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쉽잖아요! 재미있잖아요!

어린이·청소년책 100선 / 앗! 시리즈

학교도서관저널과 「Weekly경향」이 공동 기획한 ‘어린이·청소년책 100선’이 12월에는 어린이·청소년 전집 및 시리즈 분야를 소개합니다.

간단한 질문도 과학적인 대답을 구하려고 하면 아주 복잡해진다. 그런데도 우리는 과학적인 사고를 하라고 가르치고 있고 과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고 배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복잡한 이 시대에 과학이야말로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답을 우리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혀 머리 아플 때 우리는 그 어느 학문보다도 신뢰성 있게 과학을 먼저 부르고, 과학 역시 우리가 부를 때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달려와 시원하게 이를 해결해 준다.

이렇게 요긴한 과학인데 어째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과 친하지 않은 걸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를 말하자면 여기에서도 여차하면 도마에 오르고 있는 주입식, 암기식 학교 교육을 가장 큰 책임으로 보아야 한다. 과학이야말로 토론이 필요한 학문이고, 그 토론의 내용은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를 거친 실험의 결과로 논해져야 하며, 거기에는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가 뒷받침되어야 하건만 우리의 과학 교육은 단기간에 만들어진, 과정 없는 실험 결과를 너도 나도 똑 같이 외워 똑 같은 답을 써내고 평가받는 문제 풀이에만 몰두한다. 그렇게 공부해온 과학이니 재미없는 건 당연하다.

과학이 재미없다는 건 우리 도서실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도서실의 소장 도서 비율을 살펴보면 해마다 변하지 않고 문학, 역사, 과학 순이다. 일 년에 한 번씩의 수서기회에 학생들에게 희망 도서를 말하라고 하면 적어내는 희망 도서의 대부분은 시간을 들여 관찰이 필요하고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야 재미있어지는 과학책보다는 척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꿈을 꿀 수 있는 판타지 위주의 문학 책이나 교과에 연계되어 시험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습 도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참고서 아니지만 공부에도 도움
그러나 어디에든 예외는 있는 법, 이렇게 푸대접을 받는 과학 책 중에도 학생들이 짧은 10분의 쉬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수업 끝나자마자 잽싸게 도서실로 뛰어와 독서자를 꽂아 둔 채 어정쩡한 자세로 탐독하다가 또 종이 치면 잽싸게 아무 자리에나 내팽개쳐 두고 가 버리는 책이 있으니 그건 바로 ‘앗! 시리즈’이다. 아이들에게 새삼 그 이유를 물었다.

“외우지 않아도 되잖아요!”
“쉽잖아요!”
“재미있잖아요!”
독서 역시 공부로 연계돼 버린 요즘, 학생들 눈높이에서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길지 않은 분량의, 재미와 지식 두 가지를 다 풀어놓았으니 이 책은 단연 인기가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았을 생각들을 막상 멍석을 펴 놓으면 주춤하는 학생들이 간접경험으로나마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신이 난다. 그것이 참고서도 아닌데 학습에 도움까지 준다 하니 엄마들마저도 아이들에게 적극 권한다. 앞 번호로 출간된 ‘수학이 수군수군’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십진 계산법이 생겨나기 전 간단한 덧셈 문제 하나로 밤을 꼬박 새웠다는 로마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세 자리 수 덧셈이야 5초 안에도 풀 수 있는데 이걸 갖고 며칠을 걸렸다고? 갑자기 내 계산 능력이 우쭐해지고, 그러고보니 나는 수학을 아주 잘 하는 사람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바쁜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의미심장하게 묻는 사소한 질문에 결코 과학적인 답을 주지 못하는데, 과학의 즐거움을 스스로 알아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니 이 책은 다른 서가의 전집류들과 비교해 볼 때 눈에 띄게 차이나는 대출 권수를 보인다.

