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시대, 십대를 위한 미디어수업> 낸 정재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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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같이 보자’가 공감의 시작”

“우리 아이가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살아요.”

강단에서 미디어학을 가르치는 정재민 교수(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가 주위 사람에게서 자주 듣는 이야기다. 정 교수는 “그럴 때마다 적절한 조언도 제대로 못 하고, 어떻게든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채 의식만 늘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월 말 <인공지능시대, 십대를 위한 미디어수업>(사계절출판사)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정 교수는 “미디어 전공자로서의 부채 의식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고 말했다.

[주목! 이 사람] <인공지능시대, 십대를 위한 미디어수업> 낸 정재민 교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온갖 미디어의 파도가 10대 청소년들을 덮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이용해야 옳은지에 대한 교육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 된다’, ‘줄여라’라는 일방적인 강요만 해법인 양 제시된다.

미디어 전문가로 대학원생들에게 미디어학을 가르치며, 학술연구서만 집필한 정 교수에게 출판사로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책을 저술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2016년부터 1년간 한겨레신문 ‘미디어전망대’에 미디어 관련 칼럼을 싣던 시기였다. 처음엔 주저했다고 한다. 정 교수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방송국 PD와 기자를 거치면서 미디어 제작 현장을 경험했다. 미국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딴 후 국내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미디어는 잘 알지만 청소년은 잘 몰랐다.

집필을 기다려준 출판사 덕분에 지난해에야 그에게 책을 쓸 기회가 생겼다. 지난해부터 캐나다에서 1년 동안 안식년을 보내면서 시간이 난 것이다. 정 교수는 캐나다로 가기 전 중3 학생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얼개를 잡았다.

캐나다에서 책을 쓰면서 정 교수에게 가장 도움을 준 사람은 아홉 살 딸이었다. 딸 역시 친구들과 카톡하고 게임하고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영상을 골라봤다.

딸을 보면서 정 교수는 책을 써나갔다. 정 교수는 “글을 쓰다 보니 ‘뭐뭐 하면 안 된다’라는 꼰대 기질이 저절로 나왔다”면서 “어투와 접근 방식을 바꾸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책은 ‘왜 미디어를 알아야 할까’, ‘우리 곁의 미디어, 어떻게 사용할까’, ‘우리의 눈을 가리는 것들, 확증편향’, ‘십대, 미디어의 주인 되기’, ‘미디어 리터러시 근육 키우기’ 등 미디어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장마다 ‘깨미주’(깨어 있는 미디어 주인되기)를 통해 미디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준다. 정 교수는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을 그만 봐라’ 하면서 부모들도 스마트폰을 쥐고 있다”면서 “‘안 된다’가 아니라 ‘같이 보자’가 공감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유튜브를 같이 보게 되면 서로 취향이 다름을 알 수 있고, 한쪽의 내용만 계속 보게 되는 편식을 알 수 있게 된다”면서 “그리고 자녀와 함께 서서히 ‘디지털 다이어트’(디지털 기기 사용량 줄이기)를 실천해나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핀란드에서처럼 청소년을 위한 체계적인 미디어 교육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미디어가 범람하는 시대인 만큼 어릴 때부터 미디어 교육을 해 청소년들이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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