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의 이코노베이션](5)언택트 비즈니스보다 ‘사람’이 아름다워

일반대중이 소비 풍조나 문화적 경향을 개인적으로 흡수하는 고유한 행동 중에는 혼자 내 것으로 만드는 전유(appropriate)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전유에 저항하기로 마음먹으면 재전유(re-appropriate)가 된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예컨대 높은 대학 등록금을 대비하기 위해 혼자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을 받기로 마음먹으면 ‘전유’에 해당하지만, 이를 재인식해 너무 높은 등록금 인하 운동을 펼치기로 마음먹으면 이건 ‘재전유’에 해당하는 전환이다,

연결하면 할수록 편리한 인터넷, 블록체인, 플랫폼을 잘 활용해 이전보다 더 편리한 라이프스타일을 그려낸다면 이건 언택트 경제의 전유에 해당한다. 이를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동안 사람들이 고유하게 부딪치며 손잡고 해온 일들을 준비없이 다 앗아간다고 보면 과도한 언택트 경제를 저항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비대면 습격의 재전유가 된다,

코로나19의 지친 삶 속에서 그나마 비대면 결제 기술과 원격 배송사업 등의 편리함에 기대고 때론 취해 있었다. 그러다 조금씩 주변에서 인간의 보살핌과 헌신이란 서비스 역할의 잠식과 퇴장을 보고 언택트 비즈니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사회적 위기 인지를 발견하기 시작한다.

비대면 물결 거슬러 가기

세상을 장악하려는 기세로 확장하는 무인 판매상 아마존이 한국에 깊이 들어온다고 한다. 카카오는 점점 다양한 사업으로 우리 일상 곁으로 파고든다. 이런 상업문명을 선의로 전유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보면 더 개인적인 이득과 편리함에 빠져들 수 있다. 반면 이러다간 사람들이 그저 소비나 하고, 노래경연이나 보고, 음식 먹다가 사진 찍기나 하고, 정부지출에 의존하고 사는 처지로 내몰린다는 사회적 위기인식에 마음이 다가가면, 이건 다시 인간존엄의 보전으로 재전유해 고쳐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지능적인 문명의 확장을 거스르는 일을 분기탱천한 사람들이 소소하게 반동한 역사는 오래도록 성공한 적이 많지 않다. 굳이 있다면 석유로 전환하던 시절, 미국의 광부들이 몸에 화약을 두르고 집단자살 시위로 저항해 폐광하던 석탄광산을 다시 파헤쳐 한동안 폐광과 폐광 사이에서 서로 석탄을 캐다가 다시 묻는 일을 반복한 적은 있다. 그러나 결국 시간이 흐르고 나니 석유메이저가 정치적 승리를 했다. 미국은 한동안 석탄종사자들의 보호주의로 나갔던 재전유의 저항을 접고, 폐광촌에 라스베이거스 같은 도박도시가 생겨나고 말았다. 그 연장선상에 우리도 한 공공카지노를 강원도 폐광지역에 좋은 선례인 줄 알고 개설하고 있다.

작금의 비대면 장사꾼들의 광폭 도약을 인간존엄이란 저항정신을 내세워 다 같이 재전유하자는 일각의 각성과 반전의 시도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지능문명을 이미 즐기는, 전유된 소비자들의 호응으로 볼 때 얼마나 국민의 지지를 받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무개념으로 밀리기만 한다면 우린 소비식물원에 살면서 분리수거 일상에 갇히고 말지도 모른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이미 많은 일이 산업현장에서 사람의 손을 떠나고 있다. 함께 눈을 보며 만나고, 보고하고 회의하고 지시받고, 나누고 협동하던 직장과 기업의 업무도 어느새 인적없는 그림자 직장으로 스며들었다.

혁신에도 위선은 있고, 발전에도 악행은 있다. 러다이트 운동으로 목숨을 걸고 직물기계를 부수던 영국 노동자를 달래느라 노동운동을 허용한 후, 세월이 얼마간 흘렀다. 이제는 다시 노동력 자체를 무장해제시키는 무인경제 혁신이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호랑이의 등을 타려고 한다. 유럽의 문명이 서부의 개척을 통해 미국의 번영을 가져왔지만, 원주민 인디언의 인구가 소리 없이 보호구역에서 줄어들고 있었다.

사람을 패자로 몰아선 안 돼

아직 온전한 방역의 큰 산도 다 넘지 못한 한국이지만 그 산 뒤에 무슨 강을 건너야 하는지는 대강 짐작이 간다. 바로 우린 실물경제와 인간역량의 지속가능한 협업과 상생과 조화가 가능한 생산주도의 경제사회로 돌아가는 그 강을 꼭 건너야 한다.

젊은 청년들도 서로 신뢰하는 조직행동과 세련된 팀워크로 더 성숙한 이타적 경제사회의 생산문화인으로 훗날 역사에 기여하고, 또 스스로 더 높은 인문인으로 발전해야 한다. 어린이가 동화책을 손에서 놓고 주린이가 돼야 하는 일은 코로나19 에피소드에서 그쳐야 한다. 다음 세대가 더 지성적이고 문화인간적인 삶의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다. 무릇 광대한 미래 시야를 가진 인간에게 돈이란 나의 가치관으로 다스리는 것이지, 세상의 얕은 가치로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정이 나아지는 대로 학교가 다시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교실 환경미화도 하고, 분단마다 책상 줄도 맞추고, 선생님이 출석도 부르고, 친구들과 줄넘기도 해야 한다. 새로운 교과서에서 코딩을 배우고 로봇운영을 익히고 인공지능을 슬기롭게 이용하는 ‘휴머노이드의 리더’로서의 품격과 지혜를 배워야 한다.

증권시장의 문을 서둘러 넘어서려는 비대면 사업가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너무 서두르지 마시라. 모든 기업가치는 인간의 몫으로 나누어지지 않으면 하등의 의미가 없다. 배당이 중요한 것도 사람이 받아가기 때문이다.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을 주가에서 중하게 치는 것도 그 혁신의 역할이 사람에게서 나온 까닭이고, 그 성과가 사람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누구는 지방의 작은 은행 창구에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누구는 매일 진열장을 닦아놓고 옷매무시를 고치며 손님을 기다리던 백화점에서 판매원 일을 잃어버렸다. 이러다간 학생들도 그들이 가르친다고 하고, 집도 그들이 지을 태세이다. 하긴 구글이 이미 토론토의 스마트시티 건설도 맡았다.

엄길청의 이코노베이션

바람에 올라탄 빅테크 사업가는 이제 어지간히 하자. 그대들도 언젠가 누군가의 혁신 쓰나미에 걸려 정말 유행가 가사처럼 한방에 훅 간다. 그대들은 “패자는 중상모략을 한다”는 소크라테스의 말도 그냥 넘기진 마라. 우리 사람을 부디 패자로 몰지 마라.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