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시절 그정치인]후농 김상현

사랑의 철학 지닌 ‘만능해결사’

고(故) 조윤형 의원(왼쪽) 등과 함께 경찰서로 후송되는 치안에서의 김상현 전 의원.

후농 김상현(71)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대표마당발’이다. 사람냄새가 사라진 오늘의 정치판에서 누구나가 한번쯤은 떠올리는 인물, 그가 바로 후농 김상현이다. 도토리 키재기식의 고만고만한 정치인들의 다툼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 성장과정의 이들을 나무라고 타이를 큰어른의 지혜와 존재가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오늘의 정국을 풀어줄 후농 같은 절묘한 해결사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탓이리라.

‘만능해결사’ 후농은 타협과 절충이라는 특유의 해법으로 정평이 난 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도 한국의 대표마당발이 뛸 공간이 막혀버린 오늘의 정치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옛날식 ‘사람정치’가 사라지고 온기과 낭만이 떠난 탓이리라. 정글의 법칙과 제로섬 게임이 지배하는 오늘의 살벌한 정치판에서 따뜻한 사랑의 철학이 깔린 후농식 설법이 그리운 것도 다 그 때문이다. 후농은 ‘학벌무위론’은 물론 온고지신(溫故知新)이야말로 한국의 정치가 보듬고 나아가야 할 또 다른 목표임을 깨닫게 해준다. 지나간 것들, 혹은 지나가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깨우침일 터이다. 어떤 이들은 후농을 가리켜 ‘정치곡예사’라 폄하하기도 한다. 과거 군사독재 치하의 어려운 국면을 용케도 잘 빠져나왔다는 뜻일 게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은 “한국현대사의 그 격렬했던 전환기에 4년여의 옥살이와 17년에 이르는 공민권제한을 마다하지 않았던 의연함으로 절대권력의 회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역사의 정도를 걸어온 후농 김상현”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가 갈등과 분열의 질곡정치 속에 더욱 그리운 이유이다.

<윤재걸 정치평론가·한국정치인물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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