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신비한 별, 그리고 우리의 천문역사

어린이·청소년책 100선 / <별가족, 태양계 탐험을 떠나다><별을 쏘는 사람들><별자리와 우리 천문학의 역사>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앞에 나섰더니/서산 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산뜻한 초사흘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오/잠자코 호올로 서서 별을 헤어보노라.”(이병기 시인의 ‘별’)

서늘하다 못해 날카로운 봄바람이 한순간 지나가고 뜨거운 6월 햇살이 머리 위로 쏟아지고 있다. 봄 햇살에 자리를 내주지 않을 듯한 차가운 바람의 기세와 허무하게 진 어린 영혼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있느라 하늘 볼 겨를이 없었던 사람들은 이제 구름을 벗어난 희망이라는 별을 하나씩 품고 뜨거운 함성과 함께할 여름밤 하늘을 기대하고 있다.

천문대는 무슨 일을 할까
우리나라는 2008년 4월 이소연씨가 소유즈 호에 탑승해 우주실험에 참가하면서 세계에서 36번째 우주인 배출국이 됐고,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발사를 두 번 시도하는 등 새로운 한국우주개발 역사를 쓰고 있다. 우리 우주개발사가 18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나로호가 성공한다면 앞으로 이른 시간 안에 한국이 세계 우주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난히 덥다는 올 6월 가족이 함께 더위를 피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과 우주, 우리의 자랑스런 천문역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책들을 소개한다.

<별가족, 태양계 탐험을 떠나다>(김지현 글·김주경 그림, 토토북)는 신비한 우주세계로 초대할 기본서로 별과 우주, 특히 태양계의 기본 상식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글의 주인공인 초등학교 3학년 재범이네 가족은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를 저학년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를테면 아빠는 태양계의 행성 크기를 수성은 포도, 금성은 귤, 화성은 방울토마토 등 과일에 빗대어 비교하고 엄마는 떡이 쌀가루로 만들어지듯 별도 별가루(성운)가 모여 생겨난 것이라 설명해 주는 식이다. 내용의 구성은 태양계의 우리 별 지구부터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등 행성과 지구의 유일한 위성인 달까지 차례대로 각 별의 특성을 설명하고, 그 뒤에 자세한 관련 사진을 첨부해 태양계의 기본 지식을 쌓을 수 있게 한다. 우주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 아이에게 읽도록 권해도 좋고, 부모가 직접 읽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듯 설명해 주는 것도 좋다.

<별을 쏘는 사람들>(이지유 글·송진욱 그림, 풀빛)은 별을 실제 관측하는 사람들인 천문학자와 관측대인 천문대가 하고 있는 일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한 낱말풀이와 참고할 만한 나라별, 우리나라 지역별 천문대 소개도 준비돼 있다. 별똥별 아줌마로 유명한 저자는 관심과 애정이 있으면 누구나 ‘별을 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말한다.

<별자리와 우리 천문학의 역사>(안나미 글·이주윤 그림, 다산어린이)는 주인공 가족의 체험활동을 따라가면서 지난날 별자리를 관측하는데 쓰인 주요 문화재와 천문대, 옛 천문학자들을 자연스럽게 소개했다. 가족이 함께 별과 관측에 대한 이야기를 끝낸 다음에 소개되는 답사일지와 조사일지는 앞서 소개된 내용의 심화 보충 역할과 더불어 방학 체험활동일지의 예로 활용하는데 손색이 없다.

여름이 되면 서늘한 밤바람 산책에 우연히 올려다본 하늘에서 가득 쏟아지듯 가슴으로 들어오던 별들이 생각난다. 유난히 빛나던 하나의 별에 홀려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커다란 우주 속의 작은 나를 생각하게 만들던 그 순간은 아직도 여름밤 하늘을 올려다 볼 때마다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지난해 1차 발사에 실패한 나로호가 이번 6월 10일 2차 발사에서도 아쉽게 실패했다. 비록 2차 발사가 실패했지만 오랫동안 연구한 과학자들의 노력과 미래의 우주 강국을 꿈꾸는 국민들의 염원을 생각해 볼 때 조만간 성공하지 않을까 자신해 본다.

