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조홍근의 ‘알기 쉬운 건강이야기’]당뇨인이 하는 흔한 실수들-물엿이 설탕보다 안전할까요?

물엿은 포도당의 덩어리이므로 오히려 혈당을 많이 올립니다.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달지 않은 물엿은 오히려 설탕보다 위험할 수 있습니다.

다른 병에 비해 당뇨병은 음식과 운동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당뇨병에 좋다는 음식도 많고 심지어 완치시킬 수 있다는 기적의 음식도 소문으로, 방송으로 떠돕니다. 잘못된 지식도 많이 떠돌아 당뇨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당뇨인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몇 가지 사례를 보겠습니다.

설탕이 건강에 해로운 것은 다 아는 사실이고 혈당도 많이 올린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단맛을 내는 데 설탕을 가급적 넣지 않거나 올리고당을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설탕이 해롭다고 하여 물엿으로 단맛을 내기도 합니다. 물엿은 설탕에 비해 단맛이 덜하고 비교적 덤덤합니다. 그래서 혈당도 적게 올라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는 반대입니다. 물엿으로 단맛을 내도 혈당이 많이 올라갑니다. 오히려 설탕보다 더 혈당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맛이 훨씬 덜하다면 혈당도 더 적게 올라가야 하는데 조금 이상합니다.

쏟아지는 설탕 / 경향신문 자료사진

설탕은 당뇨병에 해로우니 물엿으로 단맛을 냅니다.

물엿은 어떤 성분일까요. 물엿은 한문으로는 조청이라고 합니다. 물엿이라는 단어가 조청이라는 한문과 완전히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그렇게 통용됩니다. 자연에서 나온 설탕인 꿀은 그냥 청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이 만든 꿀이라는 뜻으로 조청이라고 합니다. 구하기 힘들고 당도가 높은 꿀은 고급 음식에 쓰였고, 물엿은 일반 음식에 단맛을 낼 때 쓰였다고 합니다.

설탕과 물엿은 성분부터가 다릅니다. 설탕은 물엿에 비해 당도가 약 3~4배 높아서 조금만 넣어도 단맛이 강합니다. 설탕은 이당류로 포도당과 과당이 1대 1로 결합되어 만들어진 물질입니다. 물엿은 약간 복잡합니다. 물엿은 곡식에서 나온 전분에 효소나 산을 가해 만드는데 포도당과 맥아당이 많습니다. 맥아당은 이당류로 포도당+포도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설탕은 포도당+과당이고 물엿은 포도당, 포도당+포도당으로 이루어집니다. 과당이 포도당에 비해 당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포도당과 과당의 합성물인 설탕이 포도당과 포도당의 합성물인 물엿에 비해 당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물엿은 설탕에 비해 덜 답니다. 우리는 조건반사적으로 덜 달면 건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래서 물엿은 설탕보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과당은 단기적으로 혈당을 많이 올리지 않습니다. 혈당이라는 것이 혈중 포도당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과당은 엄청나게 달지만 당지수가 27 정도로 혈당을 올리는 면에서는 비교적 안전한 물질입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합니다. 그런데 물엿은 포도당의 덩어리이므로 오히려 혈당을 많이 올립니다.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달지 않은 물엿은 오히려 설탕보다 위험할 수 있습니다.

과당은 당지수가 낮고 혈당을 올리지 않으니 과일을 많이 먹습니다.

아예 모르거나 또는 철저히 이해하면 좋은데 대충 아는 경우가 제일 위험합니다. 많이 공부한 당뇨인이나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 중에는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혈당은 혈중 포도당을 의미한다. 과당은 포도당이 아니니 혈당을 올리지 않는다. 과당은 과일의 당이다. 그러므로 과일을 많이 먹어도 혈당은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포도당이 많은 곡류를 먹는 대신 과당 덩어리인 과일을 먹으면 최소한 혈당은 나빠지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여기서의 치명적인 오류는 과일에 과당만 있을 것이라는 가정입니다. 만약 과일에 과당만 있다면 과일을 먹어도 혈당은 그렇게 올라가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과당 때문에 지방간이 되고 대장도 나빠지겠지만 혈당 측면에서는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과일에는 과당만 있지 않습니다. 과일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세 가지의 당이 있습니다. 일단 포도당이 있습니다. 그리고 과당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과당과 포도당이 결합한 설탕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과일에는 과당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포도당이 많습니다.

