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정부 일자리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고용 동반 성장’ 정책 실효성 떨어져

정부도 표면적으로는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일단 국정 운영의 초점을 경제에서 일자리로 이동하겠다고 대외적으로 선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4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올해 우리 정부는 ‘일자리 정부’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는 ‘비상경제정부’를 선포했지만 올해는 일자리 문제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규정한 것이다. 대통령은 또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신설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신설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월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2차 고용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정적이고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
이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적어도 매달 한 차례 자신이 직접 주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청와대에서는 1월 21일과 2월 18일 두 차례 회의가 열렸다. 1차 회의에서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010 고용회복 프로젝트’를 내놓았고, 2월 5일에는 세부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2차 회의에서는노동부가 인문계 대졸 미취업자 지원 방안과 유연근무제 확산 방안을 발표했다. 1차 회의에서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용 동반 성장’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총론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각론 차원에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동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소 연구원은 “경제를 고용 중심으로 끌고 가겠다는 얘기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내용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 연구원은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세제 지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1차 회의에서 ‘고용증대세액공제 제도’를 내놓았다. 이는 상시고용 인원을 전년보다 증가시킨 중소기업에 대해 늘어난 인원 1명당 일정 금액을 세액공제하는 제도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고용에 대한 세액공제는 2004년에도 실시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대기업까지 포함해 고용 1명당 100만원을 세액공제했지만 1명을 고용하는 데 드는 인건비가 훨씬 더 많아 유인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이번에는 세액공제액을 1명당 300만원으로 크게 늘렸다. 이 연구원은 “한 차례 실패한 적도 있고,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지만 디스인센티브(불이익)가 분명하지 않다는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인센티브 부여가 중소기업 고용 창출로 연결되려면 사용자가 인센티브를 받는 만큼의 비용을 고용을 늘리는 데 써야 하지만 기존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비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도 시행은 당분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5일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2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현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대책은 지극히 한정적이고 단기적이다. 인턴제가 전부다”라고 평가했다.

인턴제는 얼마나 효용이 있었을까. 지난해 고용시장에는 한바탕 ‘인턴’ 바람이 불었다. 이 대통령이 2월 19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일자리 나누기’의 일환으로 인턴 채용을 강조하고 나온 뒤에 벌어진 일이다. 대통령의 주문에 맞춰 대기업, 중소기업, 공기업, 지방자지단체에서 인턴 자리가 쏟아져 나왔다. ‘청년인턴’이라는 이름으로 공공기관에서 1만2000여 명, 중앙 및 지자체에서 1만7000여 명, 중소기업에서 3만7000여 명 등 6만6000여 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대기업에서도 1만여 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 정도 숫자로 청년들을 모두 흡수하기도 힘들지만 더 큰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일단 경쟁을 뚫고 인턴 자리를 구했다 하더라도 이들은 단순업무에 배치돼 무료함을 달래는 게 ‘중요한 일과’로 되는 일이 허다하게 발생했다.

이런 일들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생긴 네이버 카페 ‘행정인턴의 모든 것’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은 청년 인턴의 실상을 그대로 전해 준다. 한 회원은 올해 2월 초에 올린 게시물에서 회원들에게 ‘친구가 되어 달라’고 호소했다. 글에서 드러난 이 회원의 일과는 다음과 같다. 아침에 출근해 “사무실 한 바퀴 쭉 돌며 인사를 드리고” 난 다음 우편물 전달 등 “틈틈이 잡일”을 하다가 청소를 한 뒤 퇴근한다. 그는 “책을 읽기에도 공부를 하기에도 모호한 시간… 눈치나 주지 않을까”라며 괴로움을 토로했다.

행정인턴 관련 예산도 대폭 축소

지난해 3월 18일 대학생 단체 소속 회원들이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정부의 조속한 청년실업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구청에서 일한다는 또 다른 회원은 “앉아 있으면서 별별 생각이 다 든다”면서 “졸업 후 취직할 때까지 이거라도 해 보자는 마음으로 왔지만 점점 우울해지고 있다”고 처지를 호소했다. 이런 내용의 게시물이 수시로 올라온다. 대부분 “시간이 안 간다” “행정인턴은 잡일을 하는 사람인가” “모두 친절하지만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외로움을 느낀다”는 얘기다. 금융권이나 대기업의 경우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행정인턴의 경우 올해 상황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열악해질 전망이다. 지난 1월 7일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는 올해 행정인턴을 모두 1만3360명 뽑기로 했다. 지난해 1만5094명에 비해 약 12% 줄였다. 예산도 지난해 1500억원에서 511억원으로 크게 축소됐고, 기간도 11개월에서 5개월로 줄어든다. 근무시간은 주5일 40시간에서 주4일 30시간이 된다. 근무 시간이 줄어들면 ‘정식 취업’을 대비할 시간은 늘어날 테지만 반대로 인턴들이 손에 쥐는 돈의 액수는 지난해 약 100만원에서 올해 약 70만원으로 감소하게 된다.

지난해 인턴제와 함께 정부가 내놓은 청년실업 해결 방안으로는 ‘글로벌 리더 양성’이란 것도 있었다. 미국 대학생 연수취업프로그램(WEST), 워킹홀리데이 인원 확대, 해외 인턴십 확대 등이다. 그러나 해외 기업에서 간단한 서류 업무를 처리하거나 외국 농장에서 일하는 것과 ‘글로벌 리더’ 간의 논리적 연관 고리를 찾기는 어렵다.

이 대통령은 2월 18일 2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곧이어 “하지만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다 챙겨줄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들의 자활 노력”이라면서 “기대 수준에 맞지 않는데 가느니 차라리 취업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더욱 적극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구호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2년을 달려왔지만 달라진 건 없다. 윤진호 교수는 “정부는 민간 부문 활성화와 노동 유연화를 통해 일자리를 만든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면서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고용 중심 경제로 전환할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시장 중심적 사고를 떨쳐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