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와 문화]‘논란’ 자극하려는 ‘상업적 노림수’

노골적 가요 제목과 직설적 노랫말

다비치의 신작 앨범.

최근 가장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노래는 다비치의 ‘8282’와 ‘사고쳤어요’다. 지상파 음악 방송에서 무려 9주 동안 1위를 했던 ‘아성’, 소녀시대의 ‘Gee’를 누르고 디지털 음원은 물론이고 TV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이 두 곡은 단연 강세다. 특히 ‘사고쳤어요’는 타이틀곡으로 정하지 않았는데도 ‘8282’와 거의 비슷한 인기를 끌고 있다. 소녀시대를 바짝 뒤쫓으며 걸스 열풍의 선두 대열에 합류한 카라도 다비치 때문에 그 인기를 장기간 이어가지 못했다.

그 다음으로 인기 많은 노래는 무엇일까. 차트에 따라 분분하지만 아마 에이트의 ‘심장이 없어’일 것이다. MBC <쇼바이벌> 출신으로 소위 말하는 ‘대박’ 히트 경험은 없지만 에이트는 이 노래 덕분에 가요계 정상을 바라보는 최정상 인기 그룹으로 우뚝 솟았다. 라디오에서 이들의 노래는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언급한 노래들엔 공통점이 있다. 노골적인 제목과 가사가 인기의 주된 원인이란 것이다. ‘사고쳤어요’의 가사를 보자. “어쩌지 내 가슴이 이렇게 결국 사고를 치나봐, 아플 줄 알면서도 또 대책 없이 사고를 치나봐, 어느새 널 향해 내 가슴이 사고를 저질렀나봐” 슬픈 사랑에 빠져버렸다는 말을 ‘사고를 쳤다’는 말로 표현했다.

‘심장이 없어’의 가사도 비슷하다. 사랑의 아픔을 애써 잊어보기 위해 스스로 ‘난 심장이 없어’라고 주문을 건다는 내용이다. “나는 심장이 없어 나는 심장이 없어, 그래서 아픈 걸 느낄 리 없어, 매일 혼잣말을 해 내게 주문을 걸어.”

사실 노래가 담고 있는 내용만 봐서는 굳이 ‘사고를 쳤다’거나 ‘심장이 없다’는 자극적인 문구까지 쓸 필요는 없다. 애써 강한 어구를 동원했다는 건 그만큼 이목 집중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평범한 이슈로는 승부가 안 나는 불황 속 가요계가 노골적 직설 화법이란 새로운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사실 파격적인 언어 구사를 그 자체로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우리가 흔히 ‘진지한’ 음악으로 분류하는 록, 힙합, 심지어 블루스까지 태동 당시에는 그것들이 담고 있는 노랫말이 아주 저속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품위 있는 수사가 결여된 공격적이고 직접적인 욕구 표출이 노랫말의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장이 없어’나 ‘사고쳤어요’의 경우는 이 노래들이 속하고 태어난 최근 음악계의 유행 상황을 먼저 들춰볼 필요가 있다. 최근 두 달 사이에 나와 큰 관심을 받은 곡 중엔 유독 파격적인 제목과 그것이 부른 논란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곡이 많다. 이불은 ‘사고치고 싶어’를, 태원은 ‘이불을 빨았어’를, 소리는 ‘입술이 정말’을 내놓았다. 이 곡들의 전략에서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오버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심장이 없어’는 ‘총 맞은 것처럼’을 작사한 방시혁이 가사를 쓴 곡이다. 히트한 노래의 성공 요인을 그대로 뒤쫓는 고질적인 쏠림 현상의 반복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시사와 문화

아마도 불황이라서 안정을 추구하다가 생겨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이 유행이 철저히 상업적 계산하에 너도나도 들고 나오다 벌어진 눈사태임을 감안하면 이것이 선정성 경쟁으로 번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이미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안정은커녕 오히려 시장구조를 ‘단기간 히트’로 고착화해 불황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이대화<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