과일을 많이 먹게 되면 당연히 포도당이 많이 들어와서 혈중 포도당, 즉 혈당이 올라갑니다. 과당은 혈당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간에서 대사되어 지방간을 만들고 요산을 높입니다. 지방간이 되면 온몸에 염증이 생겨 동맥경화증이 되고 점점 진행하면 간경화도 옵니다. 요산이 많아지면 콩팥을 상하게 합니다.

많아서 좋을 것은 없습니다. 특히 당뇨인은 과일을 과당만 있고 포도당은 없어서 혈당에 좋은 음식으로 오해하면 안됩니다. 포도당과 과당이 아주 많이 들어 있는 것이 과일입니다. 당뇨인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을 위해 아침에 선식과 바나나와 토마토를 갈아서 마십니다.

혈당 조절과 당뇨병 예방을 위해 아침을 먹는 것이 좋다는 말을 여기 저기에서 듣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좋다고 하는 음식을 믹서에 갈아서 즙이나 죽으로 내어서 먹는 방법을 택합니다. 몸은 좋아진다고 느꼈는데 병원에 가서 보니 오히려 혈당이 더 올라갔다고 합니다.

당뇨인은 마그네슘이 부족합니다. 마그네슘이 소변으로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눈꺼풀이 떨리거나 손가락이 방아깨비처럼 톡톡 경련을 일으킵니다. 자다가 쥐가 많이 납니다. 마그네슘 결핍의 증상입니다. 당뇨인은 따로 마그네슘을 보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영양제로 먹는 것보다 천연에서 얻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마그네슘이 많은 음식을 찾아봅니다. 견과류에도 많고, 그리고 바나나에도 많습니다. 이런 증상이 있을 때 바나나를 먹으면 좋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당뇨인은 그러셔도 됩니다. 그러나 당뇨인이 마그네슘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바나나를 찾는다는 것은 늑대굴을 피해 호랑이굴로 가는 것과 같습니다. 바나나가 당도가 높고 혈당을 많이 올리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음식을 갈아 먹습니다. 무엇인가를 갈아 먹으면 소화흡수가 더 빨리 됩니다. 과일이나 곡류를 갈아서 먹으면 씹는 시간, 위장이 음식을 분쇄하는 시간이 절약됩니다. 그래서 빨리 먹기에는 좋습니다. 그러나 소화는 잘 되는 대신에 당도 빨리 흡수됩니다. 식후 혈당이 굉장히 빨리 올라갑니다.

정상인이라면 췌장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살아있어서 혈당이 오르는 것에 맞추어 인슐린도 빨리 올라갑니다. 그래서 외형상 혈당이 잘 조절됩니다. 당뇨인은 정상인과 반응이 다릅니다. 일종의 재앙입니다. 당뇨인은 혈당에 따른 인슐린의 반응이 정상인에 비해 둔하고 느립니다. 정상인은 식후 한 시간 정도에 인슐린이 최고점에 이릅니다. 그런데 당뇨인은 이 반응이 조금 늦어져 식후 90분에서 2시간 정도에 인슐린이 최고점에 이르게 됩니다. 갈아 먹는 바람에 혈당은 너무 빨리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인슐린은 훨씬 뒤에 올라갑니다. 인슐린이 뒷북을 치게 되면 식사 후에 저혈당이 오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고혈당과 저혈당을 오가는 혈당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되는데 실제로 이럴 때 몸이 편치 않고 불안정한 증상을 느끼는 사람도 많습니다.

닥터 조홍근의 ‘알기 쉬운 건강이야기’

당도가 높은 과일을, 곡류와 함께 갈아서 먹으면 당뇨인에게는 가장 좋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되도록 씹어 먹어야 합니다.

<연세조홍근내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