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진이 퍼졌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다. “헐!.” 사진의 출처는 얼마 전 소개한 적이 있는 유머사이트 9gag다. 뒤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로 보아 한국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조작 사진인 줄 알았다. 지하철 칸에서 고기를 판다니, 그럴 리 없잖아?라는 분위기였다. 이를테면 지금은 고전이 된 “지하철 바닥에 회 한 접시 놓고 소주를 마시고 있는 아저씨”류의 사진이라면 또 몰라도, 아예 저렇게 판을 벌이고 영업하는 것을 불가능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반전. 일부 누리꾼이 답했다. “청담역이네요.” 이때까지도 상당수의 누리꾼은 믿지 않았다. ‘청담역’ 대답이 이어지자 ‘짜고 치는 농담’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진짜였다.
애초 퍼진 9개그 사진에는 지하철 역명이 없다. 그런데 누군가 ‘청담역’ 열차 안에서 고기를 파는 사진을 ‘인증’했다. 고기만 아니라 다른 농산물도 판다. 이럴 수가. 인증 사진은 ‘신기한 7호선 청담역’이라는 제목을 달고 각 게시판과 트위터 등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정말 청담역에 가면 ‘열차 정육점’을 볼 수 있는 걸까.
유머사이트 9gag가 소개한 한국의 지하철 정육점 사진. 확인 결과 이 사진은 합성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그럼요. 매주 화·수·목요일 오후 3시부터 저녁 8시까지 청담역에 가면 물건 구입이 가능합니다.” 지하철 5·6·7·8호선을 관장하는 도시철도공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름은 ‘5·6·7·8 장터열차’. 지난 200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올해도 추석 때까지 열릴 예정이다. 전국 지자체와 공사가 협력해서 만든 직거래 장터다. 거래되는 물품은 주로 농산물이다. 계속되는 공사 관계자의 말.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시중 거래가격보다는 아마 30% 정도 저렴할 겁니다. 게다가 직거래이다 보니 원산지를 확실히 믿을 수 있고. 입소문이 나서인지, 줄을 서서 사가기도 해요.”
그런데 궁금하다. 왜 하필이면 청담역일까. ‘강남’의 한복판에 자리잡은 청담역과는 전통 직거래 장터는 왠지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 ‘청담역’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겪어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의심했던 것도 그런 까닭으로 보인다. “공사가 관할하는 5·6·7·8호선 가운데에서 접근성을 고려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고려하다보니 청담역에서 하게 되었어요.”
내친 김에 더 물어봤다. 물건들은 어떻게 운반될까. 장사하는 사람들이 물건을 싣고 청담역에 들어가서? 도시철도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장터열차’는 매일 차량기지가 있는 천왕역에서 출발한다.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천왕역에서 세팅해 출발한 다음, 승강장의 중간에서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한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하는 이유는 열차 편성에서 확보한 예비차량이 그때 비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사측 관계자는 덧붙였다. “아, 꼭 청담역에 가지 않더라도 물건 구매는 가능합니다. 직거래 장터는 ‘장터열차’뿐 아니라 공사가 관할하고 있는 35개역 구내에서도 ‘행복장터’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으니까요.” 행복장터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된다.
9개그 사이트에서는 일종의 ‘엽기 아이콘’으로 실은 사진이겠지만, 막상 이야기를 들어보니 꽤 괜찮은 아이디어다. 사진이 개그 소재가 되는 걸로 보면 외국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공사 관계자는 “지난 2009년 공사 내에서 한 직원이 낸 아이디어가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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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