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와 문화]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작품은 좋아진다?

새로운 실험의 산물 ‘드림 걸스’

뮤지컬 <드림 걸즈>.

위기는 곧 기회란 말이 있다. 요즘 국내 뮤지컬계를 보면 실감나는 말이다.
물론 경제위기 탓에 예전보다 매출이 감소하고 관객 수도 부쩍 줄어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장 환경이나 투자 유치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제작자를 만나면 안타까운 마음이 이만저만하지 않다.

그러나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이 긍정적인 면도 분명 있다. 시장 환경이 나빠지면서 좋은 작품들은 오히려 힘을 받는 분위기다. 어설프게 만들었다가는 된서리 맞기 좋은 살벌한(?) 공연산업의 안팎 분위기가 역으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제작사의 노력을 경주시키고 있다. 만드는 사람은 괴롭고 힘들어도 관객 입장에서는 내실 있는 작품을 만날 기회가 커지니 반가운 현상임에 분명하다.

다양한 성향의 작품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수입과 창작의 획일적인 구분을 넘어 여러 형태로 시도하고 실험하는 제작 방식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의 등장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자면, 장기 공연 중인 <드림 걸스>가 그렇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은 협력 체계, 예컨대 우리 배우와 브로드웨이 제작진의 기술력, 공동 투자와 공동 기획이라는 새로운 실험의 산물이다. 서울 공연이 월드 프리미어인 셈인데, 한국 뮤지컬 산업이 단순한 소비 시장을 넘어 콘텐츠 제작을 함께 할 수 있음을 검증하고 점검할 수 있는 파트너의 위치로도 일정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증명해 보인 경우다. 무작정 그리고 단순하게 우리 것만 만들어 외국에 가져다 팔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축적이고 탄력적으로 글로벌한 규모의 콘텐츠 제작에 참여함으로써 수익 분배 구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셈이니 그야말로 ‘똑똑한’ 진화가 아닐 수 없다.

지방의 문화 축제를 활용해 작품을 테스트하고, 완성도를 고양시켜 대도시에서 막을 올린 사례도 등장했다. 얼마 전 막을 올린 무비컬 <마이 스캐어리 걸>이 그렇다. 지난해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큰 주목을 받더니, 숙성의 시간을 더해 마침내 서울 공연을 시작했다. 규모의 투자나 장기 공연이 불가능한 우리 문화시장의 현실을 고려해보면 정말 ‘영악한’ 한국식 트라이 아웃의 긍정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또 공연장 규모를 키워가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사례도 있다. 앵콜 중인 <라디오 스타>가 그렇다. 회를 거듭할수록 감칠맛을 더해 일반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시사와 문화

제작 방식의 다양화는 장기적으로 한국 뮤지컬 시장의 활력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숨통을 틔어주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원하는 행정가와 정책 입안자 들의 혜안만 더해진다면 위기는 정말 큰 기회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미디어법 못지않게 중요한 문화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는 데 국가적 관심이 기울길 기대한다.

원종원<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