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히든챔피언]‘소상공인의 민주노총’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발언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만큼 연합회의 모든 예산은 회원들의 회비로만 조달된다.

1월 2일 인터넷방송 팩트TV 스튜디오. 전국유통상인연합회의 인태연 공동회장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인태연의 을짱시대> 생방송이 진행됐다.

새해 첫 방송인 이날 방송에서는 서울 망원동 망원시장의 서정래 상인회장이 시장 인근에 들어서는 대형마트 때문에 빚어진 갈등을 상생협약으로 풀어간 이력을 소개했다. 또 다른 게스트인 정의당 김제남 의원과 양창영 변호사는 소상공인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소상공인기본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을’의 위치에 있는 중소상인들에겐 최근 가장 뜨거운 주제들이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원들이 기업형슈퍼마켓 규제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상훈 기자

매끄러운 생방송 진행 솜씨를 선보인 인 회장 역시 인천에서 의류 대리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중소상인이다. 인 회장은 <을짱시대>의 방송 형식이 연합회의 활동방식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국회의원·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및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출연하는 1부와 자영업 현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중소상인들이 나오는 2부로 구성된다.

특히 현행법과 괴리된 유통업계 현실 때문에 현장의 중소상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고충을 고스란히 방송에 내보내는 것처럼, 연합회가 중점을 두는 입법활동에도 이러한 점들을 반영하는 것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국회의원 및 다른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추진하는 입법 추진활동에서 전문성 못지않게 현장성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민사회진영 안에서 대기업 계열 대형마트에 맞서 중소상인들의 상권을 보호하고, 신용카드업체의 차등적인 카드수수료 정책을 개선하는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은 2005년 무렵부터였다. 인 회장을 비롯한 연합회의 활동가들은 정부 지원을 받는 관변 성격의 상인단체로는 운동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각 지역 지부에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중소상인들이 모여 전국적 규모의 연합회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것은 2010년부터다. 연합회를 통해 규합된 중소상인들의 활동은 전통시장 반경 1㎞ 안에 대형마트 입점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제정과 같은 굵직한 성과도 만들어냈다.

발언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만큼 연합회의 모든 예산은 회원들의 회비로만 조달된다. 때문에 본부의 상근 활동가 수가 4명에 불과할 정도로 조직 규모는 작다.

하지만 각 지부에 소속된 2500여명의 회원들의 활동 참여율이 높다. 지난해 ‘을’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부각될 때마다 연합회 소속 회원들의 활동이 빠지지 않고 드러난 데서 높은 참가율을 확인할 수 있다. 연합회가 시민사회진영 안에서 ‘소상공인계의 민주노총’이라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연합회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소상공인기본법’ 제정 활동은 연합회가 앞장서 펼쳐온 자영업자 고용보험 도입과 같은 고용안전망 확충 활동의 업그레이드 버전 격이다. 인 회장은 이 활동에는 지난해 ‘갑을 논란’이 한국 사회를 한바탕 휘젓고 갔음에도 정작 영세 중소상인의 입지에 변화가 없었다는 고민도 담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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