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방송이야말로 진짜 창조경제다

1980년 이전만 해도 프라임 시간대라 불리는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5-0 수사대’나 ‘600만불의 사나이’ 같은 외화 시리즈가 많이 방영됐다. 당시 우리나라 프로그램 제작 여건이 열악한 탓에 흥행성이 검증된 외화로 시청자들을 모으려는 궁여지책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프라임 시간대에서 외화가 사라지고 그 빈 자리를 우리 콘텐츠들이 채워가기 시작했다. 나아가 우리 영화, 드라마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져 이제 연간 2000억원 규모의 방송 콘텐츠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방송 콘텐츠의 발전은 플랫폼의 발전이 있기에 가능했다. 30년 전만 해도 한 학급에서 TV를 가지고 있는 집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TV 없는 집을 손에 꼽는 게 더 빠르다. TV수상기의 보급만큼이나 유료 방송 시장의 발전도 시청자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의 IPTV 시장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kt의 IPTV 방송센터 주조정실. | kt제공

특히 IPTV는 2009년 출범한 이후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덕분에 더 이상 성장할 여지가 없을 것 같았던 국내 방송 시장은 최근 3년새 45%가량 커졌고, 유료 방송 가입자는 주민등록세대 대비 130% 수준을 기록했다.

IPTV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IPTV 사업자들은 콘텐츠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프로그램 사용료를 높여주는 등 콘텐츠가 제값 받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 결과 2009년부터 지상파 방송과 채널사용사업자(PP)의 프로그램 판매 수익은 연 40%씩 증가했다. 영화 주문형비디오(VOD) 시장도 연 70% 이상 성장하며 불법 다운로드로 몸살을 앓던 영화 산업의 숨통을 틔워줬다.

그리고 이제, 방송 사업자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쟁 환경을 맞고 있다. 네트워크와 스마트기기의 발달로 ‘어디에나 있는 TV’ 시대가 되면서 콘텐츠가 소비되는 시·공간적 제약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는 우리 콘텐츠 사업자들이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타임워너,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 사업자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힘들다. 여전히 대부분의 PP는 영세할 뿐 아니라 대형 PP도 글로벌 사업자들과 경쟁하기에 아직 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창조경제 시대의 방송사업 발전 계획안’은 글로벌 사업자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국내 방송 사업자, 특히 콘텐츠 사업자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콘텐츠가 제값 받는 환경을 조성해 PP의 프로그램 제작 여건을 개선하고, 국내 콘텐츠들이 해외에 유통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K-포털’을 구축하는 것 등이 바로 그 내용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금까지 방송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를 완화하고 바른 생태계를 조성해 각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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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계획안의 목표대로 국내 콘텐츠 경쟁력이 강화된다면 강력하게 조성된 한류 열풍이 콘텐츠 산업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걸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창조적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했을 때 국가 이미지가 제고되는 것은 물론 디스플레이 등 유관산업의 동반성장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지 않은가. 방송이야말로 진짜 창조경제다.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