제본상 질 좋게 꾸며진 여느 책들과는 다르게 재활용지를 이용한 속지 군데군데 해롭지 않은 이물질마저 간간이 눈에 띄는 책이지만 형광빛에 눈이 시린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재활용지 특유의 부드러움이 있어 책 장을 넘기다가 손을 베일 염려가 절대 없다는 것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할 때 환경을 생각하는 책이라는 의미도 덧붙인다면 ‘앗!’ 하는 유레카의 감탄사가 한 번 더 나올 것이다.

남정미<염리초등학교 사서교사>

주니어 김영사 배수원 주간
“우리나라 어린이 과학책 수준 향상 기여”

‘앗! 시리즈’는 규모가 크다. 1999년에 시리즈의 첫 권이 나온 이래 지난 10여년 동안 136권이 나왔다. 출판사는 앞으로 14권을 추가해 2011년 7월까지 모두 150권으로 완간할 계획이다.

시리즈의 저작권은 영국과 독일의 4개 출판사가 갖고 있다. 시리즈의 토대가 된 110권은 영국 스콜라스틱 출판사의 ‘호러블 사이언스(horrible science)’ 시리즈다. 독일 출판사들의 책은 시리즈가 과학에서 사회, 역사 등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편입됐다.

호러블 사이언스 시리즈는 1996년 출간된 이래 영어권 청소년들이 과학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한 ‘앗! 시리즈’도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1999년에 문화관광부 권장도서로 선정된 이후 간행물윤리위원회와 서울시교육청이 선정한 권장도서 목록에 포함됐고 판매 호조에 힘입어 언론사들이 선정한 히트상품에도 몇 차례 뽑혔다.

기민한 마케팅 감각으로 호가 난 출판사답게 김영사는 어린이 교양과학 분야에 일찍 뛰어들었다. “지금은 어린이용 교양과학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1999년에만 해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출간 초기에는 중학생 독자를 겨냥했지만 지금은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이 시리즈를 본다. 지난 10년 사이 한국 학부모들 사이에 분 선행학습 열기 덕분이다.

‘앗! 시리즈’는 에듀테인먼트(education+entertainment)를 지향한다. 교육적인 목적과 오락적인 재미를 모두 노린다. 에듀테인먼트의 핵심은 ‘스토리텔링’이다. 정보를 딱딱하게 나열하거나 근엄한 문체로 말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풍부하며 문체는 직설적이고 풍자적이다. 일러스트 또한 익살맞다.

시리즈 초기에 나온 책인 <화학이 화끈화끈>을 보자. 저자인 닉 아놀드는 “화학을 단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그야 ‘으악! ’이라는 비명소리지!”라며 “화학은 끔찍한 과학 중에서도 가장 끔찍하다”고 능청을 떤다. 책은 황금을 만드는 연금술사들의 비결을 알려주고는 “황금은 절대로 생기지” 않으니 따라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선생님을 골려주는 질문도 소개한다. 그러면서도 기초적인 화학상식을 빼놓지 않는다. “에듀테인먼트를 적용한 어린이책은 ‘앗! 시리즈’가 처음이다. 당시 다른 출판사들의 편집자들도 이 책을 사서 봤을 정도다.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출간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책값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1999년에 권당 3900원이었던 책값이 지금은 5900원이다. “애초 콘셉트 자체가 문고판으로 해서 저가를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종이도 갱지를 썼다. 중간에 모조지로 바꾸면서 가격을 1000원 인상했다. 어린이책들이 점차 화려해지는 추세에 맞추어 컬러 도판을 삽입할까도 생각했지만 저작권 문제 때문에 여전히 흑백도판만을 사용하고 있다.”

시리즈 모두 외국인 필자들만 있는 건 아니다. 시리즈를 한국화하는 과정에서 몇몇 한국인 필자들도 집필에 참여했다. 그러나 한국인 필자들의 참여는 애초 계획보다는 미진했다. “국내 저자들을 많이 찾았다. 그러나 의외로 적합한 필자들을 찾기 어려웠다. 원고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계약만 하고 포기한 적도 많다. 국내 과학 저자들, 그중에서도 아동을 대상으로 쓸 수 있는 필자들의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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