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공립 솔빛숲유치원 조미희 원장 “아이들이 소풍 같다고 좋아해”

부슬부슬 비가 내렸지만 숲에선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세종시 반곡동 괴하산 자락에 있는 이 숲은 솔빛숲유치원의 ‘교실’이다. 8개 반이 각각 숲 이곳저곳에 흩어져 교실을 만들어 논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물웅덩이를 파서 올챙이·개구리를 풀어놓거나, 나뭇가지에 줄을 걸어 그네를 타고, 쓰러진 고목 위를 걸어다녔다. 의자에 앉아서 나무를 올려다보며 “곤충 로봇이 나오는 만화영화를 보고 있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버섯을 발견했다거나 으름덩굴에 열매가 열렸다고 들뜬 목소리로 외치기도 한다.

솔빛숲유치원은 국내 최초의 공립 숲유치원이다. 듣기 좋으라고 ‘숲’을 붙인 게 아니라 아이들이 교실이 아니라 온종일 숲에서 놀기 때문에 붙은 것이다. ‘숲유치원’은 아이들이 숲에서 자유롭게 놀면서 스스로 놀잇감을 찾고, 발견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하나의 교육철학이자 교육과정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조미희 원장(58)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가는 게 원칙”이라면서 “아이들이 유치원 등원을 소풍 오는 것 같다고 말할 때 모든 피로가 가시고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지난해 개원과 함께 이곳에 부임했다. 2년 전 발을 잘못 디뎌 두 다리를 수술할 정도로 크게 다쳤지만, 최초의 공립 숲유치원의 초대 원장이라는 자리를 피하진 않았다. 공부보다 삶을 즐기는 것이 최선의 교육이라는 자신만의 철학을 펼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교사가 주도해 가르치는 방식에 회의감을 느낀 것은 유치원 교사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그는 1982년 전두환씨의 부인 이순자씨가 세운 새세대육영회의 어린이집에서 1년간 교사로 일한 적이 있다. 어느 날 40명의 아이에게 멜로디언을 주고 노래 여섯 곡을 가르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선배 교사들을 따라 멜로디언과 손가락에 색깔 스티커를 붙여 같은 색깔 건반을 맞추도록 하는 식으로 가르쳤다. 그렇게 공연해 학부모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가르치면 ‘이렇게 어려운 것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착각했던 것이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에게 다시 연주를 해보자고 했지만 할 수 있는 애는 서너 명도 되지 않았다. 그때 아이가 체득해서 이해한 것이 아니라 암기하는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유아기일수록 절대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가 유치원에서 오늘은 뭘 배웠는지 궁금해하고, 배움을 재촉하는 상황에서 사립유치원은 보여주기식 교육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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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원장은 “어릴 때는 배우는 게 즐겁고, 발견하는 게 행복해야 하는데 유치원 때부터 너무 공부를 시키니까 초·중학교에 들어갈 때 벌써 공부가 싫다는 아이가 생긴다”고 말했다. 숲유치원에선 교사 교육보다 자발적인 학습을 유도한다. 만 5세의 ‘책언니’·‘책오빠’들이 만 3~4세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처음엔 그림만 보고 이야기를 해주다 옆에서 누가 집에서 배워와 글로 읽어주면 자극을 받아서 스스로 한글을 깨치게 된다. 그는 “산에서 놀고 마당에서 흙놀이하는 아이들은 표정부터 다르다”며 “숲유치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앞으로도 아이들이 자연에서 최선을 다해서 맘껏 놀면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