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의 헬로 월드컵]마지막 열정을 불사른다

이제 월드컵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많은 스타들이 브라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자국 대표팀의 유니폼을 벗게 될 것이다. 그 중에 우리에게 인상적인 몇 명의 선수들을 만나보자.

서른 살의 포르투갈 윙어인 히카르도 콰레스마는 베식타쉬(터키)와 알 아흘리(UAE)를 떠나 자유계약선수로 올해 1월 포르투로 이적하여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가장 흡사하고 기술적으로도 큰 영향을 끼쳤던 콰레스마는 올 시즌 15경기에 선발출장하여 8골을 넣었다. 특히 지난 목요일 나폴리와의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군계일학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나폴리를 물리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한때 포르투갈의 축구팬들은 콰레스마가 지금의 호날두보다 타고난 재능이 더욱 뛰어나다고 믿었다. 하지만, 2003년 두 선수 모두 스포르팅 리스본을 떠나면서 길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콰레스마는 바르셀로나와 인터밀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부진에 빠졌다. 2009년 첼시로 임대 이적했지만 역시 벤치로 밀려나며 인터밀란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인터밀란이 세르히오 아게로를 영입하기 위해 AT마드리드에 거액의 이적료와 함께 콰레스마를 얹어준다는 제의를 할 정도로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 콰레스마가 고향팀으로 돌아와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나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부상과 부진에 빠져 있는 포르투갈 대표팀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AS로마의 프란체스코 토티 AP연합뉴스

악마의 재능을 지녔으며 루니에 비견되던 안토니오 카사노(파르마)도 2년여 만에 이탈리아 대표팀 복귀를 노린다. 그는 리그에서 11골을 올리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 그가 세자르 프란델리 감독에게 강력하게 추천한 선수가 있다. 바로 AS로마의 전설 프란체스코 토티다.

콰레스마, 토티, 사비 그리고 이니에스타
카사노는 코리에 델로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토티는 엄청난 선수다. 37살이 되었는데도 상대팀으로 만나면 무서울 정도로 잘한다. 내가 감독이라면 항상 토티를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티는 1989년 AS로마 유스팀에 합류한 이후 1995년 프로로 데뷔, 원클럽맨으로 세리에 데뷔 20주년을 맞이하였다.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면서도 전방 공격수 자리를 넘나들며 세리에A 통산 242골로 로베르토 바조의 206골을 넘어선 역대 2위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일요일 라리가의 우승 향방이 걸린 엘 클라시코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4-3의 짜릿한 승리를 거둔 바르셀로나의 타타 마르티노 감독이 꼽은 수훈갑은 해트트릭을 기록한 메시가 아니었다. 마르티노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사비,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파브레가스의 4인방이 위대한 경기력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이니에스타는 왼쪽에서 전진하는 역할을 맡아 첫 득점을 올렸고, 사비는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더 많은 터치수(116회)를 기록하면서도 96%의 패스 성공률을 보여주었다.

김세윤의 헬로 월드컵

이니에스타와 사비는 월드컵 2연패라는 목표를 정한 스페인 대표팀에서 우승의 희망을 지켜주는 등불과 다름없다. 두 선수 모두 키가 작고 체격이 왜소하지만 패스 성공률이 높고 볼키핑 능력이 뛰어나다. 세계 최고 수준의 패스 능력을 통해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의 우승 전선에 언제나 앞장서 왔다. 하지만, 사비는 이제 34살에 접어들어 체력적 문제로 힘든 모습을 보이고 있고, 30살이 된 이니에스타도 전성기를 넘어선 듯 보였다. 그랬던 그들이 이번 엘 클라시코에서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시켜준 것이다. 마지막 월드컵을 장식할 그들의 클래스가 기대된다.

<김세윤 전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분석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