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연구]“교육의 양극화는 시장주의 교육 때문”

김상곤 첫 직선 경기도 교육감 당선자

첫 직선 경기도 교육감에 당선한 김상곤 한신대 교수(경영학)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김윤자 교수(한신대 국제경제학)는 “지식인 운동이 김 당선인의 삶 자체”라고 표현했다. 지식인 운동이란 사회의 부조리에 침묵하는 대중을 깨우는 지식인의 울부짖음이다. 암울한 시대일수록 그 외침의 공명은 크게 마련이다. 그의 이력이 곧 사회적 공명의 정도를 짐작하게 한다.

6월항쟁 전국교수단 시국선언 주도
그는 새로운 민주화 시대를 연 1987년 6월 항쟁 때 전국대학교수단 명의로 발표한 연합시국선언을 주도했다.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등과 함께 연합선언문 초안을 작성, ‘행동하는 지식인’의 책무에 앞장섰다. 그는 또 군사독재에 대한 항거가 절정에 이르던 1987년 6월 26일 교수의 대중운동체인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결성을 선도했다. 김 당선인은 “창립대회를 대학교 내에서 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서울시내 평양면옥에서 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에 원천봉쇄당하는 바람에 격식은 갖추지도 못하고 길거리에서 선언문 낭독만 했다”고 말했다. 1995년에는 민교협 공동의장을 맡아 지식인 운동과 대중운동을 접목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의 시대적 이슈와 대면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사회민주화운동에서 더 나아가 교육민주화운동을 전개했다. 그는 교수노조의 산파 역할을 했다. 2000년 교수노조준비위원회 의장을 맡아 교수의 노동자성에 대한 세계 각국의 논거를 찾아냈다. 또 교수의 사회·경제적 실태조사를 통해 열악한 교수 사회 환경을 고발했다. 이듬해 교수노조가 출범했고 그는 사무총장과 위원장을 잇달아 맡아 대학 개혁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그는 또 법률투쟁을 사회운동의 한 형태로 자리 잡게 하는 데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구속수사운동과 ‘노동법·안기부법’ 개정 반대 운동이 대표적인 것이다. 김영삼 정부가 추진한 노동법은 자본시장 개방과 금융자유화 조치를, 안기부법은 정보정치의 부활을 예고한 것이었다. 김 당선인은 ‘노동법·안기부법 개악 철폐 및 민중생존권 쟁취 범국민대책위원회’ 상임공동대표와 운영위원장을 맡아 설익은 시장 개방 및 정보 사찰 반대를 주장했다. 그는 전·노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성공한 쿠데타’론을 말하며 불기소 처분을 했던 것을 언급하며 “당시 국민적인 분노가 들불처럼 일어났는데 그때 교수들도 국민들과 함께 쿠데타 주역의 처분을 요구했다”면서 “좀처럼 수용하지 않을 것 같던 정부가 결국 국민의 요구를 수용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신자유주의적 기조 교육 시스템을 도입했던 ‘5·31체제’ 전환을 위한 노력도 두드러진다. 그는 “우리 교육이 시장주의화·산업화하면서 무한경쟁에 들어가다 보니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것을 개선하지 않으면 학부모는 여러 가지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로 고통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노당의 정책지원교수단 일원으로 활동했으며 수많은 강연에 참여했다. 그의 의식체제를 단적으로 보여준 강연 내용은 “5월 항쟁의 저항정치를 21세기형 대안정치로 계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사회운동의 선봉에 서게 만든 계기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은 고민과 사유의 결과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시대적 상황이 준 운명이라는 얘기다. 그는 자신의 대학생활을 “불량 학생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시위에 앞장서다 제적됐다. 서울대 71학번이 주동해 벌였던 교련 반대 시위를 계기로 박정희 정권은 ‘위수령’을 발동(1971년 10월 15일)했다. 김 당선인을 비롯해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이호웅 전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김재홍 경기대 교수 등 177명이 제적 처분을 받고 강제 징집됐다. 이호웅 전 의원은 “인간이 어떻게 황폐화되는지 군대에서 체험했다”고 말해 얼마나 가혹한 대접을 받았는지 짐작하게 했다. 1971년 강제 징집됐다가 74년 복학한 이들은 ‘10-15동기생’이라고 불렸다. 이들을 중심으로 ‘74동지회’를 결성했다.

교련 반대 시위는 학생운동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전국 대학생들이 하나의 이슈로 통일된 목소리를 냈다. 통일된 이슈는 운동조직 통합에 일조했다. 이것이 긴급조치시대의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을 연결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학생운동과 광주민주화운동을 보면서 ‘정말 사람답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면서 “‘지식인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학생 스스로 수업 참여하도록 유도”
그 연장선에서 사회민주화를 위한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그는 교육의 현장에서도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그 해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교수법을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당선인은 “주주의 이익 극대화라는 입장보다는 이해 관계자(소비자·노동자·지역사회)의 입장에서 경영학을 연구하고 가르쳐왔다”면서 “이해 관계자의 목표는 결국 복지, 소비자의 이익 아니냐”고 말했다. 김 당선인의 강의를 수강했던 한 학생(한신대 경제학)은 “한 학기 동안 학생 개개인이 가상의 사업을 운영하면서 그것을 어떻게 키울지 등에 대한 토론을 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학생이 스스로 수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이제 김 당선인은 더 이상 사회운동가 차원의 ‘비판’만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경기도 교육의 행정책임자로서 자기 방식의 교육 개혁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측근은 “김 당선인은 교육운동의 현장에서 제기했던 것을 행정의 현장에서 구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교육을 “한 인간이 시민으로 삶을 꾸릴 수 있는 기초와 수단을 습득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과정이 공교육기관을 통해 완성에 이르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의 민주성과 공공성’을 거듭 역설했다. ‘공교육의 회복과 혁신’이 그의 교육철학을 구현할 수단이다. 다소 추상적 관념론이나 이념에 매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게 김 당선인 측 주장이다.

인물연구

김 당선인은 “교육의 양극화와 학교 서열화는 시장주의 위주의 교육 때문”이라면서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기본적인 교육의 목표와 방향(민주시민의식·교양·역사의식 등)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측면에서 ‘ＭB 특권교육의 심판’이라는 선거 구호를 내세운 것은 당연해 보인다. 김 당선인이 ‘공교육의 혁신’을 경기도 교육의 비전으로 제시하고 ‘개혁하는 교육감’을 내세우는 것은 사회·지식인 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그의 이력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글·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