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위인이 직접 들려주는 ‘나의 이야기’

어린이·청소년책 100선 / ‘나는Yo’ 시리즈

“대통령을 만든 어머니들의 공통점은 아들에게 위인전을 광적으로 읽혔다는 점이다.” - 보니 앤젤로, <대통령을 키운 어머니들> 중

도서관에 근무하다 보면 위인전을 찾는 학부모들을 많이 만난다. 아마도 위인전을 통해 아이들이 꿈을 갖게 하고 그 꿈을 이루고자 하는 도전정신을 갖게 함으로써 아이들이 자기 인생의 방향을 찾아나가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또한 위인전은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의 문화·역사·정치·지리 등 다방면에 관심을 갖게 하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직업의 세계에 눈뜨게 해준다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위인전을 권하고 있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위인전이 너무 다양해서 딱 맞는 책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그 중 미래아이의 ‘나는Yo’ 시리즈는 역사적인 인물들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방식을 사용해 역사 속의 위대한 인물들이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와 인물과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게 하였다. 현재 5권이 출간돼 있는 시리즈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지동설을 주장함으로써 근대과학의 문을 연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생애를 이야기한다. 이 책을 통해 한 사람의 연구 성과가 어떻게 당시 정설로 받아들여지던 학설을 뒤집었는지,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한 인간의 노력이 어떻게 과학사 전체를 바꾸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거대한 권력에 맞서 고뇌해야 했던 한 과학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몽고제국 건설과 멸망 과정 다뤄
<칭기즈 칸>은 칭기즈 칸의 어린 시절, 그가 고난을 극복하고 몽골제국의 발판을 마련하기까지의 과정, 거대한 제국이 결국 한민족의 나라인 명나라에 의해 멸망당하게 된 과정 등을 그렸다. 탁월한 전략과 지휘력, 뛰어난 외교술, 혈연을 무시한 능력 위주의 조직화, 정복한 나라들의 문화와 종교를 배척하기보다는 수용했던 칭기즈 칸의 면모를 가감없이 다뤘다. 몽골의 역사와 문화까지 덤으로 배울 수 있다.

<살바도르 달리>는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가 어떻게 초현실주의의 대가가 되었는지를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들려준다. 책은 평범함을 거부한 달리의 작품 세계와 작품만큼이나 특별했던 생애를 통해 그가 살았던 시대를 전반적으로 조망하고 이해할 수 있게 배려했다.

<빈센트 반 고흐>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불행한 삶을 살다가 죽고 나서야 합당한 명성을 누린 빈센트 반 고흐의 이야기다. 동료이자 친구였던 고갱과의 다툼, 고흐의 예술적 재능을 평생 지지해주었던 동생 테오와의 형제애 등이 그려진다. 책은 한 평생 외롭고 불행했지만 오직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태양빛을 닮은 강렬한 그림을 그린 고흐를 친근하게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천재 과학자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다. 아인슈타인은 5살 때 아버지로부터 선물받은 나침반을 통해 세상에 대한 호기심에 눈떴다.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린 연주를 통해 과학적 영감을 얻었던 음악 애호가였다. 또한 그는 자신의 이론적 발견이 원자폭탄 발명에 사용되는 모습을 보고 절망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성명’을 발표한 실천적 지식인이기도 했다.

‘나는Yo’ 시리즈는 세계사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이들의 인간적 면모와 함께 풍부한 사진과 일러스트를 통해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과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의 문화사적 배경까지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시리즈를 통해 많은 어린이들이 자신의 꿈을 찾고 최선을 다해 꿈을 추구하면 누구나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성주영 <부천 도당초등학교 사서교사>

미래아이 이지안 부장
“인물이야기는 뻔하다는 인식 깨고파”

한 세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린이 위인전은 인물의 초인적인 행적에 초점을 맞췄다. 위인전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흉내낼 수 없는 탁월한 능력과 의지로 무장한 예외적인 개인으로 그려졌다. 요즘 위인전은 인물의 위대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인간적인 측면에 주목한다. 출판사 미래아이가 스페인 대형 출판사 파라몬의 ‘Yo’(스페인어로 ‘나는’이란 뜻) 시리즈를 번역해 출간하고 있는 ‘나는Yo’ 시리즈는 그런 흐름의 한가운데에 있다.

기획자인 이지안 미래아이 부장은 이 시리즈는 위인전이 아니라 ‘인물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이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가장 주력했던 것은 ‘인물 이야기는 뻔하다’는 인식을 깨는 것이었다. 평범함을 가장하지만 읽을수록 좌절감과 열등 의식만 쌓이는 아이들에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 이들은 살면서 맞닥뜨리는 온갖 일들을 피하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살았구나, 결국 이 사람들도 우리 엄마 아빠 같고 나일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었다.”

이탈리아 볼로냐에서는 해마다 볼로냐 아동 도서전이 열린다. 1000개 이상의 전 세계 출판사가 참가하는 이 도서전은 해외 아동 출판물이 국내로 들어오는 주요 통로다. 미래아이가 ‘Yo’ 시리즈를 점찍은 것도 2009년 볼로냐 도서전에서였다.

‘인물 이야기는 뻔하다’는 인식을 깨뜨리고 싶었던 출판사의 눈에 ‘Yo’시리즈가 한눈에 들어왔다. 출판사는 두 가지 측면에 주목했다. 먼저 이 시리즈가 통상적인 ‘인물 이야기’보다 좀 더 친근한 화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갈릴레이 갈릴레오나 반 고흐 같은 인물들이 어린이들을 상대로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다. 원서의 이런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한국어로 번역할 때도 어린이책에서 흔히 쓰는 경어체 대신 “~거든” “~이야” 같은 평어체를 사용했다. 두 번째는 이 시리즈의 서술 방식이 서구 중심주의적 시각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다. 이 부장은 <칭기즈 칸>을 예로 들었다. “서구인들이 칭기즈 칸을 이야기할 때는 자칫 전쟁광이나 정복자의 이미지만을 강조하기 쉬운데, 이 시리즈에서는 소년 테무진이 칭기즈 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인간적으로 그렸고 몽골 역사도 균형 있게 소개하고 있다.”

외국 출판사의 기획물을 들여오는 과정은 번역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 출판사는 해당 인물의 사실관계와 사진 자료들을 꼼꼼하게 검증했다. 파라몬이 스페인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대형 출판사이긴 해도 오류가 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외국 어린이책이 집중적으로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2000년 이후부터다. 주로 이 분야에서 앞서 있는 유럽 출판사들의 책이었다. 이 부장은 국내 기획물들의 수준도 최근에는 유럽 출판사의 수준에 근접해가고 있다고 본다. “초기에는 일방적으로 수입해오는 양상이었지만 요즘에는 국내 출판사 기획물들도 해외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 부장은 외국 어린이책을 들여올 때 서구 중심주의적 시각이 개입해 있지 않은지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책 내용을 비판적으로 분별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미 고전으로 자리잡고 있는 서양 작품들 가운데도 제국주의적인 시각이 은연중에 배어 있는 것들이 있다. 이런 작품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면 한국적인 것은 오히려 낡거나 타파해야 할 것으로 잘못 인식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인물 이야기 시리즈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 부장은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인물 이야기가 거의 포화상태라 할 만큼 많이 출간돼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과 상관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성적 올리기 경쟁을 부추기는 요즘 상황에서는 교과 성적 향상과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지 않은 책들의 판매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문화기획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학교도서관저널과 「Weekly경향」이 공동기획한 ‘어린이·청소년책 100선’은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끝냅니다. 그동안 기고해준 필자분들과 읽어준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