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내시경]슬프지만 아름다운 엔딩

현대 뮤지컬의 흥행공식 중에는 장르를 넘나들며 부가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문화산업의 장르 월경(越境)이 있다. 형식이나 틀이 새로운 장르로 구현되면서 즐겨 보거나 좋아했던 콘텐츠를 익숙하지만 다시 새롭게 소비할 수 있는 변화를 말한다.

최근 막을 올린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이러한 흥행공식을 따르는 전형적인 콘텐츠다. 첫 시작은 출판물이다. 미국 작가 로버트 제임스 월러가 1992년 발표했던 로맨스 소설이 원작이다. 나폴리 태생의 프란체스카는 미국 시골마을인 아이오와주 매디슨 카운티에서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평범한 주부다.

왜 대중문화 속 이탈리아 사람들은 보다 개방적이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이미지로 그려지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아무튼 그녀는 가족들이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잠시 집을 비우게 되는 며칠 동안 우연히 만난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와 운명적인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는 내용이 펼쳐진다.

쇼노트 제공

영화가 세계적인 인기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1995년 개봉됐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 겸 주연을 맡았다. 프란체스카로는 매릴 스트립이 출연했는데, 특유의 연기력으로 심리적 갈등을 잘 묘사해내 이듬해 오스카상 여주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뮤지컬은 2014년에 만들어졌다. 특히, 음악을 만든 작사 겸 작곡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은 이 작품으로 토니상 작곡상과 편곡상의 2관왕을 기록했다. 그만큼 음악이 뛰어났던 작품이라는 방증이다. 옥주현과 박은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우리말 프로덕션의 매력도 음악적 스타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노래라면 어디서 빠지지 않는 배우들 덕분이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것은 비주얼적인 매력이다. 미국 원작과 달리 우리말 버전에서는 다양한 영상 효과를 극대화하고 세트와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보는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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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이오와 시골집 풍경은 삽시간에 붉은 저녁노을이 아름답게 비치는 로즈먼 다리로 변하기도 하고, 흰 구름 가득한 전원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뀐다. 과하게 비주얼 효과를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고 적당한 변화와 배려를 통해 자연스레 사랑에 빠져들게 되는 남녀의 심정을 잘 표현한다. 마치 한 장의 아름다운 경치를 담고 있는 풍경사진처럼 무대는 그 자체로 특별한 체험을 선사한다.

뮤지컬은 전반부보다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강렬하고 짙은 뒷맛을 남기는 애잔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이 곳 저 곳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여성 관객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부부나 연인보다 친구와 함께 온 경우가 많아 보인다.

대놓고 하는 이야기라기보다 은밀하고 개인적인 비밀을 담은 러브 스토리 때문인 듯싶다. 하지만 불륜으로 묘사되기보다 애잔한 추억으로 그려지는 것이 이 작품의 묘미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면 어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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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을 위한 배려도 인상적이다. 얼마 전 실제 다리가 불타버렸다는 로즈먼 브리지 모양의 사진찍기 좋은 관객용 사진 세트도 만족스럽고, 극장 로비 바닥에 적혀 있는 대사들도 좋다. 이리저리 따라다니다 보면 무대의 여운을 곱씹게 돼 인상적이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엔딩이 극장을 나서고도 한참동안 가슴을 아프게 한다. 놓치면 아쉬울 것 같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