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설계]연금개시와 연금전환의 차이

보험상품을 잘 살펴보면 ‘연금전환’과 ‘연금개시’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나온다. 연금전환은 연금상품이 아닌 것을 연금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하고, 연금개시는 원래 연금상품인 것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처음에 정한 대로 시행되는 것을 말한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엄청난 함정이 숨어 있다. 핵심은 처음부터 연금상품을 가입한 자와 나중에 전환한 자의 연금지급액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종신보험이나 CI보험의 연금전환은 종신보험과 CI보험을 해약하고 그 해약환급금으로 즉시 연금에 가입하는 것이며, 변액유니버셜보험(VUL) 역시 연금전환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에 ‘OO연금보험’이라는 것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연금개시라고 판단하면 된다.

두 경우의 가장 큰 차이라면 연금보험의 생명표 적용 시점은 ‘가입 당시’지만 연금보험 이외 모든 상품의 생명표 적용 시점은 ‘전환 당시’라는 것이다. 그 시간의 차가 커질수록 수령하는 금액의 차이도 커지게 된다.

생명표는 과거의 통계다. 과거와 현재는 분명히 다르고, 현재와 미래 또한 다르다. 그런데 여전히 보험료는 과거 통계를 기반으로 계산된 보험료를 10년, 20년 동안 납입한다. 과거의 데이터에 근거해 장기적으로 ‘보험료수입 > 보험금지출’을 예상한다는 것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판단이다. 회사가 망하지 않으려면 현재 상황과 최대한 오차가 나지 않도록 최근 통계를 사용해 보험료를 책정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보험사는 결국 연금개시보다 연금전환을 사용해 생명표의 적용 기준을 가장 최근 것으로 적용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현재 보험업계에선 ‘연금개시’를 하는 연금보험은 6회 경험생명표가 적용되고 있다. 연금전환의 경우 여기에 3년마다 경험생명표가 추가된다. 지금 30세인 고객이 연금전환을 통해 60세 때 연금을 수령하고자 한다면 경험생명표의 적용에 있어 10번의 생명표가 바뀐 16회 경험생명표의 기준으로 적용을 받게 된다.

이 경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경험생명표가 5%씩 떨어지면 30년 뒤에는 연금액이 약 30% 적게 나온다. 매월 200만원을 수령할 수 있던 것을 140만원밖에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오래 살면 살수록 차액은 훨씬 더 커지게 되니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 확인해야 한다.

노후 대책 목적으로 많이 가입하는 변액유니버셜보험 역시 연금전환을 사용하고 있다. 특이하게 M사의 변액유니버셜보험은 보험업계 유일하게 ‘가입시점’ 경험생명표를 적용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필자는 고객 입장에서 다시 찾아오기 힘든 너무나도 좋은 기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재무설계

“차량은 새 차를 인도받는 순간부터 가치가 떨어지지만 연금보험은 가입하는 순간부터 가치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생명표의 이익은 시간을 사는 것이고, 확정적 이득을 보는 눈에 보이는 게임이다.

박현덕<KFG 종합재무설계사·부지점장> wochach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