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씨앗은 30여년 전, 주택저당채권 담보부증권(MBS)이라는 금융상품이 개발됐을 때 뿌려졌다. MBS는 주택저당권을 한데 모아 채권으로 증권화한 것. 당시 MBS가 혁신이었던 이유는 비유동자산을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유동자산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실제 MBS는 모든 이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베서니 맥린, 조 노세라 지음·윤태경, 이종호 옮김·자음과모음
가정은 주택을 소유할 수 있었고, 주택저당권 대출업자는 주택담보대출이 상환되기까지 30년을 기다릴 필요 없이 주택저당권을 바로 현금화해 다른 주택구입자에게 대출해줄 수 있었으며, MBS 발행기관들은 채권을 투자자에게 팔아 수익을 올리고 위험을 전가할 수 있었고, 채권을 구입한 투자자는 주택소유자가 대출을 갚게 되면서 장기의 안정적인 고정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마침내 모든 이들의 주택 소유라는 아메리칸 드림이 실현될 것만 같은 순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장차 MBS 때문에 벌어질 일들, 서브프라임 산업 급성장, 전례 없는 구조적 위험 대두, 대출자와 대출기관의 연결고리가 모호해져 생길 금융위기 등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상품을 개발한 곳은 월스트리트였지만, 정부 또한 MBS 시장이 열리는 데 방해가 되는 규제를 손대지 않았다. 금융위기가 미국을 휩쓸고 지나간 뒤 MBS를 만들었던 세 사람 중 한 사람, 루이스 라니에리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나는 역사상 가장 큰 ‘폭탄 돌리기 게임’을 만들 생각이 없었지만,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금융위기가 현재진행형인 만큼 현재와 직전 과거의 금융위기에 대한 분석 또한 진행형이어야 한다. 그간 여러 작업들이 있었지만 이번엔 <포춘>지 출신 베서니 맥린과 조 노세라가 2008년 금융위기를 추적했다.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모든 게 월스트리트 때문이었을까. “다시는 월스트리트가 저지른 실수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2010년 7월, 오바마 대통령은 200~300페이지에 38만3000 낱말에 달하는 ‘월스트리트 개혁 및 소비자 보호법’에 서명했다. 이제 문제는 끝났을까. 30년 전 라니에리는 오늘날 논란의 핵심을 정확히 포착했다. MBS가 발행되기 시작할 무렵, 그때 이미 이렇게 물었다.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합니까? 정부가 어디에서 우위에 설 수 있습니까?”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언 브레머 지음·차백만 옮김·다산북스
금융위기의 여진이 계속되던 2009년 5월, 위기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 회장 이언 브레머는 맨해튼 12번가에 있는 중국대사관에서 중국 외교부 부부장 허야페이를 만났다. 허야페이는 약간 억양이 있는 영어로 환영인사를 한 뒤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자유시장경제가 실패한 지금, 경제에 대한 정부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대답이 바로 새 책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The End of the Free Market)>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가장 큰 특징은 국가의 재등장이다. 금융과 시장에 대한 정치와 국가의 복권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국가자본주의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고, 미국식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세계화는 경제 붕괴의 원인으로 비판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자유시장 자본주의는 종말을 고하고 국가자본주의의 신기원이 열리게 되었을까. 브레머는 머레이 로스버드의 40년 전 말을 빌려 반론을 시작한다. “나는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다. 반면 국가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선 비관적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낙관적이다. 왜냐하면 나는 국가자본주의가 결국 종말을 맞이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근거는 이렇다. 국가자본주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대안이 아니며’, ‘중국과 걸프만 국가 등은 자국의 문제를 처리하기도 힘겹기 때문이다.’
반면 자유시장 자본주의는 ‘자본과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흐름, 그리고 원활한 인적 교류에 의존’하며, 참여하는 이들에게 ‘번영을 제공’하고, 스스로 ‘창조적 파괴’를 통해 진화해간다. 제시된 대안은 군사력과 경제력에 대한 투자, 개방적 이민정책 등 지극히 미국적이다. 그럼에도 결론은 이해할 수 있다.
“결국 글로벌 경제가 회복된 후 경제번영이 얼마나 강력하게, 그리고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자유시장을 신뢰하는 이들이 경제위기라는 실패사례로부터 교훈을 얻고,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원칙을 고수하며 몸소 실천해나갈 때 비로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관건은 ‘교훈’이다.
최재천<변호사> cjc4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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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