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초대석]윤만준 현대아산 사장 “백두산 직항로 볼거리 많아요”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

“그동안 국민들은 현대아산과 현정은 회장에 대해 측은지심이 담긴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런 격려와 성원들이 이번 백두산 관광 합의라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10월 30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함께 북한을 다녀온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먼저 국민들과 남북 당국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북한 아태평화위원회와 백두산 관광 및 개성 관광에 관한 협의서를 체결하고 돌아온 그는 예상 외로 담담해 보였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백두산 관광은 현대가 관광사업권을 갖고 서울∼백두산 직항로를 이용해 천지 등 백두산 명소 관광을 시작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은 방북을 통해 삼지연 공항의 활주로 상태, 백두산 베개봉호텔과 소백수 초대소 등 숙박시설과 도로 등이 비교적 양호한 점을 확인했기 때문에 보수만 이뤄지면 5월부터 200명 정도의 본 관광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개성 관광은 12월 초부터 시작한다. 만월대, 선죽교, 고려왕릉, 박연폭포 등 유적지를 다양한 코스로 나누어 당일 관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 또 현대그룹은 아울러 내금강 비로봉 관광도 성사시키는 등 이번 방북을 통해 금강산, 백두산, 개성관광 등 3대 관광사업을 모두 성사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 10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이뤄진 공동선언 내용 중 가장 첫 번째 결실이 이번 백두산과 개성 관광일 것입니다. 이번 합의의 배경에는 정주영 회장, 정몽헌 회장이 쭉 해오던 사업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승계해서 잘 꾸려가라는 당국간 의지의 확인과 후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번 합의에 따라 2005년 당시 남북사업을 둘러싼 내부 잡음, 롯데관광의 개성 관광 시도 등을 딛고 현대아산이 대북사업의 적통이라는 쐐기를 박았다고 봅니다.”

이번 방북 기간 동안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찬도 했다. 왼쪽 두 번째부터 윤만준 사장, 현정은 회장, 김정일 국방위원장,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

현대아산은 직항로를 이용한 백두산 관광을 성사시키기 위해 이달 중순쯤 통일부와 관광공사, 문화관광부 등 실무진과 함께 백두산 일대를 공식 답사할 예정이다. 윤 사장은 “이번에 눈이 많이 와서 샅샅이 다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일단 소백수 초대소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숙박시설이었고, 베개봉호텔도 조금만 손을 보면 관광객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곳”이라며 “북측 코스는 기존의 중국 쪽 관광 코스보다 볼거리가 많은 곳으로, 천지를 비롯해 이명수폭포, 삼지연 호수 등 색다르고 이국적인 풍취가 많아 관광지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답사를 통해 백두산 관광 상품 비용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관광이 하루아침에 합의된 것은 아닙니다. 2000년도에 이미 정몽헌 회장이 답사를 다녀오면서 백두산 관광의 꼭지는 딴 것으로 볼 수 있어요. 그동안 금강산 관광에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다 보니 백두산 관광까지 감히 돌아볼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직항 개설을 합의했고, 또한 금강산 관광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어 백두산 관광 진행에 힘을 쏟을 수 있었습니다.”

현대 측에 따르면 이번 방북 당시 북측의 대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한다. 지난 10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측에 대한 기대와 우호가 반영된 것이라고. 윤 사장은 “우선 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아태의 고위직이 공항영접을 해주었고, 소위 국빈들이 머문다는 백화원 영빈관에 우리 방북인원 25명 전원을 묵게 해주었다”며 “그곳은 정주영 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방북 시 머물렀던 곳으로, 현정은 회장에 내준 것은 상징적인 의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측의 배려는 백두산행에도 이어져 눈이 많이 와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을 감안했는지 특별기를 제공해 방문단이 승용차에 앉은 그대로 삼지연공항에 내릴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윤 사장은 “게다가 바쁜 일정 중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시간을 내 면담과 만찬을 마련해주었다”며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당시 정몽헌 회장에 대한 회고와 백두산 관광에 대한 현 회장의 의지에 대해 노 대통령과 담소를 나눴다더라”고 밝혔다.

