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DY는 권력을 남용하지 않는다”

신동엽 대표 인터뷰 “겹치기 출연한다고 프로그램 완성도 떨어지지 않아”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DY엔터테인먼트(이하 DY) 사무실에서 만난 신동엽 대표(36)는 “DY가 연예권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보지만 그것도 회사나 개인을 위해 권력을 무자비하게 행사할 경우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라며 “하지만 DY는 권력을 남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동엽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회사 설립 배경과 창립 1년이 지난 현재의 운영 상황은.

“오래 전부터 예능 전문 매니지먼트와 프로덕션을 겸한 회사를 차리고 싶었다. 재능 있는 연예인을 모아 직접 제작을 하고 싶어 준비해왔다. 운영은 비교적 순조롭다. 우리 회사 특징이 개그맨 출신 MC 위주여서 음반이나 드라마, 영화 제작과 달리 도박성이 적기 때문이다. 현재 DY는 ‘X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TV 종합병원’ ‘헤이헤이헤이 2’ ‘무한도전’을 제작하고 있어 엄청난 수익은 아니어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꾸려나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시트콤 드라마 ‘섹스 앤드 시티’ ‘프렌즈’ ‘앨리의 사랑 만들기’류의 코믹드라마를 만들 생각이다.”

- DY에 소속된 MC들이 지상파 3사 예능프로를 싹쓸이하고 DY가 직접 제작에까지 나서면서 연예권력화 논란이 있는데.

“DY가 권력을 남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능프로는 드라마의 전철을 밟고 있다. 과거 MBC와 KBS 양대 방송사 시절엔 MBC 연기자가 KBS에 출연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다가 많은 연기자가 프리 선언을 하면서 고정관념이 깨졌다. 그게 불과 13~14년 전 일이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코미디언은 전속 개념이 뚜렷했다. 그러던 것이 SBS 개국과 함께 양 방송사 코미디언이 SBS에 유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은 개그맨이 여러 방송사에 출연하는 게 자연스럽다. 처음 도입 당시 낯설던 외주제작시스템도 지금은 일반화됐다. 사실 그 어떤 나라도 방송국 자체에서 드라마나 쇼를 만들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궁극적으로 방송국은 송출기능과 함께 스포츠, 뉴스, 대규모 다큐멘터리 제작 정도만 담당하게 되고 드라마, 쇼 등 오락적인 프로그램은 외주 제작사가 PD와 작가를 고용해 만들게 될 것이다.”

- DY 소속 상당수 개그맨은 여러 프로그램을 겹치기 출연 중이다. 그만큼 에너지가 분산된다는 얘기다. 이는 곧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를 불러오지 않겠는가.

“만약 프로듀서가 동시에 여러 프로그램을 연출하면 작품의 질적 완성도가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MC는 경우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쇼 프로그램 특성상 기획과 아이템 선정, 게스트 섭외는 철저히 제작진 몫이다. MC는 녹화 당일이나 사전에 대본을 본 후 선천적인 재능을 발휘해 좋은 컨디션으로 열심히 진행을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예전에도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같은 시기에 진행한 적 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겹치기 출연 탓에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없다. 다만 이 경우 비슷한 성격이 아닌 서로 다른 성격의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할 것이다.”

- MC의 경우 타고난 재능 외에 미리 준비하는 게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다면 전체 제작비의 20~30%를 가져가는 MC 한 사람의 출연료가 과하다고 보지 않는가.

“시장논리로 봐야 한다. 방송사 주수익은 광고다. 스타를 기용하는 이유는 시청률이 잘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요즘은 광고의 수나 광고 단가도 프로그램에 따라 차별화되고 있어 스타를 기용하고자 하는 욕망은 더 커졌다. 물론 참신한 기획으로 성공할 수 있지만 확률적으로 볼 때 스타를 기용하는 게 나으니까 돈을 쓰는 것이다.”

- 강수정 아나운서를 영입하면서 KBS 아나운서들의 집단적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강수정씨를 영입한 것은 그가 아나운서여서가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 MC로서 잘할 가능성을 높이 샀다. 향후 예능 프로그램 전문 MC로 돋보이는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 일부 개그맨 출신 MC가 여러 프로그램을 장악하면서 방송이 연성화됐다는 지적이 있다. 사실 신변잡기로 일관된 국내 토크쇼는 정통 토크쇼와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현재 정통 토크쇼가 없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연예인끼리 나누는 편안한 대화를 듣고 싶어하는 시청자도 있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방면의 이야기를 촌철살인 유머를 곁들여서 푸는 토크쇼를 원하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아직은 제작여건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 방송은 제작비나 인력 대비 효과 면에서 선전하고 있다.”

- 소속 신인 연예인을 톱스타에 끼워 판다는 비판과 집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떤 프로그램에서 그랬나. 과거 일부 매니지먼트 회사가 그렇게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것은 회사의 오너 성향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DY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시청률이 잘 나와 그 프로그램이 오래 가는 것이다. 그게 나는 물론 DY가 살 수 있는 길이다. 그런데 끼워팔기 등 터무니없는 짓을 우리가 하겠는가. ‘경제비타민’에 송은이, 강수정씨를 쓴 것은 제작자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송은이씨는 재테크에 관심이 많고, 강수정씨는 제작진과 친분이 있다. ‘헤이헤이헤이 2’에 신인들을 출연시킨 적 있었지만 기대만큼 잘하지 못해 더 이상 기용하지 않았다. 또 작은 한 가지를 얻기 위해서 구성원이 힘을 합해 방송사에 힘을 행사하려 한다? 그렇게 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다. 우리는 무모하지 않다.”

- Mnet ‘톡킹 18금’을 공동제작하고 tvN ‘신동엽의 감각제국’을 진행하면서 케이블TV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케이블TV의 선정성을 염려하는 시각이 있는데.

“독일에서는 공중파 방송에서도 저녁 9시30분이 넘으면 세미 포르노를 방송한다. 일본의 경우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적인 장면들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 방송은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독일인이나 일본인은 그런 장면에 놀라지 않는 반면 우리는 자신이 직접 시청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디선가 그런 방송이 나온다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선정적인 것은 영화나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방송까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다만 과거 방송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지금은 자연스럽게 방영되는 게 있는 것과 같이 시대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탄력적으로 판단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 DY의 비전은.

“우리나라는 예능을 비하하는 느낌이다. 코미디를 경박하다고 여긴다. 또 한국인은 유교문화의 영향 탓인지 남의 이목을 중시해 자기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절제하는 경향이 크다. 나는 현재 시청자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그들이 갈구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할 것이다. 그러려면 반드시 시스템이 따라줘야 한다. 실력 있는 MC가 한두 개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보람되고 생활도 보장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 또 궁극적으로 잘 웃지 않는 우리 국민의 정서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 지금은 회사 매출이나 수익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

<글/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