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대논쟁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가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2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진행됐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와 크게 차별화된 점은 중국 기업의 대대적인 참여였다.

그레그 피터스 넷플릭스 CEO가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MWC 2023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넷플릭스 제공

그레그 피터스 넷플릭스 CEO가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MWC 2023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넷플릭스 제공

2023 MWC에서 주목할 점의 하나가 중국의 공세라면 또 하나는 ‘망 사용료’ 공방으로 예상됐다. 이 주제가 안 나온 것은 아니지만 예상만큼 뜨겁지 않았다는 점에서 장외 논쟁이 시끌시끌했다. 망 사용료 논쟁은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얽히고설킨 이해당사자가 많을 뿐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1990년대로 시간여행을 해보자. 당시 PC통신으로 천지가 개벽했다. 데스크톱 한 대 있는 집에서는 밤마다 청소년, 청년들이 모뎀을 통해 전화선을 물려 파란 화면을 통해 가상공간에 접속했다. 매일 새로운 정보제공사업자(IP)가 등장하고, 다양한 주제의 채팅방에서 익명의 친구들이 토론으로 밤을 새웠다. 문제는 집마다 어마어마한 전화요금이 나왔다는 점이다. 그때는 전화요금이었지만 지금 개념으로 치면 망 사용료다. 망 사용료가 너무 비쌌다. 그리고 인터넷이 등장했다. 동축케이블로 된 전화선과 다른 별도의 통신망이 구축되면서 초고속정보통신망이라고 불렸다.

1993년 대권을 꿈꾸던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은 여기에 ‘초고속정보고속도로(Information superhighway)’라는 대중적인 이름을 붙여 정보화 계획을 발표한다. 매우 적절한 비유였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고속도로는 공공재로서 국가가 건설하고 관리한다. 일부는 민간이 건설하고 유료화하는 민자 도로도 있다.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PC통신보다 질 좋고 빠른 망을 저렴하게 쓸 수 있게 됐다. 당시 세계적으로 이 정보망이 공공재인가, 사적재인가 논쟁이 벌어졌다. 불과 10여년 만에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모바일 망이 주류가 됐다. 지금 우리는 공공·사적재의 혼용 시기를 거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 과금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입장 차이가 있다. 가장 거대한 인프라 제공자는 망 혹은 네트워크, 즉 고속도로 제공자다. 초기에는 주로 국가가 담당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통신사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몇몇 국가와 ISP들이 망 사용료를 더 내야 한다고 압박하기 시작한 대상은 통칭 콘텐츠 제공자(CP)다. 이는 포털을 비롯한 각종 플랫폼과 OTT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자 등을 망라한다. 일반적으로는 개인 다수는 망 사용자이자 콘텐츠 소비자들이다. 이들은 ISP와 CP, 즉 두 군데 다 비용을 뜯긴다.

망 사용료 이슈는 비용의 분담, 이익의 문제로 보이겠지만 사실 인터넷 태동기의 철학인 개방, 공유, 참여의 공공성 문제가 깔려 있다. 우리나라가 해외의 글로벌 CP들에게 망 사용료 부과 이슈를 꺼냈을 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유럽연합이 올해 MWC에 앞서 망 사용료 이슈를 제기하고, ISP와 CP가 공정하게 투자를 분담해야 한다는 ‘기가비트 커넥티비티 액트’를 꺼내들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당장 넷플릭스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위기감의 발로일 것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기대했던 날카로운 진검승부는 없었다. 하지만 촉발된 시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최영일 시사평론가>

IT칼럼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