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연구]청년재벌, 강남빌딩을 수중에 넣다

온라인 게임업체 네오플 만든 허민 전 대표

허민 네오플 전 대표가 강남 대치동에 885억 원짜리 건물을 사들여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재벌 반열에 올랐다.

세상 물정 모르던 20대 청년이 패기 하나로 창업해 8년 만에 1000억 원대의 재벌 반열에 올라 세상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30대 청년재벌이 된 주인공은 온라인 게임업체 네오플의 전 대표 허민(33)씨다. 허 전 대표는 25세에 회사를 세워 만든 온라인 게임들이 성공하며 1000억 원을 넘는 부를 이뤘으며 최근 강남 대치동에 885억원짜리 건물을 사들여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액션게임 ‘던전앤파이터’ 신화 일궈
허 전 대표는 미래에셋과 강남구 대치동 미래에셋타워 A·B동 2개 동을 885억 원에 인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A동은 지상 20층, 지하 5층으로 이뤄졌으며 B동은 지상 6층, 지하 4층 규모로 2개 동을 합친 전체 면적은 2만2900㎡에 이른다. 평당(3.3㎡) 인수가는 1350만 원으로 이달 말로 예정된 잔금 납부 후 소유권이 이전된다. 미래에셋은 2001년 성신양회로부터 이 건물을 인수한 후 최근 신규 투자 재원을 확보하려고 매각을 추진해오다 2개 동을 모두 사겠다는 허 전 대표에게 넘겼다. 허 전 대표는 2004년부터 2년간 이 건물 사무실을 임차해 쓴 인연도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부동산 펀드나 법인이 아닌 개인이, 그것도 33세의 사업가가 900억 원에 육박하는 강남 대형 빌딩을 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허 전 대표의 1000억 원대 성공신화는 인기 온라인 액션 게임 ‘던전앤파이터’로 유명한 온라인 게임업체 네오플로 이뤄냈다. 그가 처음 창업한 것은 게임업체가 아니다. 서울대 응용화학과 95학번인 허 전 대표는 2001년 친구 5명과 당시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야후 창업자 제리 양을 꿈꾸며 네오플을 설립했다. 꿈은 원대했으나 첫 작품은 시시했다. 사우나에 갔다가 열쇠 밴드에서 착안해 고주파를 이용한 ‘잠 깨우기 장치’를 만들어 팔았다.

‘잠 깨우기 장치’라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사업가로서 몸풀기를 한 허 전 대표는 같은 해 아바타 채팅 및 게임 서비스인 ‘캔디바’로 온라인 게임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캔디바는 사람들이 온라인에 접속해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로 채팅하고 게임도 즐기는,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서비스로 오픈 10개월 만에 누적 회원 수 200만 명을 돌파하고 월 매출도 10억 원을 넘어섰다. 인기가 대단하자 캔디바의 아바타를 베껴서 서비스하는 업체까지 있었다.

허 전 대표가 게임업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한빛소프트와 서비스 계약을 한 온라인 야구게임 ‘신야구’을 개발하고 나서다. 특히 개발 동기가 장안에 화제였다. 허 전 대표는 어릴 때부터 열성 야구팬으로 ‘백전백패’팀으로 유명한 서울대 야구부의 투수를 했다. 이때 회사를 차리면 프로야구단을 창설하겠다는 꿈을 가졌고 사업을 하면서 야구단을 창설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실제로 할 수 있는 야구게임을 만들게 됐다.

허민 전 대표를 청년재벌로 만든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캐릭터들.

이때까지만 해도 네오플은 게임 좀 만들 줄 아는 회사였다. 그러나 2005년 던전앤파이터를 출시하면서 국내 게임업체들이 부러워하는 대박 게임사로 바뀌었다. 삼성전자에서 서비스한 던전앤파이터는 총 회원 수 1000만 명에 최고 동시접속자 수 17만 명을 기록하는 국내 최고 인기 게임으로 자리 잡았으며 중국에서도 출시 반 년 만에 회원 수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던전앤파이터의 성공은 허 전 대표를 청년재벌로 만들었다. 네이버와 한게임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 포털업체 NHN이 2006년 5월 240억 원을 주고 네오플의 지분 60%를 인수했다. 인수 이후에도 던전앤파이터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또 다른 업체가 네오플에 군침을 흘렸다. 국내 대표적인 게임업체 넥슨이 지난해 7월 네오플의 지분 59.15%를 1500억 원 이상 들여 인수했다. 넥슨이 인수한 지분 59.15% 중에는 허 전 대표가 가지고 있던 41.37%가 포함돼 있다. 허 전 대표는 자신의 지분을 모두 팔면서 1000억 원 이상의 청년재벌로 우뚝 올라섰다. 일부에서는 NHN과 넥슨의 지분 인수를 모두 합치면 1500억 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 첫 비운동권 총학생회장 출신
허 전 대표는 사업가로서 성공신화만큼이나 학창시절도 독특했다. 1999년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해 다른 후보들이 구호와 공약을 소리 높여 외칠 때 직접 만든 뮤직비디오를 틀어대는 등 파격적인 선거 유세로 당선했다. 더구나 1984년 서울대 총학 직선제가 부활한 후 첫 비운동권 총학생회장이다.

서울대 야구부에서 투수를 한 것도 이색적이다. 그는 1960년대 부산중·고등학교에서 선수 생활을 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야구 사랑이 지극하다. 성인이 돼서는 휴가를 반납하고 밤을 새워가며 게임 개발에 몰두하다가도 롯데 자이언츠 경기가 있으면 서울, 인천, 수원 등 어디라도 장소를 불문하고 달려갈 정도로 열성팬이었다.

야구광에 대학교 총학생회장 경험은 온라인 게임업체의 CEO에게 좋은 자양분이다. 보통 이공대 출신의 게임회사 CEO는 제품 개발에만 집중, 경영은 소질이 없거나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아 의욕적으로 회사를 차렸다고 해도 실패하기 일쑤다. 그러나 허 전 대표는 이공대 출신이면서 회사 경영에도 수완을 발휘해 직원 5명으로 시작한 네오플을 8년 후 200명까지 늘리고 수익도 탄탄한 온라인 게임업체로 키웠다.

허 전 대표와 회사 생활을 오랫동안 한 네오플의 한 직원은 “허 대표는 정장보다 청바지 등 캐주얼한 복장을 즐겨 입고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등 회사 분위기를 자유롭게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아이디어가 많아 늘 직원들과 논의하고 실제로 적용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실패를 두러워 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도전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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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전 대표를 성공한 청년 사업가로 만든 데는 사업가 집안의 내력도 있다. 할아버지가 북한 최초로 고무 공장을 했으며 아버지는 해운업을 했다. 남들이 평생 일해도 쌓지 못할 부를 30대에 이룬, 아직도 미혼인 청년재벌 허 전 대표가 앞으로 또 어떤 성공신화를 만들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칸 종합뉴스부·권오용 기자 ban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