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24. 지난 8월 말부터 인터넷을 휩쓴 키워드다. 정확히 말하면 8월 30일 오후 12시 46분 11초 이후다. DSLR카메라 커뮤니티 SLR클럽 자유게시판을 들여다보던 이광낙씨(29·현 세계 걷기대회 홍보대사, 당시 무직)의 눈에 ‘흔한 군필자 허세 (有)’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들어왔다. ‘(有)’는 게시물 안에 관련사진이 ‘있음’을 뜻한다. 관련사진은 “혼자 24인용 텐트치기”라는 댓글에 대한 누리꾼 반응이다. 이 캡처 글은 오래된 것이다. 원본 게시글에서 댓글 전 질문은 “여러분은 군대에서 어떤 작업까지 하셨나요?”였다. 허세라는 건, 혼자 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뻥이라는 말이다. 이씨는 앞에 언급한 그 시간에 답글을 달았다. “되는데요.”
T24 소셜페스티벌 주인공 이광낙씨
그게 시작이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누리꾼들을 대상으로 이씨는 호방하게 “내기하자”고 선언했다. 24인용 천막을 협찬하겠다는 글을 기점으로 협찬은 우후죽순으로 쏟아졌다. 인터넷방송도 생중계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9월 8일. 서울 신월동의 한 초등학교 교정에서 행사가 열렸다. 주최 측이 붙인 이름은 T24 소셜페스티벌이다. T24는 온라인 이슈를 장악했다. 9월 8일 행사가 열리던 시각, 네이버의 급상승 검색어 상위 10개 중 7개가 T24 관련이었다. 어쨌든 결과는? 싱겁게도 성공이었다. 제한시간 2시간을 30여분 앞둔 1시간 30분 만에 이씨는 ‘혼자 24인용 텐트 치기’에 성공했다.
먼저 궁금한 것은 이것이다. 중간에 세워놓은 막대들이 줄줄이 쓰러진 적이 있었다. 만약 이씨가 용마루(텐트 중앙에서 받치는 기둥)를 세우던 막판에 또 쓰러졌다면? 그러니까 ‘운빨’이 좋았던 것은 아닐까.
이씨는 나중에 실제로 혼자 쳐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전혀요. 줄을 살살 당겨놓았는데, 사실 그것이 기술적인 부분이에요. 용마루를 올리기 위해 살살 당겨놓았기 때문에 절대 무너질 리가 없습니다. 여러 가지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요.”
이씨는 당일 ‘비화’를 공개했다. 만약 용마루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을 때를 준비해 입을 ‘T셔츠’가 한 장 더 있었다. 가슴에 ‘근성’이라고 적힌 티였다.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바람에 그 셔츠는 입을 기회가 없었다. 원래 계획으로는 텐트 완성 후에 ‘취화선 세리모니’를 한 다음 ‘강남스타일’ 춤을 출 계획이었다. “그걸 했더라면 인터넷 중계가 더 흥했을 것”이라고 이씨는 덧붙였다. 계획대로 안된 것은 또 있었다. 인기 BJ 도복순씨의 아프리카 방송에까지 들어가 참여를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다. 배우 주원씨에게는 각시탈 협찬을 요청했지만 역시 아무 반응이 없었다. 전업군인이던 이씨는 지난 5월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전역했다. 확실히, T24 행사 경험은 이씨 인생에서 어떤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한도전’이나 누가 ‘베어그릴스 한국판’ 같은 걸 만들어 출연 제안을 한다면 대환영이죠.” 이제 이씨는 인터넷에서 ‘레전설(‘레전드’와 ‘전설’의 누리꾼 합성어)’이 되었다.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재미있게 살고 싶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남자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아마 사기에 나오는 말일 것입니다. 그런 마음 자세로 나를 알아줄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길 바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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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