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프리즘]민간위탁 가이드라인, 만병통치약 될까?

행정사무의 민간위탁과 관련한 부패 문제와 고용의 질 문제는 행정기관이 ‘비싼 공무원’을 부리는 대신 ‘값싼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필연의 결과는 아닐까

지난 5월 1일 제주도청 앞에서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개최한 제129주년 세계노동절 제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월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는 민간위탁분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여부를 해당 위탁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민간위탁 종사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정부는 지난 2년간 약 20만명의 공공부문 기간제 및 파견·용역 노동자를 정규직화했지만, 비슷한 규모인 민간위탁분야 정규직화와 관련해서는 주춤하는 인상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정부의 2017년 7월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말하는 ‘업무 특성에 따른 정규직 전환 제외 대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인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는 바람직한가, 경쟁채용을 해야 하는 청년 선호 일자리는 무엇인가 하는 논란이 계속됐다. 채용비리 운운하는 야당의 정치공세도 맹렬했다. 올해 들어 정부가 민간위탁분야 정규직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이제는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만들겠다는 민간위탁 종사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은 정규직화에서 제외되는 민간위탁분야 노동자를 적용대상으로 한다. 2012년 정부가 발표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이 청소·경비 등 단순노무 용역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한 데 비해, 이번 가이드라인은 모든 민간위탁분야를 포괄할 것이라고 한다. 노동계의 우려대로 민간위탁분야 정규직화가 소극적으로 추진된다면 이 가이드라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민간위탁의 기간이 3~5년 정도의 장기인 경우에도 일부 수탁기관에서는 노동자들을 2년 계약직으로 채용한다. 기간제법 제4조 1항 단서를 보면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이드라인은 수탁기간 중간에 상당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는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또 수탁기관이 변경되는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고용의 승계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의 민간위탁 위·수탁 협약서(표준안) 제8조는 ‘고용 승계의 비율이 80% 이상이 되도록 하여야 하고, 수탁사무 관련 근로자의 정규직 비율을 25% 이상이 되도록 유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 승계의 대상이나 비율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

임금과 처우에 대해 어떤 강제사항 또는 권고사항을 담을 것인지, 임금 및 근로조건에 대한 정기적 점검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이지, 노동자의 처우개선에 도움이 되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주체들의 민간위탁 참여를 어떻게 늘릴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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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과연 민간위탁 관련 가이드라인이 ‘민간위탁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까. 행정사무의 민간위탁과 관련한 부패 문제와 고용의 질 문제는 행정기관이 ‘비싼 공무원’을 부리는 대신 ‘값싼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필연의 결과는 아닐까. 더 이상 답변을 미루거나 외면해서는 안 될 질문이다.

<임주환 법률사무소 종로 변호사·희망제작소 객원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