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환자에게는 얼마나 절대적인 존재일까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환자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존재 같을 때도 있습니다. 심장이 멈춘 상태로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를 살려내는 것도 의사이니 말입니다. 환자는 기본적으로 의사를 신뢰합니다. 설마 의사가 환자를 상대로 사기를 치거나, 해서는 안 될 행위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죠. 그런데 지난 몇 주간 취재에서 ‘모든 의사가 양심적일 수는 없구나, 양질의 의사가 아닌 사람도 존재하는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마 대부분 의사는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기 위해 의사가 됐을 겁니다. 그리고 그 마음 그대로 실천하고 계시겠죠.
성형은 의학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닙니다.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미적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수술을 받습니다. 더 예쁘고 잘생기고 싶은 욕망 때문에 수술을 받습니다. 그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사람마다 주관적인 영역인 ‘미적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수술이 의사들에게는 하나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데 있습니다. 아파서 받는 각종 진료와 수술은 통상 ‘급여’로 처리되지만 미적 만족도를 위한 각종 수술은 ‘비급여’입니다. 의사들이 미적 만족감을 높이는 목적의 성형수술을 많이 하면 할수록 돈을 많이 벌어들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성형외과 전문의 한 명당 하루에 할 수 있는 각종 시술 및 수술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누군가가 제일 먼저 이 방법을 고안했겠죠. 자신은 진료만 보고, 수술은 ‘유령의사’에게 대신 시키는 방식 말입니다. 여기에는 의사면허가 정지된 자나 의대 졸업자(국가고시는 통과한)들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병원은 간호조무사에게 지방흡입시술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환자는 당연히 알 턱이 없습니다. 수면마취로 잠든 상태에서 내 몸에 누가 칼을 댔는지 알 도리가 없겠죠.
그런데 유령수술은 적발이 너무 어렵습니다. 수술실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공범’이기 때문입니다. 좁은 의료계 바닥에서 양심고백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제가 만난 대부분의 의사가 익명을 전제로 이야기한 이유도 아마 거기에 있을 듯합니다. “100% 유령수술로 운영되는 곳이 있다.” 법정에서 한 증인은 이 같은 진술을 했습니다. 재판장은 여러 차례 그곳이 어디인지 물었습니다. 증인은 끝까지 병원명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들었습니다.
여러분 중 누군가는 오늘도 앱을 검색하며 성형수술을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전해들은 한 가지 팁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상담 코디가 아닌 전문의가 첫날부터 직접 진료를 보는 작은 병원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