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야구의 ‘긍정적 외부효과’

위험한 상견례

4월 2일 프로야구가 개막됐다. 올해로 30년째다. 프로야구는 1982년 전두환 정권의 3S정책(sports, screen, sex)의 사생아로 태어났다. 하지만 한 세대를 거치면서 당당한 사회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누적관중 수는 지난해 1억명이 넘었다. 올 프로야구 개막 첫 네 경기도 만원사례를 이뤘다.

1980년대 프로야구 태동기에 전통의 라이벌이 있었다. 롯데자이언츠와 해태타이거즈. 부산에는 해태껌이 없었고, 광주에는 롯데껌이 없었다. 해태가 만든 아이스크림 ‘홈런콘’에는 6개 구단 중 롯데자이언츠 선수들의 신상카드만 없었다. 야구를 무지 좋아하던 부산 사는 한 꼬마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김진영 감독의 영화 <위험한 상견례>는 1980년대 지역감정으로 험악하던 그 시절을 담았다. 경상도 집안 딸 다홍(이시영 분)이 사랑에 빠진 대상은 전라도 남자 현준(송새벽 분). 둘을 맺어준 것은 펜팔이었다. 하지만 다홍의 아버지 영광(백윤식 분)은 “사위로 전라도는 절대로 안 된다”는 사람이다.

현준은 서울 출신으로 속이고 다홍의 부모님을 뵙기 위해 부산으로 향한다. 현준은 자신이 순정만화 작가라는 사실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과연 현준은 결혼 승낙을 받아낼 수 있을까. 현준은 “경상도 여자는 안 된다”는 아버지 세동(김응수 분)의 벽도 넘어야 한다.

영화에서 영광과 세동이 등을 지는 결정적 계기는 ‘야구’다. 30여년 전 고교야구 결승전. 4번타자였던 영광은 세동이 던진 볼에 눈을 맞고 실명한다. 세동은 9회말 끝내기 안타 때 홈을 파고들다 포수에게 발이 접질리면서 불구가 된다. 영광은 세동이 고의로 빈볼을 던졌다고 생각한다. 세동은 영광이 후배 포수를 사주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인생의 전부인 야구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들은 철천지원수가 됐다.

야구가 영화의 소재로 쓰였다. 경제학적으로 보자면 야구의 ‘외부효과’다. 외부효과란 나의 활동이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외부효과에는 긍정적 외부효과와 부정적 외부효과가 있다. 야구가 소재로 쓰여 영화 흥행을 이끌고 있으니 ‘긍정적 외부효과’다.

긍정적 외부효과로는 내 집앞의 눈을 치우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부정적 외부효과는 자동차 운전으로 발생하는 대기오염을 예로 들 수 있다.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자신의 이익만 따질 뿐 자신의 행동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는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정부의 개입이다. 긍정적 외부효과는 보조금을 줘서 북돋워준다. 부정적 외부효과는 세금을 부과해서 발생을 줄인다.

야구장 주변상가에서 볼 때 홈팀의 승리는 긍정적 외부효과를 불러온다. 집집마다 치킨, 김밥, 호프 판매량이 쑥쑥 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에서 지는 날은 부정적 외부효과로 돌변한다. 부산의 경우는 롯데 성적에 따라 지역경제가 춤을 출 정도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만년 꼴찌팀 한신 타이거즈가 우승하던 2003년 일본 열도를 뒤흔든 ‘한신효과’가 있었다. 한신 우승으로 일본 긴키지역(오사카, 교토, 효고 등)에서는 1479억원의 경제 파급효과가 발생했다. 관중 수입, 한신백화점 등 지역 백화점의 세일, 술 소비, 고용효과 등을 모두 합친 것이다. 한신의 경제효과는 잃어버린 10년으로 소비가 얼어붙었던 지역사회와 국가의 경제심리까지 들썩거리게 했다. 한신 우승의 ‘긍정적 외부효과’였다.

영화 속 경제

영화에는 등번호 1번을 단 꼬마 이대호가 나온다. 현준을 감시하던 대식(박철민 분)은 사직야구장 스탠드에서 이 꼬마를 보고는 깜짝 놀란다. “이대호? 이름 좋다. 크게 될 아이 같은데?”. 영화의 예견(?)처럼 20여년 뒤 이대호 선수는 타격 7관왕을 차지하는 ‘전설’이 된다. 감독의 재치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