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히든챔피언]난민·이주민 인권 보호 ‘공익법센터 어필’

어필 변호사들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을 잘 찾아서 ‘대신 말해주는 사람’이 되자는 의미로 자신들을 ‘애드버킷’(Advocate·변호사)이라고 소개한다.

지난 1월 10일 서울 외교통상부 앞에서 캄보디아 노동자 유혈진압에 대한 한국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국 외교부가 캄보디아에 있는 한국 기업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유혈사태에 원인을 제공한 책임이 있다고 발언해 눈길을 끈 사람이 있었다. 공익법센터 어필(APIL)의 김종철 변호사였다.

공익법센터 어필은 4명의 변호사(1명 육아휴직)와 2명의 인턴이 꾸려나가는 작은 단체다. 인종주의가 서서히 고개를 드는 한국 사회에서 어필이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들은 난민·이주민 등이다.

캄보디아 사태처럼 한국 기업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인권침해를 받고 있는 외국인들의 권리 보장 요구에도 앞장서고 있다. 어필 변호사들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을 잘 찾아서 ‘대신 말해주는 사람’이 되자는 의미로 자신들을 ‘애드버킷’(Advocate·변호사)이라고 소개한다.

2011년 1월 어필을 설립한 김종철 변호사는 2006년 사법연수원생 시절 우연한 기회로 난민 인권단체 ‘피난처’에서 활동하게 됐다. 김종철 변호사는 “당시 만난 난민들은 용기 있는 사람들이었고, 드라마 같은 삶을 살아 왔다. 이들이 해피엔딩으로 갈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0년 말에는 공익변호사 활동에 매진하기 위해 다니던 법무법인을 그만두고 주변의 도움으로 어필을 시작할 수 있었다.

15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의 위치한 어필 사무실에서 어필 소속 변호사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김종철, 김세진, 이일 변호사. | 백철 기자

어필 변호사들이 만난 난민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소말리아에서 온 15세의 이삭은 전쟁고아였다. 평화로운 삶을 살게 해주겠다는 브로커의 말을 믿고 이삭은 2012년 7월 인천공항에 들어왔다. 하지만 곧 돌아오겠다던 브로커는 자취를 감췄고, 여권이 없던 이삭은 입국불허자 대기실에서 공항이 제공한 햄버거로 배를 채우며 4주간 강제송환의 위협에 시달렸다.

어필 변호사들이 이삭을 대신해 난민신청을 하려 해도 출입국사무소에서 거절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법적 소송 등 어필의 끈질긴 노력 끝에 이삭은 난민신청자 자격으로 입국할 수 있었다.

이주민들 중에서도 처지가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언어 문제다. 지난해 10월 어필 사무소에 서아프리카 기니 출신 난민이 전화를 걸었다. 고향에서의 종교박해 때문에 난민신청을 한 사람이었다.

김세진 변호사는 “그 분이 쓰는 언어가 풀라(Fula)어라는 희귀한 언어였다. 여러 난민단체를 통해 이 언어를 쓰는 사람을 수소문했지만 찾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에 풀라어가 가능한 사람이 딱 2명인데 한참을 수소문한 끝에 풀라어를 쓸 줄 아는 감비아인을 겨우 찾았다.

김종철 변호사는 “지금도 20건 정도 난민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최근엔 제도개선을 위한 입법운동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민 판정이 날 때까지 이주민들이 외국인보호소에 사실상 구금돼 있는 상황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내거나, 무국적자의 인권을 제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국회 토론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한다.

이일 변호사는 “난민·이주민에 대한 혐오도 심각한 문제지만, 사회적으로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 자체가 너무 적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종철 변호사는 “한국전쟁 이후에 우리가 유엔 한국재건단에서 엄청난 도움을 받았다. 지금도 일본 등 타국에서 인종차별로 고생하는 한국인들도 많다”면서 “난민과 이주민들을 바라볼 때 조금은 더 역지사지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 히든챔피언

공익법센터 어필 소개
활동목표-난민·이주민·무국적자·인신매매 피해자
인권옹호,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 감시
결성일-2011년 1월 3일
후원자 수-개인 350명, 단체후원 18곳(2013년 11월 기준)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