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실례
양다솔 지음·은행나무·1만7000원
![[신간]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이야기](https://img.khan.co.kr/weekly/2024/03/20/news-p.v1.20240314.4ee91f1817bc4c0697a50fe820232762_P2.jpg)
비건(채식주의의 한 종류)인 딸이 출가한 아빠와 점심을 같이한다. 식당에서 고기를 먹는 스님에게 딸이 묻는다. 왜 고기를 먹느냐고. 아빠인 스님은 말한다. 현상에 집착하지 말라고. 직장 생활에 시달린 딸이 뇌척수막염으로 입원하자 엄마가 손을 붙잡고 청혼하듯 말한다. “고기 먹자.” 딸은 엄마의 손을 붙잡고, 카페로 가 티라미수 케이크를 사주며 화답한다. “엄마 많이 먹어.” 연재 노동자, 스탠드업 코미디언, 글방지기, 메이크업 아티스트, 행사 사회자, 모자 장수…. 한때 출가했다가 속세로 나온 지 10년 차인 작가가 벌여온 일들이다.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을 낸 후 3년간 써온 글을 하나로 묶었다. 누구와도 닮지 않은 글이다. 분명 많은 책을 읽으며 ‘학습’했을 텐데, 그런 흔적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웃기지 않는 이야기를 웃기게 만드는, ‘코미디력’은 한층 세졌다. 범상한 경로를 벗어나 얻은 반짝이는 통찰이 웃음에 버무려져 있다. 가장 웃긴 비건이 되고 싶은 작가가 만든 ‘윤리와 함께하는 농담’, ‘새로운 세계의 웃음’이다.
이타(利他)와 시여(施與)
강명관 지음·푸른역사·1만7000원
![[신간]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이야기](https://img.khan.co.kr/weekly/2024/03/20/news-p.v1.20240314.48111e68bdd8437c94cfb53ba7ed6426_P2.jpg)
조선시대 비문과 행장 등 산문에서 인물을 기릴 때 꼽은 주요한 덕목은 시여였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재화를 내놓는 행위다. 한문학자인 저자는 조선 후기 문학작품을 이타와 시여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허생전> 같은 잘 알려진 작품만이 아니라 <베트남에 간 역관> 같은 생소한 작품도 있다. 주체는 보상을 바라며 이타적 행위를 한 것은 아니나 결국 보상을 받는다. 흥부와 심청의 이야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작가는 왜 조선 후기에 이런 이타-보상 구조의 작품이 양산·유통됐는지 근거를 따진다.
하늘을 나는 루자인
리나 알하틀룰 외 지음·리베카 그린 그림·손성화 옮김·피카주니어·1만5000원
![[신간]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이야기](https://img.khan.co.kr/weekly/2024/03/20/news-p.v1.20240314.9913a40f80914aa5978cb43030a24142_P2.jpg)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인권운동의 상징인 ‘루자인 알하틀룰’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루자인은 사우디 여성도 운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여권 운동을 이끌다 구금됐다. 석방 후에도 여성 인권운동을 계속하며 여성·청소년에게 선한 영향을 주고 있다.
중간세계사, 비잔티움과 오스만제국
이희철 지음·리수·2만8000원
![[신간]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이야기](https://img.khan.co.kr/weekly/2024/03/20/news-p.v1.20240314.199995d8bc2542bb81312d92c45b13f1_P2.jpg)
튀르키예 전문가인 저자가 암흑기라 일컫는 중세의 비잔티움과 근대의 서막을 연 오스만제국을 재조명한다. 오리엔탈리즘에 가려져 있던 세계사의 빈틈을 중간세계사로 본다. 충돌과 모방, 발견의 이야기를 통해 동서양 세계사를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한다.
스피노자의 에티카
필립 아마도 지음·베네딕투스 데 스피노자 원작·조현수 옮김·이숲·2만원
![[신간]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이야기](https://img.khan.co.kr/weekly/2024/03/20/news-p.v1.20240314.30c551e0341f4d6b93b7d1982d21259c_P2.jpg)
철학사의 기념비적 저서인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쉽고 재미있게 만화로 소개한 작품이다. 에티카는 영원한 행복 속에서 구원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스피노자의 철학 체계를 담았다. 어렵게 느낄 수 있는 그의 성찰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풀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