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미의 스타트업 카페](3)스타트업이 VC를 평가합니다

유망한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성장에 도움이 될 VC를 선택해서 투자를 받으며, 업계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VC의 투자를 기피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벤처캐피털(VC·Venture Capital)이란 잠재력이 있는 스타트업에 자금을 대고 경영과 기술 지도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해 자본이득을 추구하는 기관을 의미합니다. VC는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스타트업을 평가합니다. 반대로 스타트업 창업가는 투자유치 과정에서 수십, 수백 건의 사업계획 발표(IR)를 하고 VC의 평가를 받습니다. 데모데이와 같이 공개된 자리에서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에 조언을 하거나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VC가 더 많지만, 혹평을 넘어서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고 창업가를 무시하고 비하하는 소위 갑질하는 VC도 많습니다.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강남구 스타트업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참가 업체 관계자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스타트업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투자유치가 필요합니다. VC의 결정에 따라 적게는 몇천만원, 많게는 수십, 수백억원의 투자유치가 좌우되기 때문에 VC와 스타트업 간에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자신이 갑이라고 생각하는 VC가 문제입니다. 이제는 스타트업이 VC를 선택하는 시대입니다. VC 수는 점차 늘어 올해 9월 현재 165개의 VC가 있습니다. VC 외에 280여개의 액셀러레이터, 각종 펀드까지 합하면 1000개가 훌쩍 넘어 투자기관 간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유망한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성장에 도움이 될 VC를 선택해서 투자를 받으며, 업계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VC의 투자를 기피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최근 스타트업이 VC를 평가하는 사이트가 생겨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누구머니(nugu.money)’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남기는 VC 리뷰 사이트입니다. 1점부터 10점까지 극과 극의 평가로 나뉩니다. “전반적으로 창업자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절대 만나지 마라. 멘탈 약한 창업자라면 창업을 시작한 것을 후회할 수도 있겠다”, “전문성이 없다” 등 혹평에 평점 1~2점을 받은 VC가 있는 반면, “투자 이후에도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크든 작든 도와준다. 우리의 서비스에 대한 높은 이해로 지속적으로 사업기회를 연결해준다”, “투자 여부에 대한 의사 결정과 커뮤니케이션 모두 신속하고 진솔했다”, “투자 이후 정말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게 느껴진다” 등 호평에 평점 9~10점을 받은 VC도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는 제가 경험한 것, 들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투자유치 자문을 하면서 VC와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는데, 그때 VC의 태도와 해당 스타트업 창업가의 평가를 토대로 나름대로 평가한 결과와 전반적으로 비슷합니다.

후기 중에는 다소 과장되고 극히 주관적인 평가도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실제 VC를 경험하고 느낀 점을 공유하고 있어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할 때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VC가 자성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VC가 스타트업의 평가를 의식하고, 평판을 관리하려는 것만으로도 스타트업을 대하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개선될 수 있습니다.

강혜미의 스타트업 카페

스타트업이 VC에 원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것입니다. 스타트업을 이해·존중해주고 진정성 있게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는 ‘자금을 대고 경영과 기술 지도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VC의 정의에도 부합합니다.

강혜미는 대한변호사 협회 인증 스타트업 전문변호사면서 M&A 전문변호사다. 법무법인 별의 대표변호사다.

<강혜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