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국의 대선이야기]승부의 키는 통합적 리더십

선거 중반전, 판세는 오리무중이다. 초반전 판세가 7대 3이나 6대 4 정도로 민주통합당이 우세했던 것을 감안하면 공천 국면에서 민주통합당이 많이 부진했거나 새누리당이 상당히 선전했다는 얘기가 된다. 둘 다일 수도 있고. 기왕 이렇게 됐으므로 양당 모두 '이제부터 승부'라는 심정으로 냉정하게 판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전략 구사가 가능해진다.

효과적인 전략 구사를 위해 양쪽 모두 먼저 풀어야 할 난제들을 안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슈 재정렬을 통해 공천경쟁의 부진을 만회해야 한다. 야권연합 타결이 국면 전환의 계기를 가져다주기는 했지만 후속조치가 없이는 상승세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이슈 선점이 필요하다. MB(이명박)정권 심판론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해군기지 이슈 간의 혼선을 정리하는 것이 시급하다. 민주통합당은 손쉬운 MB심판론을 제쳐두고 잘해야 5대 5 게임일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 싸움에 올인하는 '무모한 돌격'만은 피해야 할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치러야 하는 것은 거리투쟁이 아니라 선거다.

김무성 의원

새누리당은 공천 탈락자들에 대한 대처를 포함해 범여권 보수진영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찻잔 속 태풍'으로 치부해도 좋을 만큼 공천 탈락자들의 저항이 미미하긴 하지만 그 미미한 저항도 500~1000표 차이에서 승부가 갈라질 수도권에서는 당락을 뒤바꿀 엄청난 쓰나미가 될 수 있다.

'공천 탈락자도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박근혜의 발언이 의미 있는 것은 탈락자들이 일으킬 미풍이 선거 현장에서는 쓰나미가 될 수도 있을 만큼 이번 선거가 민감도 높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의원의 당 잔류 선언과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 안상수 전 대표의 백의종군 선언이 빛을 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공천은 정당이 행하는 최고의 전략적 선택이고 공천 후유증 관리는 정당이 행하는 최고의 정치예술이다.

핵심은 통합적 리더십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공천 후유증을 수습하고 범보수진영을 하나로 묶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도 통합적 리더십이고, 한명숙 대표가 야권 전체를 불필요한 정책적 혼선 없이 MB심판론으로 재정렬시키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도 통합적 리더십이다.

이동관 전 대변인

통합적 리더십은 마음을 비울 때 만들어진다. 주장보다는 경청에서 만들어진다. 마음을 열고 먼저 손을 내밀 때 만들어진다. 무엇보다도 궁극적 목표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을 때 구현된다.

이슈의 재정렬과 범여권 묶어내기.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이 직면한 문제들은 성격이 전혀 다르지만 해법은 전적으로 같다. 통합적 리더십이 바로 그것이다.

고성국의 대선이야기

선거는 시대정신에 의해 규정되고 시대정신에 의해 선택된다. 여야 모두 통합의 리더십을 요청받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노무현·이명박 정부 10년의 갈등과 대립의 역사를 넘어서는 통합의 정치를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위원장, 한명숙 대표는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과연 어떤 수준의 리더십으로 응답할 것인가. 중반전으로 치닫고 있는 4·11 총선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바로 이것이 아닌가 한다. 선거는 결국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정치지도자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고성국 | 정치평론가·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