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의 헬로 월드컵]네덜란드 ‘준우승 문턱’ 이번에는

네덜란드에 월드컵은 여전히 미완의 도전으로 남아 있다. 월드컵 본선에 9번 출전해 결승에 오른 것만 세 차례. 그러나 네덜란드는 한 번도 정상에서 환호하지 못하고 세 번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네덜란드는 10번째 도전에 나선 브라질에서 우승 비원을 이룰 수 있을까.

네덜란드는 토탈사커라는 축구 스타일을 만들어내면서 전술에 혁신을 가져온 축구강국이었다. 공격과 수비의 폭을 줄이고 전원 공격과 전원 수비의 전술로 현대축구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하였다. 네덜란드 축구의 최전성기는 토탈사커를 앞세운 1970년대였다. 1974년 서독 월드컵과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요한 크루이프라는 당대의 천재를 앞세워 사실상 세계 최강의 전력을 구축하고서도 개최국 징크스에 밀려 연달아 준우승에 머무르고 말았다.

지난 2010년 7월 1일 네덜란드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훈련장에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즐거워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1980년대 후반 네덜란드 축구 황금기의 2세대가 등장한다. 루드 굴리트, 마르코 반 바스텐, 프랑크 레이카르트 삼총사가 혜성처럼 나타나 1988년 서독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네덜란드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네덜란드 축구 사상 유일한 메이저대회 우승이었다.

오렌지 삼총사를 앞세운 네덜란드는 1990이탈리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지만 16강에 그쳤다. 1994 미국 월드컵 8강전에서 우승국 브라질에 2-3으로 아쉬운 패배를 당한 네덜란드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준결승에서 또다시 브라질의 벽에 막힌다.

조 예선부터 강호들 만나 험난한 길
2002 한·일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2006 독일 월드컵 16강 등 쇠락기를 보내던 네덜란드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다시 한 번 축구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

아르옌 로벤, 판 페르시, 웨슬리 스네이더를 앞세운 네덜란드는 8강에서 브라질을 2-1로 물리치고 4강전에선 우루과이를 3-2로 따돌리며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올랐다.

32년 만에 결승에 오른 네덜란드는 세계 최강 스페인을 맞아 연장 혈투를 펼쳤지만 마지막 순간 이니에스타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면서 우승 문턱에서 또다시 좌절을 맛보았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는 지난 남아공 월드컵 결승 상대인 스페인, 남미의 복병 칠레, 아시아의 강자 호주와 함께 본선 B조에 편성되어 험난한 16강 여정을 앞두고 있다. 세대교체로 젊은 스쿼드를 채운 네덜란드에 탄탄한 경기력을 갖춘 스페인은 여전히 어려운 상대이다. 호주는 조 최약체로 반드시 잡아야 한다. 남미팀들에 약했던 네덜란드는 칠레와의 마지막 경기가 16강 진출에 가장 중요한 일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장 케빈 스트루트만이 십자인대 부상으로 낙마한 상황에서 네덜란드의 첫 우승 열쇠를 쥔 선수는 판 페르시라고 할 수 있다. 판 페르시는 188cm로 장신이면서도 기술이 좋아 어떤 위치, 어떤 상황, 어떤 동작에서도 골을 터뜨릴 수 있는 킬러본능을 갖춘 타고난 골잡이다. 슈팅 이전의 퍼스트 터치와 페인팅이 뛰어나 반박자 빠른 슈팅이 가능하다. 왼발 프리킥은 그의 전매특허 중 하나이다.

2005년 대표팀에 처음 발탁되어 2006년과 2010년 월드컵에 출전했고, 79회의 A매치에 출전하여 41골을 기록, 클루이베르트와 베르캄프의 기록을 넘어서 네덜란드 대표팀 역대 최다 득점자가 되었다.

올 시즌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선 모예스 감독과의 전술 부조화로 지난 시즌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루이스 반할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과의 전술적 궁합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김세윤의 헬로 월드컵

올해 31살로 원숙기에 접어든 판 페르시. 그의 왼발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 네덜란드가 어디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김세윤 전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분석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