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어머니에게 물어보러 가다
이가라시 다이 지음·노수경 옮김·사계절·1만6000원
일본의 코다(CODA·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비장애인 자녀) 작가 이가라시 다이가 청각장애인 어머니의 삶을 취재해 쓴 에세이다. 1950년대에 가족 중 홀로 장애인으로 태어난 어머니가 언어를 갖지 못한 채 보낸 유년 시절부터 수어를 배워 소통의 즐거움을 알게 된 학창 시절, 아버지 고지와 결혼해 주변의 우려 속에서 자신을 낳기까지 30여 년에 걸친 시간을 사회 현실과 엮어 복원한다.
‘들리지 않는 사람들’과 ‘들리는 사람들’이 차이에 갈등하면서도 공생의 방법을 모색하고, 장애인의 출생을 막는 우생보호법이 존재하던 시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국가를 상대로 싸움을 이어가는 이야기도 펼쳐진다.
아울러 이 책은 청각장애인 부모의 언어인 수어를 충분히 익히지 못해 자라는 내내 외로웠던 아이가 성인이 돼 수어를 다시 배우며 어머니의 세계로 들어가는 여정도 담았다. ‘차이’를 넘어서는 첫걸음은 ‘물어보는’ 것이다. 용기를 내서 묻고 답한다면, 과거가 남긴 문제들을 해결하고 다른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손을 내민다.
영화관에 간 약사
송은호 지음·믹스커피·1만8000원
약사로 근무하는 저자의 시선을 빌려 독자들에게 재미있는 약학 지식을 전달한다. 전문적이라 어려울 것 같았던 약에 관한 이야기가 영화라는 친근한 매개체를 통해 편안하게 다가올 때, 독자들은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분야와 가까워질 수 있게 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약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실제로 저런 약이 존재할 수 있는지, 약이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데 사회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고찰해볼 수 있다.
영화 속 약을 둘러싼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그로 인해 어떤 변화와 갈등을 겪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인생 뭐, 야구
김양희 지음·산지니·1만7000원
봄부터 가을까지 야구는 일상과 함께하며 무수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25년간 프로야구 현장을 취재한 김양희 스포츠 기자가 야구와 그 이면에 존재하는 희로애락의 순간을 담은 책이다. ‘그깟 공놀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웃음과 울음을 담고 있는 야구. 그라운드 안팎에서 이어지는 우리들의 야구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는 소아신경외과 의사입니다
제이 웰론스 지음·김보람 옮김·흐름출판·2만2000원
안타까운 상실과 놀라운 기적이 공존하는 소아신경외과 병동에서 25년간 일해 온 한 의사가 수술실 안팎에서 경험한 실제 사건들을 풀어낸 의료 에세이다. 의사인 동시에 종양 환자였으며 루게릭병으로 아버지를 잃은 아들이기도 했던 저자는 다양한 경험과 치열한 기록으로 독자들에게 구체적인 희망을 보여준다.
어른의 대화 공부
켄지 요시노, 데이비드 글래스고 지음·황가한 옮김·위즈덤하우스·1만8500원
젠더 이슈부터 정치 성향까지 정체성을 능숙하게 다루는 대화법을 알려준다. 정체성은 민감하고 불편한 주제라는 오해와 달리, 개인의 핵심 가치를 투영하는 만큼 관계의 밀도를 높이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뉴욕대학교 교수이자 정체성 대화 전문가인 두 저자가 언성 높이지 않고 버벅거리지 않으며, 용기 있게 정체성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안내한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