윤만준 사장은 1974년 현대중공업 입사 후 현대전자 기획실 상무를 거쳐 1998년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단 전무로 발탁되면서 이후 대북사업 실무의 핵심에 섰다. 2005년 현대아산 사장 취임 이후 ‘김윤규 사태’ 등으로 인한 북측의 입국 거부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딛고 현대아산을 흑자로 돌려놓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취임 후 ‘CEO 가치’ 등 개인의 스타성보다 현대아산이라는 조직의 시스템에 개인을 맞춰줄 것을 주문해 ‘전(前) 사장 김윤규’와 대비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현대그룹은 1998년 금강산 관광을 시작으로 대북사업의 첫걸음을 뗐지만, 현대아산은 이후 5년 동안 북측에 9억4200만 달러의 관광대가를 지불하면서 만성 적자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2003년 9월 금강산 육로관광, 올해 6월 내금강 관광에 이어 10월 금강산에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금강산 관광은 연간 30만 명이 찾을 정도로 활성화됐다.

“1998년도부터 사업을 하면서 쌓인 손실에 비하면 미미한 것이라 크게 내세우기는 부끄럽지만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이 안정권에 들어섰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는 윤 사장은 “금강산 관광의 안정화를 기반으로 서쪽으로 개성 관광을 가능한 한 12월 초에 시작하고, 북쪽인 백두산 관광까지 완성되면 현대아산의 진로에 질적 발전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업의 제1차적 목표인 수익성과 사회 기여, 두 책무를 모두 놓지 않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승청 아태부원장(맨 왼쪽)과 백두산 일대를 둘러보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윤만준 사장.

이번 현대그룹의 방북 과정에서 현 회장과 함께 방북길에 올라 최측근에서 보좌한 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김 위원장이 우리 딸의 안부를 많이 물어봤다”는 현 회장의 말을 인용, 입사 3년 만에 평사원에서 전무까지 초고속 승진을 해온 그녀의 동행에 대해 경영 수업은 물론, 대북사업의 적통을 잇는 과정이라는 분석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후계구도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이번 방북에 동반한 것은 정몽헌 회장의 장녀로서 대북사업을 가까이에서 늘 보아왔고, 또 2년 전에 한 번 방북했기 때문에 같이 가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해서 여러 사람이 건의한 결과일 뿐입니다.”

윤 사장은 정지이 전무에 대해 “회사 임직원의 한 사람으로 볼 때 타인에게 상당히 부드럽고 생각이 깊은 편으로, 업무 파악을 잘하고 적응이 빠르다”고 평했다. 실제로 정 전무에 대한 그룹 내 평가는 호의적. 그룹 임원들에게 깍듯하게 대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직원식당에서 사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등 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낸다고 한다.

정동초대석

1998년 11월 18일 강원 동해항에서 금강산으로 향하는 첫 관광선이 출발한 이후 대북 관광의 열쇠는 현대아산이 쥐고 있는 상태. 윤 사장은 “당시 우리 남쪽 국민뿐만 아니라 삼천리 강산, 해외 동포들까지 환호하고 축하했지만(이때 윤 사장은 당시 생각이 났는지 눈시울이 붉어졌고, 목이 메는지 잠시 쉬자고 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정주영 회장이나 정몽헌 회장이 평범한 사업가라면 아무리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이처럼 어렵고 험난한 사업에 감히 손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한 정주영·정몽헌 회장이 어려움을 극복한 과정에 비하면 최근 몇 년간 현대아산이 겪은 어려움은 그렇게 큰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윤 사장은 “1998년 첫 배가 뜰 때 가졌던 온 국민의 응원, 우리의 취지를 끝까지 지키고 싶다. 바람 불면 물결이 찰랑찰랑하고 파도가 치기는 하겠지만 그때의 환호와 지지는 저변에 그대로 깔려 있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믿고 열심히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