별이 빛나는 여름에 우리 미래인 아이들과 찬란했던 천문 기술을 뽐내던 조상의 업적을 자랑스럽게 느껴 볼 수 있는 여행을, 아이들이 지구를 벗어나 저 먼 우주의 별을 쏘아 보는 미래의 자신을 꿈꿀 수 있는 기회를 가족이 함께 가져보면 좋겠다.

박영민<서울 정목초등학교 사서교사>

<별가족, 태양계 탐험을 떠나다>의 저자 김지현씨
“하늘을 보면 두 배의 세상을 얻게 됩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3~4학년쯤 되면 별이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커집니다. 그런데 이때 지식이나 정보 위주로 가르치면 급격히 흥미를 잃게 되지요. 가장 오래되고 넓은 세계인 별과 우주를 관찰하는 건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 주기에 좋은 주제인데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별가족, 태양계 탐험을 떠나다>의 저자인 김지현씨(41)는 우주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잡아 놓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별가족의 주인공인 초등학교 3학년 재범이는 실제 김씨의 아들이다. “재범이가 별에 대해 큰 흥미를 못 느끼는 것 같아서 쉽게 전해 주는 방법을 찾다가 가족여행이란 줄거리를 끌어들이고, 일상과 우주를 연결해 설명하게 됐다”고 한다.

책 속에서 이들 가족은 우주선 ‘지구호’를 타고 태양계를 탐험한다. 여덟 행성을 이끄는 태양이 생겨난 과정을 지켜보고, 납덩이를 녹일 만큼 뜨거운 금성과 꽁꽁 얼어붙은 화성을 구경한다. 토성에 내려서 아름다운 고리를 관찰하고, 혜성의 멋진 꼬리 주변을 지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아빠와 엄마는 해왕성을 구성하는 성분이 재범이의 방귀와 똑같은 메탄가스라는 등 일상적이고 재미있는 설명을 덧붙인다.

작가는 이 책 외에 한국과학기술도서상을 받은 <밤하늘로 가는 길>을 비롯해 <풀코스 우주여행> <풀코스 별자리여행> <태양계 가족> <실험으로 배우는 우주> 등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의 우주과학 도서를 발표했다. 최근에는 <별가족, 태양계 탐험을 떠나다>의 속편인 <별가족, 블랙홀에 빠지다>를 펴냈다. 재범이네 가족이 더 성능 좋은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 너머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그가 우주과학 전문작가가 된 계기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천체망원경을 갖게 된 것이다. 강원 동해시에서 살던 그는 76년만에 헬리 혜성을 지구에서 관찰할 수 있던 1985년에 장학금으로 받은 돈으로 선망의 대상이던 망원경을 손에 넣었다. 그때부터 별자리를 꾸준히 관찰했으며, 서강대 물리학과 재학 시절에는 전국대학생아마추어천문회장을 맡았다. 졸업 이후 안성천문대장, 현암사 별학교 교장 등을 지내다가 지금은 집필과 강연에 몰두하고 있다.

“책으로 얻는 지식보다 한 번이라도 직접 별을 관찰하는 게 좋습니다. 요즘 지방자치단체에서 천문대를 많이 만드니까 가족여행을 할 때 밤에는 별자리를 관찰하는 걸로 일정을 잡으면 어떨까요.”

김씨는 초보자의 경우 도시의 밤하늘을 보는 걸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크고 밝게 빛나는 일등성만 보이기 때문에 관찰하기가 쉽다. 요즘 같은 초여름에는 동쪽에서 빛나는 직녀성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예전에는 별이 쏟아질 듯 많았던 시골의 밤하늘이 개발로 인한 빛, 즉 ‘광(光)공해’ 때문에 점점 부옇게 변하는 게 그를 안타깝게 한다. “리조트가 늘어나면서 강원 지역 밤하늘도 예전처럼 깜깜하지 않다”면서 “이러다가는 별을 보기 위해 호주나 남미로 가야 할 날이 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두 배의 세상을 얻게 됩니다. 땅에서 벌어지는 복잡하고 속상한 일들에서 벗어나 별이나 우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문화기획

“생활이 바빠지면서 나 자신도 별을 보는 시간이 줄었다. 앞으로 별을 더 많이 보고 싶다”는 그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서양 별자리 이름 대신 우리 전통의 별자리 이름과 그 속에 깃든 이야기를 찾아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윤정 기자 yjh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