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책]신성불가침의 한국 스포츠에 ‘한 방’

어퍼컷 & 스포츠 코리아 판타지

<b>어퍼컷</b>정희준, 미지북스 펴냄<br><b>스포츠 코리아 판타지</b>정희준, 개마고원 펴냄

어퍼컷정희준, 미지북스 펴냄
스포츠 코리아 판타지정희준, 개마고원 펴냄

저자는 한국 스포츠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세 가지를 들었다. 국가주의, 집단적 자아도취, 폭력이다. 순전히 권력적 측면에서 스포츠는 훌륭한 사회 통제 도구가 될 수 있다.

스포츠를 빼놓고 우리의 일상을 얘기할 수 있을까. 대중문화를 논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경기 생중계나 스포츠 뉴스 말고 스포츠·사회·일반에 대한 사회적 분석은 여전히 미래형이다. 어릴 적에 운동선수였고 지금은 스포츠과학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스포츠 사회와 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학술적’ 비평을 선도하는 저자 정희준이 ‘신성 불가침의 한국 스포츠’에 또다시 ‘한 방’을 날렸다. <어퍼컷>이다.

저자는 한국 스포츠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세 가지를 들었다. 국가주의, 집단적 자아도취, 폭력이다. 순전히 권력적 측면에서 스포츠는 훌륭한 사회 통제 도구가 될 수 있다. 경기규칙과 훈련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사회적 규율에 준수하는 습관을 주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난 1월 출간된 <스포츠 코리아 판타지>에서 스포츠를 통해 한국의 현대사회문화사를 분석했다. “박정희가 보기에 태권도는 여러모로 ‘이쁜 자식’이었다. 그래서 군대에 보급했고, 또 당시 새마을운동, 성웅 이순신, ‘국기에 대한 맹세’, 국민교육헌장만큼이나 중요한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로 활용했다. (…) 자주국방을 위한 강군양성에 기여할 뿐 아니라 예의범절 길러주지, 명령에 복종케 하지, 도장 드나들 때마다 태극기를 향해 경례를 하며 국가관을 길러주는 등 이만한 다목적 국가장치는 드물었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 의해 철저히 계승됐다. 그때는 그랬다고 치자. 문제는 오늘이다. 국수주의에 가까운 애국주의 또는 국가주의, 스포츠 비즈니스와 대중매체가 강고하게 결합된 상업주의, 오로지 금메달만을 추구하는 일등지상주의가 사회통제 수단성에 따라붙는다. 우리 사회에서 스포츠 선수들의 인권과 교육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초등학생부터 프로선수에게까지 가해지는 성폭행이 존재하는 나라다. 국가 폭력과 독재정치와 스포츠가 사이좋게 연을 맺고, 서로를 위해 봉사하던 시절에야 그랬다 치자. 그런데 2009년 현재 한국 사회의 스포츠가 여전히 ‘그때 그 시절’, 대한뉴스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봐 줄 필요가 없다. ‘어퍼컷’ 그 이상으로라도 ‘얻어터져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다만 ‘주먹’이 아닌 ‘말과 글’로다.

지난 시절 중앙정부가 주도하던 ‘스포츠 정치화’가 이제는 지방으로 전염됐다. 얼마 전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평창동계올림픽’ 3수 도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복권을 건의했다. ‘재벌 없이 스포츠 없고, 스포츠 없이 3선 없다.’ 저자는 ‘올림픽은 개고생’이라며 “나는 올림픽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선언한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도, 부산하계올림픽 유치에도 반대다. 스포츠의 ‘상업국가주의’에 결연히 맞선다. “결국 수십조 원의 빚을 낼 수밖에 없는 부산이 만약 올림픽을 개최한다면 이는 임진왜란 이후 최대의 재앙이 될 것이다. 그리고 폐막 후 우리 모두 허리가 휘도록 그 뒷감당을 해야 할 때 지금의 시장은 그 자리에 없을 것 아닌가. 물건만 팔고 사라지는 지하철 외판원과 뭐가 다른가 말이다.”

그렇다고 저자는 순전히 남의 탓만 하지 않는다. 스포츠인 스스로의 각성을 요구한다. “더 자유로워야 하고 더 발랄해져야 한다. 그리고 세상을 둘러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소신과 신념에 따른 자신의 발언을 해야 한다. 조직이 요구하는 ‘금기’를 깨고 나와야 한다. 한국 사회의 미래에 관심을 갖는 박지성, 친구들과 함께 청소년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김연아, 사회적 약자에 대해 발언하는 박태환 등. 이런 그림을 기대한다면 무리일까.”

최재천<변호사> cjc4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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