에 PD들이 안전판 차원에서 스타MC 모시기에 급급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심지어 그는 “PD들은 매주 성적표를 받고 있다”고 자조적으로 표현했다.

요즘 지상파 3사 예능오락 프로그램을 보면 10명 내외의 개그맨 MC와 20명 내외의 개그맨 패널들이 프로그램을 점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한술 더 떠 교양프로그램까지 시청률 경쟁에 나서면서 스타 개그맨들을 진행자로 기용하고 있다.

여기에 외주제작 시스템이 도입된 것도 스타MC들의 입김에 더 강력한 힘을 부여했다. DY의 경우도 ‘X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TV 종합병원’ ‘헤이헤이헤이 2’ ‘무한도전’ ‘톡킹 18금’을 제작하고 있다. 연출은 각 방송사 PD가 맡고 있지만 제작비는 DY가 댄다는 게 신동엽의 설명이다.

문제는 일부 개그맨 스타MC에 의존하는 방송현실이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와 지나친 연성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KBS의 한 아나운서는 “방송 3사가 너나할 것 없이 몇몇 스타MC에 의존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시청자들이 연예인들의 질 낮은 신변잡기만 듣게 됐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아나운서들은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상당시간을 준비하는 데 비해 개그맨 출신 MC들은 녹화 1시간 전에 나와 농담 따먹기 하면서 회당 수백 만 원의 출연료를 챙겨가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천편일률적인 이런 제작시스템이 결과적으로 시청자의 권익을 빼앗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널마다 비슷한 내용, 같은 얼굴의 예능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제한된 제작비에서 일부 스타MC가 가져 가는 몫이 너무 많다보니 해외영상촬영 등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위한 시도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장의 PD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SBS의 한 중견 PD는 “PD들이 새로운 기획을 하지 못할 정도로 제작비 압박이 크고 새로운 기획을 해 야외촬영이라도 나가려면 많은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중인 스타MC들의 경우 바쁜 일정을 들어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스타가 방송을 장악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비슷한 사례로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 쇼’를 자주 거론한다. 오프라 윈프리의 경우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조명을 받을 만큼 프로그램이 폭발적 인기를 끌자, 아예 자신의 프로덕션 ‘하포’를 설립, PD와 작가를 고용해 ‘오프라 윈프리 쇼’를 직접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쇼에는 각종 PPL이 따라 붙는다.

하지만 그들은 여기서 놓치는 게 있다. 진행자가 겹치기 출연을 안 하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에 진행자 자신이 바라본 세상을 녹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오프라 윈프리의 경우만 해도 유명인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겪은 인생역정을 시청자와 함께 나눈다. 그가 어려움을 극복한 얘기를 들으면서 시청자는 얻는 게 많다. 또 미국인의 45%가 토크쇼를 보면서도 정치나 사회적 정보를 얻는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토크쇼에는 연예인의 신변잡기만 있을 뿐이다. ‘야심만만’ ‘상상플러스’ 등 적잖은 예능오락프로에 새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출연한 배우들이 게스트로 구성되는 경우가 비근한 것도 우리 예능오락프로그램의 수준을 엿보게 한다.

최영근 MBC 예능국장은 “제작진이 새로운 오락 포맷이나 유형을 개발해 출연자가 빛나고 프로그램도 떠야 하는 데 현재 포맷 개발 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다보니 일부 스타 출연자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고 인정했다.

DY는 직접 프로그램도 제작한다. 사진은 DY가 제작하고 신동엽이 진행하는 Mnet의 ‘톡킹 18금’.

“밑천 떨어지면 외면받을 수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현재 DY의 연예권력화 논쟁과 관련해 “무엇보다 방송사 PD들의 마인드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예능오락프로그램이 과열경쟁하면서 개그는 물론 각종 토크쇼와 버라이어티쇼가 시청률에 볼모잡혀 저급해지고 있다는 것. 캐스팅 시스템도 투명해야 하는데 보신과 의리, 혈맹관계에 의해 일부 스타MC군단과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견해다. 이 교수는 또 “DY의 경우처럼 자기 쇼를 직접 만들어 공급하게 되면 향후 방송콘텐츠의 획일화뿐 아니라 제작 자체가 획일화해 지상파 방송이 상업적 오락 프로그램으로 도배될 것”이라며 “아직은 심의 등 방송 여과장치가 많지만 이게 허물어지면 간접 광고 폐해 등 많은 문제점이 도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의 왜곡된 예능오락프로그램을 만든 가장 큰 책임은 신동엽이나 DY에 있지 않다. 안이한 방송 제작을 하고 있는 방송사와 PD들에게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역량 있는 신인를 꾸준히 발굴하고 참신한 기획력으로 승부를 하려는 대신, 가장 쉬운 길로 가려다 보니 일부 스타군단의 겹치기 출연과 고액 출연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기 개그맨들 사이에는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 속담이 자주 거론된다. 언제 인기가 사그라들지 모르므로 인기 있을 때 많이 뛰라는 얘기다. 한때 각종 예능오락프로그램을 누비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선배나 동료 개그맨 중에 현재 일거리가 전혀 없는 사람이 적잖다는 사실도 이 같은 심리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때문에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tvN의 송창의 대표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배우는 항상 남의 옷(역할)을 입고 연기하는 것이어서 설령 인기가 곤두박질쳤다 해도 좋은 시나리오 만나 좋은 옷으로 갈아입으면 인기를 되찾을 수 있지만, 개그맨이나 MC는 시청자 앞에 나체로 나서는 것과 같아 지식이나 유머감각 등 밑천이 떨어지면 영영 시청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인기가 있을수록 ‘선택과 집중’ 등 자기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동엽은 이제 개인이 아니라 딸린 식구를 책임져야 하는 한 기업의 CEO다. 그만큼 부담이 클 것이다. 덩치가 커질수록 수입도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과욕을 부리게 될 수도 있다. 이동연 교수는 “지나치게 권력화되면 당연히 견제가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자기 발등을 찍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항상 페어플레이를 하고, 시청률에 급급하기 전에 시청자 기호를 염두에 둔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