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Place]대를 이어 지키는 ‘원조의 맛’

- 춘천시 후평동 ‘1.5닭갈비’

그 남자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닭갈비’다. 모르는 사람은 그거 뭐 먹을 것 있느냐며 시큰둥해하지만, 누군가 닭갈비 먹으러 가자는 말을 하면 입에 침부터 고이고 그 냄새가 벌써 코끝을 치고 내려오곤 한다.

처음 닭갈비를 먹었던 때는 중학교 1학년, 닭갈비의 본고장 춘천에서 자랐으면서도 왜 그때서야 닭갈비를 먹게 되었는지 이유는 생각나지 않지만 어쨌든 첫 만남은 그때가 분명하다. 친구들과 함께 생일 턱을 내는 자리였고 1인분, 아니 닭갈비 1대에 500원이었던 것도 기억이 새롭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닭갈비는 그 남자가 모든 음식을 판별하는 기준이 되었다. 이를테면 닭갈비보다 맛이 ‘있다’ ‘없다’로 등급을 매긴다거나 맛보다 음식 값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면 ‘아, 이 돈으로 닭갈비를 먹었으면 푸짐하게 먹었을 터인데’ 하는 것 말이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타지에서 대학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닭갈비는 이제 아무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게 되었다. 작심하고 춘천까지 내려가서 어렵게 먹어야 하는 고향의 음식이 되어버렸고 그때부터 그 남자의 피눈물나는 ‘닭갈비집 찾아 삼만리’는 시작되었다. 지금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왜 이 넓디넓은 서울에, 전 세계의 음식이 다 모여 있다는 이 특별시에, 어떻게 제대로 된 닭갈비집이 하나도 없느냐는 것이다. 좀 한다 하는 집들도 소문듣고, 혹은 우연히 찾아가보면, 기본적으로 닭의 육질은 물론이려니와 맵고 아리기만 한 양념, 뜨거운 무쇠 프라이팬에 지글지글 볶아내야 할 닭갈비를 너비아니 굽듯 석쇠에 굽질 않나, 팬에 기름을 두르는 대신 육수를 부어 닭도리탕을 만들어 버리질 않나, 명태포 뜨듯 너무나 얇게 썰어 놓아 오돌오돌 씹는 맛을 하나도 느낄 수 없는 집들뿐이었다.

결국 서울에서 그럴듯한 닭갈비집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서럽고 아쉬워도 꾹 참고 버티다가 어떻게든 춘천 갈 일을 만들어, 가서 먹고 오는 것으로 대신하길 벌써 12년이 지났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춘천에 다녀왔다. 부근에 다른 볼 일이 있어 갔다가 일부러 닭갈비집을 찾았다. 춘천시 후평동 보안사거리에 있는 ‘1.5닭갈비’. 12년 전부터 다니던 단골집이다. 아파트촌 입구에 있어 혹여 그저 그런 수준이라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춘천뿐 아니라 서울과 전국 각지에서 이집 닭갈비를 먹기 위해 주말을 헌납하며 달려오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때로는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

“12년 전이면 부모님이 장사하고 계실 때부터네요.” 가게의 이력에 비해 젊어 보이는 김태우 ‘1.5 닭갈비’ 대표가 말했다. 아!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음식의 대를 잇는 음식점이 생겨나는구나 싶었다. 대를 이어 가업을 하는 가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뭄에 콩나듯 흔치 않은 것이 사실이고 보면 서울도 아닌 지방에서 맛을 지키며 대를 잇는 이 음식점은 얼마나 소중한 곳인가.

12년 동안 먹어왔기 때문에 익숙해진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집 닭갈비는 여느 집과 다르다. 고유한 양념장 맛부터 충분히 숙성시킨 양질의 닭고기와 신선한 야채 그리고 마지막에 비벼 먹는 밥까지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답답할 뿐이다. 간만에 삼삼하게 먹고 나오는 길에 상호가 왜 1.5일까, 12년 전부터 궁금했던 대목이 또 떠올랐지만 끝내 묻진 않았다. 그냥 모른 채 12년 정도 더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겠지 싶어서였다. 다들 한 번 가보시라, 최소 12년 정도는 그 맛을 보장한다.

1.5 닭갈비

위치 춘천시 후평3동 801-13 인공폭포 앞

그 남자의 Place

문의 033-253-8635

그 남자 탁현민 (tak0518@hanmail.net)
맛집과 가고 싶은 곳을 멋대로 소개한다. 정말 괜찮은 Place는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알려주는 친절함도 갖추고 있다.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주)피당 Creative director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