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설 너머 중국 정치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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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과 인민

브루스 J. 딕슨 지음·박우 옮김·사계절·2만6000원

[신간] 통설 너머 중국 정치의 역설

중국공산당은 올해 집권 75년째를 맞는다. 세계 공산당 중 최장수 기록이다. 서방은 경제가 발전하면,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중국공산당도 민주화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는 수십 년째 실현되지 않고 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로, 중국 정치를 가장 중립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평가받는 저자는 중국공산당 지배체제가 굳건히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핵심은 당과 인민 중 누구도 아직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경제 성장과 정치적 안정에 반드시 더 유리하지는 않고, 중국인은 통치의 개선, 삶의 질 향상을 민주주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통치하는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이미 마오쩌둥 이후 민주화의 길을 겪고 있다고 인식한다. 저자는 통설에 갇혀 중국 없는 미래를 기대하기보다 중국을 다양한 가치와 생각이 공존·갈등하는 현대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더 건강한 미래를 구상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숨 쉬는 것들은 어떻게든 진화한다

마들렌 치게 지음·배명자 옮김·흐름출판·2만원

[신간] 통설 너머 중국 정치의 역설

스트레스는 삶의 독일까. 행동생물학자인 저자는 환경에 적응하고, 성장하는 생물의 이면에 스트레스가 있다고 강조한다. 외부 조건에 올바로 대처하게 하고, 저항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사는 토끼를 연구한 끝에 ‘스트레스는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가는 이정표’라고 결론 내렸다. 먹이가 부족하고, 천적의 위협을 받는 환경을 피해, 도시를 택했다고 봤다. 이처럼 모든 생물은 스트레스를 삶의 경보 삼아 환경에 반응해 자신을 바꾸고, 위기를 넘어 진화한다고 말한다.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조이스 박 지음·제이포럼·1만6800원

[신간] 통설 너머 중국 정치의 역설

전래 동화는 권력의 논리를 전하는 통로이자 당대의 지혜가 담긴 보물창고다. 저자는 전래 동화를 새롭게 해석하면, 가부장 권력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백설 공주를 비롯한 숲을 배경으로 한 동화를 살핀다.

I의 비극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문승준 옮김·내친구의서재·1만8000원

[신간] 통설 너머 중국 정치의 역설

고령화로 아무도 살지 않게 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시장은 ‘소생과’ 부서를 신설해 대응하지만 정작 이곳 직원들은 좌천당했다고 여긴다. 설상가상 불의의 사고로 이주민이 다시 떠난다. 저자는 이 모든 일이 우연이었겠느냐는 의문을 끌고 간다.

다르덴 형제

장 피에르 다르덴 외 지음·김호영 옮김·마음산책·1만7000원

[신간] 통설 너머 중국 정치의 역설

칸영화제에서 2개의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감독 다르덴 형제의 인터뷰집이다. 다큐멘터리를 찍던 이들이 극영화로 넘어와 거장의 자리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 창작자로서 영화를 찍을 때 갖는 철학을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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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오늘을 생각한다
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