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Place]짜장면은 자장면이 아니다

-마포구 서교동 중국집 후(侯)

자장면과 탕수육

도대체 왜 ‘짜장면’을 자장면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그 남자가 여태껏 살아오면서, 숱하게 중국집을 다녀봤지만 어디 한 군데에서도 짜장면을 자장면이라고 표기한 곳은 보지 못했다. 어디 중국집뿐이랴! 방송에서 말고는(심지어 방송에서조차 이따금) 단 한 명에게도 자장면이라고 하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짜장면은 자장면이라고 해야 한다면서 짬뽕은 왜 잠봉이라고 하면 안 되는다. 격음의 사용이 국어 순화에 도움이 안 되느니 어쩌구 하는 이야기는 말자. 그 남자는 지금 국어 파괴의 참담한 현실을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다만 음식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예민해서 그런지 아니면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를 일이지만, 짜장면은 짜장면이라고 해야 제 맛이 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짬뽕도 당연히 짬뽕이어야 한다. 음식의 맛이 단지 식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제대로 맛깔스러운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해서 그 남자는 배달이 안 되는 격조 있는 차이니스레스토랑에 가더라도 자장면을 짜장면이라고 시원하게 외치는 버릇이 생겼다. 당연히 좀 더 맛있게 짜장면을 먹겠다는 순수함의 발로다.

대다수 사람은 중국집이라면 어찌되었건 짜장면으로 승부하는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이 있는 터라, 온갖 산해진미로 배를 채웠더라도 짜장면이 맛이 없으면 그 중국집을 웬만해선 가지 않는다. 널린 게 중국집이고 먹을 것이 없을 때 만만하게 시켜 먹는 것이 짜장면이기에, 그간 적지 않은 짜장면을 먹어왔지만 사실 제대로 맛을 내는 중국집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특히 몇몇 간교한 상인들은 하나의 가게에 여러 개의 전화를 등록하여 맛없으면 바로바로 음식점을 바꾸는 수준 높은 짜장면 고객들을 우롱하기도 하니, 제대로 된 중국집을 선정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그래도 홍대 주차장 골목 끄트머리에 붙어 있는 중국집 ‘후(侯)’는 추천할 만하다. 사실 그 집보다는 맞은편에 있던 ‘리홍’이라는 중국집이 좀 더 낫긴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왜일까?). ‘후’의 짜장면은 면의 찰기도 좋지만 일단 춘장의 맛이 색다르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맛의 무게가, 감칠맛나게 입 속을 사로잡고 무엇보다 언제 먹어도 일정한 맛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점수를 후하게 주지 않을 수 없다. 굳이 삼선짜장을 시키지 않더라도 “짜장면!” 하고 주문만 넣으면 해물과 돼지고기가 적당히 섞여 나온다. 나름 격조 있는 집이라 동네 중국집처럼 후하진 않지만, 분명 따로 따로 볶아냈음이 분명하게 탱탱함이 살아 있다. 뒷맛이 텁텁하지도 않다. 사실 짜장면은 아무리 맛있게 먹었더라도 뒷맛이 그리 개운치 않은 게 사실인데 이 집의 짜장면은 절대 그런 느낌이 없다. 약간 보태서(?) 말하자면 냉면을 먹은 기분이랄까.

탕수육은 찹쌀가루로 부드럽고 쫀득하게 튀겨내고 레몬소스를 얹어 내는데 참 먹을 만하다. 입 짧은 그 남자와 한 여자가 함께 작은 사이즈를 하나 시키면 좀 모자란 듯 적당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짜장면과 탕수육에 아무런 흥분이 안 생긴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다시 어려지고 싶다면, 또 짜장면, 탕수육에 ‘얏호’ 환호라도 질러보고 싶다면 일간 방문하기 바란다. 정말 맛있다.

후(侯)

위치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2-18번지

그 남자의 Place

문의 02-325-0943

그 남자 탁현민 (tak0518@hanmail.net)
맛집과 가고 싶은 곳을 멋대로 소개한다. 정말 괜찮은 Place는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알려주는 친절함도 갖추고 있다.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주)피당 Creative director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