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경제학자]아마티아 센과 라빈드라나트 타고르-가난을 구원하는 힘은 바로 ‘사랑’

행복하게 사는 것은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일인가 보다. 나무를 베는 대신 숲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정하는 부탄에서는 호랑이 개체 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부탄은 GDP 대신 GNH(국민행복지수)를 지표로 통치하고 이를 경제활동 기준으로 삼는 까닭이다. 신경제재단(New Economic Foundation)은 부탄이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평했다. 그래서일까? 심지어 프랑스 극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조차도(!) 집권할 때 국민의 행복을 개선하기 위해 이를 잘 드러내는 새로운 지표를 개발코자 했다(그 일을 더 하려고 새 대선에 출마하려는 것일까? 설마…). ‘혁명적’으로 보도된 이 일을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이 주도했는데, 조지프 스티글리츠, 장-폴 피투시, 그리고 아마티아 센 등이 그들이었다.

아마티아 센은 1998년에 노벨경제학상(정확히는 ‘노벨을 기념하는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이지만)을 수상한 인도인 경제학자이다. 동양 사람으로는 최초였으며 단일 수상자였는데, 후생경제학에 기여한 공로로 선정되었다. 기근을 천착하고, 그 원인으로 불평등한 분배와 도시성장으로 인한 물가상승을 지목했다.

(왼쪽부터)라빈드라나트 타고르하, 아마티아 센하 / wikipedia

기존의 지표들을 다시 짜서 ‘센 지수’(Sen index)라는 빈곤지수를 만들어 가난한 사람들 사이의 분포와 그들이 얼마나 빈곤한지까지 측정토록 했다. ‘능력(capability)’의 개념이 도입되는데, 여기에는 윤리적 의미가 담겨 있다. 특정 ‘기능’을 선택하지 못하게끔 하는 장벽이 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효율에 방점을 두는 경제학의 윤리적 한계를 극복한다고 평가된다. 그 바탕은 기근과 불평등에 대한 오랜 관심 덕일 것이다. 그는 유년 시절을 벵갈에서 보내며 몸소 가난을 경험했다.

삶의 철학과 방향은 대개 꿈 많은 유년기에 얻는 가르침에 따라 달라진다. 불행의 끝에서 새 방향을 가꾸기도 하고, 긍정적 영향으로 비슷한 철학을 갖기도 한다. 안서 김억과 소월 김정식, 다석 유영모와 함석헌의 경우처럼 말이다. 센도 어릴 때 부모의 관계로 인해 만난 한 시인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 만해 한용운이 영향을 받았고, 여전히 우리에게 ‘동방의 등불’로 기억되는 인도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다.

타고르는 센처럼 동양인 최초로 문학에서 노벨상을 받았으며, ‘신에게 바치는 송가’라는 뜻의 <기탄잘리>가 그를 대표하고 있다. 인간과 신의 하나됨을 묘파한 시에서 인격의 신을 노래했고, 현실로 드러나는 사랑으로 세상을 구원하기를 바랐다. 본래 뱅골말로 쓰인 <기탄잘리>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의 생명을 바쳐서 영원한 고향으로 떠나”기를 기도했다. 그런 삶의 지향에서 “오직 노래하는 자만이 당신 가까이 갈 수 있음을 믿”고, “내 가슴 속에 박혀 있는 가난의 뿌리를 살펴주시어”달라고 빌었다. 그래서 “기쁨과 슬픔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시기를 바랐고, “나는 떠나야 하겠”다고 할 때 그는 “온갖 권리도 모두 포기하”고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많다”고 말하며 “여행의 모든 준비를 끝냈”다.

<기탄잘리>는 그가 학교를 세우고 운영하던 경험으로 지었다. 타고르가 세운 이 학교에 센이 다녔고, 인권과 빈곤을 배웠다. 1941년 타고르는 세상을 떴고, 센은 1933년 태어났기에 유소년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을 터다. 도산 안창호와 남강 이승훈이 길러낸 수많은 민족주의의 제자들처럼 말이다. ‘불멸’을 뜻하는 그의 이름 아마티아는 타고르가 지어주었다.

시인과 경제학자

시도, 경제학도 모두 ‘꿈’을 꾸어야 한다. 타고르의 노벨상 누리집은 센의 글을 인용하고 있다. 여기에서 앞서 말한 꿈같은 타고르의 이상적인 세상을 말하는데, 센의 경제학적 지향은 윤리와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빈곤은 가치있는 삶을 택할 수 있는 ‘능력’이 모자란 것이므로, 평등 문제를 넘어 자유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센이 철학교수를 겸하는 것도, 지난번 소개한 마사 누스바움이 그를 인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김연(시인·경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